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장관, 지휘권 행사에 '형성권' 언급... "토 달지 말라"는 의미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10-19 18: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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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유착' 수사지휘권 당시 검찰의 자기합리화를 위해 제시했던 개념
검사장회의 소집, 대안 제시, 추 장관 거부 등의 과정 거쳐 나온 '형성권'

 

법무부는 19일 라임 사건과 윤석열 총장 처가 사건 등의 수사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사실을 알리면서 '형성권'이라는 개념을 특별히 따로 제시했다. 

 

법무부는 "라임 로비 의혹 사건 및 검찰총장과 가족, 주변 관련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아래와 같이 행사했다"고 알리면서 "※ 검찰총장이 측근 관련 사건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해 ‘형성권’에 해당한다고 공표한 점을 고려할 때에 법무부장관의 이번 수사지휘도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함"이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형성권'은 "권리자의 처분으로 즉시 효력이 발생해 그 이후의 후속 조치 등이 필요하지 않은 권리 행사"를 말한다. 예를 들어 법원이 이혼으로 판결하면 그 즉시 효력이 발생해 혼인관계는 소멸된다. 이혼을 이행하기 위해 당사자간 별도 행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 

 

 

'형성권'... 검찰의 자기합리화를 위해 제시했던 개념

 

법무부가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서 "검찰총장이 측근 관련 사건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해 ‘형성권’에 해당한다고 공표한 점"을 강조하여 언급한 이유는, 지난 7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했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에 대해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는 등 반발하다가 '형성권' 개념을 들어 이를 수용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대검은 수사지휘권과 관련해 검사장 회의를 소집한 후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총장의 지휘권은 이미 상실된 상태(형성적 처분)가 됐다. 결과적으로 장관 처분에 따라 이 같은 상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중앙지검이 책임지고 자체 수사하게 된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수용'이나 '승복'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면서 수사지휘권을 받아들이는 일종의 자기합리화 수단이면서, 결과적으로 "총장의 지휘권을 상실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제시한 개념이다. 추미애 장관은 대검이 제시했던 개념을 그대로 강조해 반발의 여지를 사전에 봉쇄한 것이다. 

 

 

검사장회의 소집, 대안 제시, 추 장관 거부 등의 과정 거쳐 나온 '형성권'

 

당시 추미애 장관은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대검이 추진하던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할 것을 지휘하고 "6월 4일 대검 부장회의가 검찰총장에게 일체의 보고없이 독립해 결정하라는 지시사항을 전달한 바 있음"을 상기시켜 수사팀이 관련 수사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윤석열 총장은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수사지휘권 수용 여부를 논의한다"는 명목으로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며 시간을 끌었고, 서울고검장을 수사팀장으로 지정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하면서 지휘권 행사에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추미애 장관은 이에 대해 7월 8일 "총장의 현명한 판단을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대검은 이날 저녁 "서울고검장을 수사팀장으로 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추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법상 지휘를 받으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으로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라며 대검의 제안을 일축했다. 또한 "총장의 건의사항은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과정 끝에 나온 것이 대검의 '형성권' 개념. 추 장관이 제시한 7월 9일 오전 10시까지의 데드라인을 30분 앞두고 대검은 '형성권' 개념을 제시하며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총장의 지휘권은 이미 상실된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즉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행사 즉시 그 효력이 발생한 것이며 검사장 회의 등 그간의 과정은 '수용'이나 '승복'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수사지휘권 행사의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대검은 "총장 지휘권 상실"을 강조하면서 "총장은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일종의 '피해자 코스프레'였다. 

 

 

윤석열의 '피해자 코스프레' 간단히 분쇄한 추 장관

 

그러나 추미애 장관은 곧바로 "만시지탄이나 이제라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또한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에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고 총장이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덧붙여, 윤석열 총장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간단히 분쇄하고 역으로 수사지휘권 행사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10월 19일 수사지휘권 행사 설명에 '형성권'을 언급한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대검 스스로 제시한 개념을 다시 강조함으로써 반발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검은 장관 지휘권 행사 발표 30분 만에 "금일 법무부 조치에 의해 총장은 더 이상 라임사건의 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 됐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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