검찰이 유도하고 조장한 “高大 논문 제출” 허위 보도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8-18 10: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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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고대 입시 제1저자 논문 제출'이라는 왜곡된 사실이 일파만파 퍼져나가 조 전 장관이 ‘거짓말쟁이’로 몰리고 딸 조 씨가 ‘입학 취소’라는 천형(天刑)보다도 가혹한 요구에 시달리는 것을 팔짱을 낀 채 만면에 미소를 띠고 즐겼다. 검찰의 의도가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인재발굴처에서 직원 통로로 나와 차량에 타고 있다. 2019.8.27/연합뉴스

 

검찰은 작년 9월 16일 고려대 지 모 교수에 대한 조사에서 조국 전 장관의 딸 조 씨가 작성한 ‘증빙서류 제출목록’을 제시하면서 “우리가 확보한 자료”라고 말했다. 지 모 교수는 당시 이 말을 “압수수색을 통해 고려대에서 확보한 자료”로 이해하고 검찰의 검찰의 신문에 답했다.

지 교수는 조사를 마친 후 전화를 걸어온 중앙일보 이병준 기자에게 “검찰이 고려대를 압수수색할 때 가져간 자료 중엔 지원자의 증빙자료 제출 목록이 포함됐다”며 “조 장관 딸의 자료 목록 아홉 번째에 최근 논란이 된 단국대 의학연구소 논문이 기재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조국 딸 고려대 입시 때 1저자 의학논문 냈다”>는 제목으로 9월 17일자 1면 톱기사로 실렸다. 그러나 지난 8월 13일 정경심 교수의 24차 공판에서 검찰은 ‘증빙자료 제출 목록’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 아닌) 정경심 교수의 PC에 저장돼있던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의 보도는 사실과 달랐던 것이다.

중앙일보 보도 이후 거의 모든 매체는 지 교수를 직접 인터뷰하거나 중앙일보 보도를 인용하여 “문제의 논문이 고려대에 제출됐으며, 합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지 교수에게 직접 “압수수색을 통해 고려대에서 확보한 자료”라고 명백하게 밝히지 않은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잘못된 보도가 일파만파로 번져나가고 있는데도 검찰은 아무런 조치나 해명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를 통해 “압수수색으로 고려대에서 입수한 자료를 통해 문제의 논문에 입시 서류로 제출됐다”는 것이 기정사실로 자리 잡는 것을 방치하고 조장했다. 

 

2019년 9월 7일 SBS의 “연구실PC에서 총장 직인 파일 발견” 오보 당시, 이를 확인하려는 다른 언론들에 대해 “부정확한 보도”라며 후속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자세였다.
 

▲ 2019년 9월 17일 중앙일보 보도

중앙일보의 전화는 조사 당일 밤 10시 반

지 교수는 그 당시 본 기자와 주고받은 메일에서 “언론들이 교수님의 존재를 어떻게 알고 인터뷰를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 부분은 저도 잘 모르겠다”며 “아마도 기자들이 제가 검찰 출입 시에 신상을 파악하지 않았나 싶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언론과의 첫 전화통화는 당일 밤 10시 반경 중앙일보 기자와의 통화”였고, “기자분인지 모르고 무심코 받아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지 교수가 9월 16일 검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한 시간은 저녁 7시 40분이다. 만약 지 교수가 검찰에서 나가는 것을 보고 지 교수의 존재를 알아차렸다면 곧바로 인터뷰를 시도하거나 더 일찍 전화를 했을 것이다. 언론사가 고려대학교 교수의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밤 10시 반이 돼서 전화를 한 것은 검찰이 자발적으로 알려줬든, 중앙일보의 취재에 못 이기는 척 알려줬든, 검찰이 중앙일보를 찍어서 지 교수의 존재와 개략적인 증언 포인트, 그리고 연락처를 알려줬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 2019년 9월 18일 JTBC 보도

보도가 거듭될수록 확정적이 된 ‘논문 제출’

중앙일보는 9월 17일자 보도에 “조국 딸 고려대 입시 때 1저자 의학논문 냈다”고 제목을 달았지만, 지 교수는 제출 여부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목록에 있으니 제출했을 것이고, 혹시 이과 교수가 봤다면 눈에 띄었을 것”이라는 수준에서 답변했다.

“증빙자료 제출 목록에 포함됐다”는 것과 “제출됐다”는 것은 차이가 있다. 지 교수는 관련된 내용을 모두 추정을 전제로 얘기했다.

이후 언론의 보도는 매체를 건너가며 ‘제출 여부’를 점점 더 확정적으로 몰고 갔다. MBC는 이 날 저녁뉴스에서 A교수(지 교수)가 "학생 본인이 작성한 제출목록에 단국대 논문이 적혀 있는 만큼 논문은 고려대에 제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JTBC는 A교수를 "조 장관 딸의 서류를 심사한 고려대 입학사정관"이라고 소개하며 “검찰은 A교수에게 ‘목록표에 기록돼 있는 건 서류를 제출했다는 거냐’고 물었고 A교수는 ‘제출했기 때문에 목록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지 교수가 JTBC 보도와 같이 말했다면, 검찰은 조 양이 임의로 작성한 목록을 근거로 논문의 제출 여부를 지 교수에게 따진 셈이 된다. 


이 외에도 모든 언론들이 ‘논문 제출’을 의혹이나 가능성이 아닌 ‘기정 사실’로 단정하여 보도했다.
 

▲ 2019년 9월 18일 동아일보 보도

 

동아일보의 '새빨간 거짓말'

논문 제출과 관련된 허위 과장 보도의 압권은 동아일보였다. 동아일보 김정훈 기자는 9월 18일 <“조국딸 논문, 1단계 당락 결정 서류평가서 확실히 눈에 띄어”> 기사에서 ‘뇌피셜’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김정훈 기자는 “제 기억엔 당시 다른 경쟁자 중에 논문을 제출한 학생은 없었습니다. 타 지원자보다 유일하게 돋보이는 건 제1저자 영어 논문뿐이었습니다.”라는 A교수의 말로 기사를 시작하고 있다.

또한 기사 중간 부분에서도 “조 씨의 제1저자 논문은 확실히 눈에 띄고 점수를 많이 줄 수 있는 사항이었다. 제1저자 논문은 5개 평가 항목 중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과 ‘세계적 리더로서 소양’ 등 두 항목에 반영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누구보다 돋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하고 있다.

 

기사에서 소개된 A교수가 제1저자 영어 논문을 직접 봤다는 얘기다. 그러나 A교수 즉 지 교수는 제1저자 논문을 본 적이 없다. 조 씨의 입시서류 자체를 본 적이 없다. 김정훈 기자는 말 그대로 ‘새빨간 거짓말’을 한 것이다. 김 기자는 이어 “검찰은 A 교수의 진술을 바탕으로 조 씨의 부정입학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썼다.

▲ 2019년 9월 18일 조선일보 보도

조선·중앙의 ‘전산DB’와 원신혜 검사의 ‘전산자료’

조선일보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갔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는 9월 18일 <조국 딸, 高大 입시때 '조작의혹 스펙' 최소 4개 써냈다> 기사에서 “조씨가 인터넷을 통해 수시 전형에 지원하며 함께 제출한 '제출 서류 목록표'가 전자DB(데이터베이스) 형태로 남아 있었고, 검찰 압수수색에서 확보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 권유진ㆍ이병준 기자도 <"DB로도 논문제출 확인 불가능하다"더니···고려대의 거짓말> 기사에서 “그러나 고려대 측의 해명과는 다르게 지난달 27일 검찰이 압수수색한 고려대 인재발굴처 DB에서는 조씨가 제출한 ‘서류 목록표’가 발견됐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아무리 조중동 기자라도 이런 사실을 아무 근거 없이 쓰지는 못한다. 5년 보존 연한 때문에 폐기된 입시 서류 중 목록표가 남아 있는 이유에 대해 언론은 검찰과 고대를 대상으로 취재를 했을 것이며, 그 중 어느 쪽이 빈 말로라도 “DB로 남아있던 것”이라는 언질을 해주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기사다.

그러나 고려대는 시종일관 “남아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아예 “검찰에서 가져간 것이 없다”고 밝혀왔었다. 그렇다면 “DB로 남아있었다”고 언질을 해준 쪽은 검찰일 수밖에 없다. 조국 전 장관은 딸 조 씨의 조사를 맡았던 원신혜 검사가 문서의 출처를 묻는 조 씨에게 “고려대 전산자료에서 발견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전산자료’와 ‘DB’는 서로 같은 말이다.

▲2019년 9월 18일 한국일보 보도

 

“지 교수는 몰랐다”를 확인시켜준 한국일보

한국일보 안하늘·김영훈 기자는 유일하게 고려대로 직접 찾아가 지 교수를 만나 얘기를 들었다. 한국일보는 9월 18일 기사에 <조국 딸 고대 입학사정관 “부정한 논문은 입학취소 사유”>라면 무시무시한 제목을 달았지만, 기사에는 “지 교수도 목록표가 고려대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이 허위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A 교수는 “조씨 제출서류 목록표에 논문이 기재되어 있었는데, 검찰은 이 내용이 실제 논문을 제출한 것을 의미하는지 대해 여러 차례 물었다”면서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목록에서 제외되거나 빨간 줄이 그어지는데, 검찰에서 본 목록에는 그런 표기가 없어 조씨가 논문을 포함해 정상 제출한 것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지 교수가 해당 목록표가 고려대에 제출되어 담당자의 검토를 받은 문서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지 교수는 목록표가 압수수색을 통해 고려대에서 나온 문서로 생각하여 “논문이 제출되지 않았다면 담당자가 빨간 줄 등의 표기를 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즉 검찰은 파일에서 출력해 빨간 줄 등의 표기가 있을 수 없는 말짱한 문서를 고려대에 제출됐다가 확보된 문서인 것처럼 꾸며 지 교수에게 추궁했던 것이다.

이처럼 검찰은 지 교수에 대한 조사 당시부터 의도적으로 “고려대에서 나온 문서”로 오인하게 했고, 그 토대 위에서 질문하고 답을 받았으며, 그렇게 오인한 지 교수가 언론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라는 사실과 다른 말을 하도록 유도했다.

또한 그런 잘못된 사실이 전 언론을 통해 확대재생산되는 상황을 조장하고 방치한 채, 조 전 장관이 ‘거짓말쟁이’로 몰리고 딸 조 씨가 ‘입학 취소’라는 천형(天刑)보다 더 가혹한 요구에 시달리는 것을 팔짱을 낀 채 만면에 미소를 띠고 즐겼다. 

검찰의 의도가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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