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와 수사개입... 추미애 vs 황교안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0 18:5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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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권력 사유화’는 황교안의 경우처럼 법무부 장관의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수사개입과 압력이 자행될 때나 할 얘기지, 수사에 대한 일상적인 간섭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해 할 얘기는 아니다.

상시적으로 이루어졌던 보수정권의 수사 개입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19일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해 언론들은 비판 일색이다. 그 주요 내용은 “예외적인 경우에 발동되어야 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남용되어 검찰 권력의 사유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사무에 대한 일반적인 지휘·감독권을 부여하여 검찰을 문민적으로 통제하되,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지휘·감독하여 수사에 대한 검찰의 독립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민주정부가 아닌 보수 정권에서는 개별 수사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를 일컬어 당시의 검찰 인사들은 ‘중요 사안에 대한 대검 주무부서와 법무부 간의 통상적인 법리 교환’이라고 말하지만, 그래 봐야 ‘개별 수사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합리화시키는 것 외에 다른 의미는 없다.

이러한 실질적인 지휘·감독 행위는 음성적으로 이루어져 개별 사건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구체적으로 그 사실이 드러난 적이 있다. 바로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이다.


국정원 사건 노골적으로 개입했던 황교안

사건을 맡고 있던 윤석열 수사팀은 구속 기소 방침을 결정했지만,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반대에 가로막혀 영장을 청구할 수도, 기소를 할 수도 없었다. 황교안 장관은 수사 결론에 대한 채동욱 총장의 보고에 “선거법 위반 적용은 말이 안 되고 구속은 더더욱 안 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채동욱 총장이 수사팀을 설득해 불구속 기소 방안을 보고한 뒤 한참을 지나, 공소시효를 불과 며칠 앞두고 법무부의 승인이 떨어졌다.

2019년 7월 28일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후보자는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채동욱 검찰총장의 인터뷰 내용을 근거로 “황교안 당시 장관이 공소시효가 열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기소에 OK 사인을 내지 않은 게 맞느냐”고 묻자 "당시 검찰총장이 그렇게 말했다면 맞을 것"이라고 말한 뒤, "(법무부 사인을)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만약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정치적인 이유에서든 법리적인 이유에서든 불구속 기소나 혹은 기소 불가의 의견을 가지고 이를 관철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다면 검찰청법 8조에 의한 수사지휘권을 명시적으로 행사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청법에 의한 수사지휘권을 명시적으로 행사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의 행위가 수사지휘가 아닌 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비공식적이고 불법적으로 개별 사건을 지휘하는 것을 부당한 수사개입, 혹은 수사외압이라고 부른다.


황교안의 세월호 수사팀 직접 압박

심지어 황교안은 검찰총장을 통하지 않은 채 개별 수사팀을 ‘지휘’하기도 했다. 세월호 사건 당시 황교안은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법무부의 담당 라인을 통해 대검과 광주지검을 압박했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은 검찰총장을 압박한 것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8조에 그나마 형식적으로는 부합한다고도 할 수 있지만, 세월호 사건의 수사 개입은 명백한 위법 행위다.

그러나 추미애 장관이 음성적이고 불법적으로 수사에 개입하거나 압력을 행사했다는 얘기가 나온 적이 없다.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이처럼 구체적 사건에 대한 간섭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합법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검찰 권력 사유화’는 황교안의 경우처럼 법무부 장관의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수사개입과 압력이 자행될 때나 할 얘기지, 수사에 대한 일상적인 간섭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해 할 얘기는 아니다.


예외적인 검찰총장의 측근 수사 개입 혹은 방치

언론들은 헌정 사상 세 차례 있었던 수사지휘권 행사에서 두 번이 추미애 장관이 행사한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고, 심지어 동아일보의 경우 이번 수사지휘권 행사의 대상이 된 사건들을 모두 쪼개 “수사지휘권 역대 7건 중 추미애가 6건 발동”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내부 감찰 문제였던 ‘한명숙 전 총리 재판 증언 조작’ 의혹을 제외하고 ‘검언유착 사건’과 ‘라임 사태 및 총장 부인 관련 사건’에 대해 두 차례 이루어졌다. 두 번의 수사지휘권 모두 검찰총장의 가족과 측근이 연루된 사건이었다.

조국 전 장관과 추미애 장관은 본인과 가족이 고발된 사건에 대해 일체의 보고도 받지 않겠다고 천명했고, 실제로 그 어떤 개입 행위도 하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마땅히 그러했어야 옳다.

그러나 윤석열 총장은 ‘검언유착’ 사건에 대해 처음에는 지휘권을 포기하겠다며 대검 부장단 회의에서 사건을 지휘하도록 했다가, 느닷없이 전문수사자문단을 설치하겠다고 나서더니 대검 부장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접 인선까지 주도했다.

또한 검찰총장 부인의 주가조작 및 특혜 주식매매 등의 의혹을 비롯한 장모 관련 사건들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고 있었고, 라임 사태 역시 장모 관련 사건 관계자가 개입돼있어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예외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는 지적은 옳다. 그러나 이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예외적으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추미애 장관의 두 번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마땅히 검찰총장이 스스로 지휘에서 배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명시적으로 개입하거나 지휘권을 놓지 않는 사건들에 대해 이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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