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대 표창장, 검찰이 숨기고 있는 ‘서식 상단 여백’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7-31 07: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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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의 위치를 맞추기 위해 상단 여백 필요
검찰, 상단 여백 확인 없이 서식 하단부만 공개
'표창장 위조 과정' 그대로 실행되는지 입증해야

정경심 교수의 23일 공판에서 검찰은 표창장 위조의 ‘시연’을 보인다며 동양대 상장 서식을 공개했다. 그리고 서식의 맨 아래 셀을 가리키며 “여기에 이미지를 넣었다”고 말했다. 그곳은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라는 글자에 직인이 찍힌 이미지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 서식에서 숨긴 부분이 있었다. 바로 상단 여백이었다.


동양대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상장서식은 맨 위에 일련번호부터 시작한다. 이 위치는 상장 상단의 동양대 로고의 가로 중앙에 맞추어 왼쪽에 표기되도록 되어 있다.


동양대학교 상장의 일련번호는 별도의 표기 없이 연도에 순차적인 일련번호를 붙이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정경심 교수의 딸과 아들에게 발급된 상장과 표창장은 ‘어학교육원’으로 시작하게 되어 있어 일련번호의 길이가 길다.


 


위 : 동양대의 일반 상장, 가운데 : 아들 상장, 아래 : 딸 표창장


상장마다 일련번호 위치 달라


아들 상장은 일련번호의 끝이 로고와 너무 붙어 있어서 조금 아래로 내려와 있다. 그리고 딸 표창장은 일련번호에 가지 번호까지 붙어 있어서 길이가 더 길어 서식의 원래 위치를 그대로 둘 경우 로고와 겹치게 된다. 그래서 더 많이 아래로 내렸다.


위 사진을 보면 동양대의 일반적인 상장과 어학연수원 일련번호로 발행된 상장과 표창장의 일련번호의 위치가 다르고, 이에 따라 동양대 로고와 ‘수료증’, ‘상장’, ‘표창장’ 등의 표제가 동양대 로고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상장 서식에 따라 일련번호와 표제의 거리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식 상단 여백
서식 상단 여백


상단 여백 주면 서식 공간 줄어들어


상장의 맨 윗단인 일련번호의 위치는 서식 위의 여백으로 조정한다. 표창장 촬영본에서 볼 수 있는 위치에 맞추려면 10포인트 크기로 4줄의 여백이 필요하다. 그런데 원래 A4용지 한 장을 꽉 채우고 있는 서식의 상단에 여백을 주면 서식 부분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버린다. 그래서 서식 내의 공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


상단 로고, 일련번호, 표제, 본문, 은박, 하단부 등의 위치를 잘 고려해야 하는 서식에서 공간을 임의로 줄이기가 어렵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많은 하단부의 공간을 가장 많이 줄여야 했다. 그러다 보니 하단부는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 글자가 한 줄 들어가기에 딱 좋은 공간으로 줄어버렸다.


 



글자는 들어가지만 직인 이미지는 삽입 불가능


여기에는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 글자는 들어가지만 가로세로 3cm인 직인의 이미지가 들어갈 공간은 되지 않는다. 아주경제 김태현 기자의 30일자 기사에서 “검찰이 말하는 대로 해봤더니 안 되더라”고 얘기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아주경제 김태현 기자는 처음부터 상단의 4줄 여백을 주고 시작했다. 그러나 더브리핑은 여백을 따로 주지 않은 원래의 상장 서식을 제공하고 독자들이 직접 만들어볼 것을 권했다. 원래의 서식에는 이미지가 들어갈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다. 그랬더니 예상했던 대로 “된다”는 답변들이 들어왔다.


함께 제공했던 상장 용지에 출력을 하지 않고, 서식에 이미지를 넣는 것만 해봤기 때문이다. 상장 용지에 출력을 해봤다면 일련번호의 위치가 표창장 촬영본과 다른 것을 알고 일련번호의 위치를 조정하기 위해 궁리를 했을 것이다. 그런 고려 없이 하단부 공간에 이미지를 넣고 “된다”고 답을 보낸 것이다.


 


검찰이 23일 공판에서 공개한 상장 하단부
검찰이 23일 공판에서 공개한 표창장 서식 하단부


상단 여백 없이 하단만 보여준 검찰


검찰이 23일 재판에서 '시연'이라고 보여준 것이 바로 이런 식이었다. 이날 공개한 서식은 전체 부분이 아니라 하단 부분만 잘라서 공개했다. 거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는 것을 보여주고 “여기에 이미지를 넣었다”고만 했다. 서식 상단에 여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로 보면 깜빡 속아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련번호를 로고의 아래에 위치시키기 위해 여백을 충분히 주면 하단부에 이미지가 들어갈 공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상단에 여백을 주면 아주경제 김태현 기자가 보여준 대로 셀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거나 아주 작은 이미지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검찰, '표창장 위조 과정' 재판정에서 재현해야


검찰이 주장하는 대로라면 표창장 ‘위조’ 작업을 진행한 컴퓨터에 그 과정들이 일목요연하게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이 1000페이지 분량으로 만들었다는 포렌식 분석에서 검찰이 공개한 것은 몇 가지 내용 밖에 없다.


또한 그나마도 아주 제한적으로만 공개하고 있다. 표창장의 위조 여부를 다투는 재판에서 위조에 사용됐다는 파일들을 그렇게 찔끔찔끔 공개하고, 또한 그것마저도 전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잘라서 보여주고 있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검찰은 23일 재판에서 공개한 상장 서식이 상단에 여백을 충분히 준 서식인지, 아니면 원래 대로 여백이 없는 서식인지부터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일련번호의 위치를 맞추기 위해 여백을 충분히 주고도 하단에 이미지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는지, 혹시 된다고 해도 그렇게 출력했을 때 스마트폰 촬영본이나 부산대 제출 사본과 일치되게 만들어지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만약 검찰이 혐의를 두고 있는 위조의 과정을 대략이라도 파악했다면 바로 재판정에서 ‘실연’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확실한 입증 방법이다. 그렇게 할 수 있었다면 이 기나긴 몇 달 간의 재판도 필요 없었다.


정경심 교수가 쓰던 컴퓨터에 있는 자료 및 재료로 검찰이 주장하는 식의 방법으로 위조된 표창장을 출력해낼 수 있다면 다른 증거나 정황이 뭐가 필요한가.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면 다음 재판이라도 바로 표창장 ‘위조’의 과정을 그대로 재현해서 위조된 표창장이 출력되는지를 눈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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