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33차 공판①] 공소 사실 허구성 스스로 입증한 ‘검찰 시연’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10-30 19: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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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법정에서 만들어보라"는 재판장의 요구를 거부했으나 무슨 자신감이 생겼는지 과정의 일부를 시연으로 보였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29일 서증조사를 통해 검찰의 시연이 공소 사실을 스스로 부정한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 2020년 10월 29일 MBC 보도

 

 

정경심 교수에 대한 재판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2020년 1월 22일 첫 공판기일이 열린 지 9개월, 첫 준비기일이 열린 2019년 10월 18일부터는 만 1년 만이다.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33차 공판에서 변호인 서증조사가 실시됐다. 검찰과 변호인 간에 증거를 다투는 과정의 마지막 재판이다.

변호인단은 △증거수집 위법성 △피고 자택 위조 주장의 부당성 △검찰 시연의 허구성 △디지털보고서의 허위성 △소위 7대 스펙 주장의 실체 △펀드 관련 증거수집의 위법성의 순서로 그간 검찰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확연하게 다른 검찰 출력본과 대학 제출 사본

이 중 가장 관심이 집중됐던 것은 22일 32차 공판 검찰측 서증조사 때 있었던 ‘표창장 위조 시연의 허구성’에 대한 것이었다. 변호인은 우선 검찰이 시연을 통해 출력한 결과물(이하 ‘검찰 출력본’)과 부산대와 서울대 의전원에 제출했던 표창장 사본(이하 ‘부산대/서울대 제출 사본’)을 비교했다.

검찰 주장이 맞다면 검찰 출력본은 원본의 복사본인 부산대/서울대 제출 사본과 시각적으로 유사해야 한다. 그러나 이 둘은 확연하게 달랐다. 부산대/서울대 제출 사본은 본문 부분의 서체가 얇고 옅은 데 반해 ‘동양대 총장 최성해’라고 적혀 있는 하단 부분의 서체가 굵고 짙었다. 그런데 검찰 출력본은 정반대로 본문 부분의 서체가 두껍고 진하고 하단 부분의 서체가 얇고 희미했다.

이는 하단 부분을 이미지로 넣었을 때 나올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결과다. 한글이든 MS워드든 워드프로세서의 일부분을 캡처해 이미지로 만들고, 이를 다시 문서에 넣어 출력하면 문서의 텍스트 부분은 짙게 나오지만 이미지 부분의 글자의 색깔은 옅어지게 된다. 이 색깔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그럴 경우 여백의 색깔로 함께 짙어져서 문서 부분의 여백과 색깔이 달라진다.

이런 사실은 “상장 서식에 하단부분 이미지를 삽입해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탄핵한다. 검찰의 시연 결과가 검찰의 주장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최종본’이라던 PDF 파일은 표창장 발급과 무관한 파일

변호인단은 또한 검찰이 ‘위조의 최종본’이라고 주장했던 ‘조민표창장2012-2.pdf’ 파일(이하 ‘2012-2.pdf’)을 상장용지에 출력할 경우 일련번호와 상장 상당 학교 로고, 그리고 아래쪽의 은박 부분과 ‘동양대 총장 최성해’ 부분이 겹치게 된다는 것을 실연으로 보여줬다.

이들을 겹치지 않게 하려면 문서의 여백을 조정해야 하는데 PDF는 한글처럼 여백 조절 출력 기능이 없다. 검찰은 이에 대해 PDF 문서 작성 프로그램인 아크로뱃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여백 조정이 가능하다고 반박했지만, 그것은 컴퓨터에 아크로뱃이 설치되어 있고, 정경심 교수가 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다음에나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PDF 파일은 워드프로세서에서 작성한 문서를 ‘PDF로 저장하기’ 기능을 이용해 만든다. 문서의 내용이든 여백이든 뭔가를 조정할 일이 있으면 워드프로세서에서 수정해 출력하거나 PDF로 전환하지, 문서 수정을 위해 아크로뱃 프로그램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2012-2.pdf’ 파일을 그대로 출력할 경우 상장 용지에 잘 맞지 않게 되고, 잘 맞게 출력하려면 따로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은, 검찰의 ‘위조의 최종본’이라는 주장이 허구라는 것을 입증한다. ‘2012-2.pdf’ 파일은 위조든 정상 발행이든 ‘표창장 출력’과는 전혀 무관한 파일이다.

검찰은 단지 ‘강사휴게실 PC’에서 발견된 여러 파일들을 시간 순으로 늘어놓아 보니 ‘2012-2.pdf’ 파일이 맨 마지막이어서 ‘최종본’이라고 주장했고, 출력도 이 파일을 상장용지에 출력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작 시연을 준비하면서 이 파일을 출력해보니 상장용지와 맞지 않아 여백을 미리 조정한 한글 서식을 바로 출력했고, 그러다 보니 본문 글자와 하단부 글자의 밝기와 두께가 부산대/서울대 제출 사본과 정반대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 2020년 10월 30일 MBC 보도



증거물 이미지와 근본적으로 다른 ‘워드 알캡처’ 파일


그 다음으로는 검찰이 시연에서 워드 문서에서 캡처한 하단 부분 이미지와 증거물인 ‘총장님 직인.jpg’ 파일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방식대로 상장의 하단 부분을 캡처해 ‘총장님 직인.jpg’ 파일을 만들었다면, 시연에 캡처한 부분과 ‘총장님 직인.jpg’ 파일이 속성상 동일하거나 유사해야 한다.

변호인단은 워드 캡처 이미지와 ‘총장님 직인.jpg’ 파일의 품질값을 비교해, “검찰 주장처럼 워드에서 알캡처로 캡처하면 품질값이 100인데, ‘총장님 직인.jpg’ 파일의 품질값은 75”라며 “품질값이 다르면 동일한 파일이 아니다”라는 점을 제시했다.

그 결과 검찰이 공소장과 시연을 통해 주장한 ‘MS워드에서 알캡처로 캡처’한 이미지는 증거물인 ‘총장님 직인.jpg’ 파일과 육안으로 봐도 차이가 난다. ‘워드 캡처’ 파일에 비해 증거물 파일은 깔끔하지 못하고 지저분하다. 즉 두 파일은 속성도 다르고 육안으로 봐도 다르다. 이는 검찰이 주장하는 방식으로는 증거 파일이 그대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변호인단은 “지난 8월 20일 25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검찰 포렌식 수사관에게 이 점에 대해 물었으나 검찰 수사관은 ‘모른다’고 답했고, 검찰도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워드 파일에서 하단부를 캡처해 △한글 서식에 옮겨붙여 바로 출력한 결과를 보여줬던 22일 검찰의 시연은, △’2012-2.pdf’ 파일이 최종본으로 이것을 출력했다는 검찰의 주장도 부정하는 것이고 △MS워드에서 캡처한 하단부 이미지는 증거물인 ‘총장님 직인.jpg’ 파일과 속성은 물론 가시적으로도 다르고 △가장 결정적으로 본문과 하단부 글자의 밝기와 굵기가 정반대로 나타나,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적이고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공소 사실 허구성을 스스로 입증한 ‘검찰 시연’

검찰은 재판 과정을 통해 “상장대장에 기재되지 않았다”, “딸 조 씨가 봉사활동을 한 적이 없다”는 주변적인 정황만 강조하면서, 정작 가장 핵심적인 ‘위조 과정’에 대해서는 “아들 상장의 직인과 딸 표창장의 직인이 ‘육안으로 봐도 똑같다’는 주장만 반복한 채 적극적인 입증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7월 23일 24차 공판에 이르러 포렌식 수사관 신문에서 관련 파일들을 작성 순서대로 나열한 ‘38분 타임라인’을 제시해 처음으로 ‘위조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을 제시했다. 언론들은 마치 위조의 구체적인 증거가 나온 것처럼 대서특필했지만, 이는 곧바로 ”38분 안에는 표창장을 만들 수 없다“는 반론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곧바로 ”검찰이 직접 한 번 만들어보라“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이후 열린 8월 20일 25차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포렌식 수사관에 대한 반대신문을 통해 소위 ‘타임라인’에 대해 ”관련 파일들을 시간 순으로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전제로 검찰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이에 재판장은 재판 말미에 “가장 좋은 것은 만들어보는 것”이라며 검찰을 향해 “시간 된다면 검찰 측이 처음부터 보여주시든지”라며 ‘법정 시연’을 요구했고, 검찰은 이에 대해 바로 거부했지만 지난 22일 직접 시연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 역시 검찰이 주장한 ‘위조 과정’ 중 일부에 불과한 것이었고 더욱이 여러 부분에서 트릭이 의심되는 것이었지만, 그런 한계 속에서 공개한 ‘시연’마저도 검찰의 공소내용을 스스로 정면으로 부정하는 결과가 됐다.

변호인단은 29일 재판에서 이러한 점들을 세세하게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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