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재판에 선수로 뛰는 SBS... 맥락 없는 우병우 호출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11-17 17: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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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유죄 심증을 은연중에 드러내면서, 사실상 아무 관계도 없는 우병우를 반복적으로 인용하는 것은, 독자 및 시청자들에게 그들의 심증을 강요하고 사실의 오인을 유도하는 행위다. 이는 곧 그들이 이 재판에서 관전자나 전달자가 아니라 검찰의 편에서 여론전을 벌이는 선수로서 뛰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1.12/뉴스1

 

 

SBS는 온라인판에 <[취재파일] 민정수석 조국, 절제와 개입 사이>라는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유재수 감찰 건의 재판을 기록하는 시리즈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최근 편인 ⑥편과 ⑦편에서 연속적으로 우병우를 소환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의 일이 직권남용 혹은 직무유기로 기소됐다는 점에서 이미 많은 언론에서 비교하여 언급한 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조국과 우병우를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동일시’의 오해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비교해서 언급하는 것 자체를 조심해야 하고, 비교하거나 인용하는 경우 둘의 차이를 분명히 밝혀놓아야 한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16일에 게재된 ⑦편에서 ”사안이 다르기에 이들에 대한 법적 판단의 결과도 같을 순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두 사건의 ‘동일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체와 맥락을 배제한 채 동일성을 강조하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두 사건을 동일하게 보도록 강요하고 유도하는 행위다.


‘정무적 판단’ 키워드로 우병우 소환

시리즈는 ⑥편에서 ‘정무적 판단’이라는 키워드로 우병우를 호출하고 있다. 기사는 ‘정무적 판단’에 대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의 증언을 소개한 뒤에, ”국정 운영을 보좌하는 민정수석실 결정에는 '정무적 판단' 요소가 많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 이는 또 있었다“며 우병우를 인용한다. 조국 전 장관 재판에서 ‘정무적 판단’을 주장하는 것이나 우병우가 ‘정무적 판단’을 주장하는 것이나 둘 다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경우는 엄연히 다르다. 조국 전 장관 재판에서 조 전 장관이나 백원우 전 비서관 측에서 강조하는 ‘정무적 판단’은 감찰 결과 유재수의 처리 부분에 대한 것이다. 이 사건의 기소 내용은 ”감찰을 지속하지 않고 중단시켰다“는 것으로 ‘처리 내용’ 그 자체는 기소의 대상이 아니다. 단지 검찰의 “수사기관 이첩이 아니면 이는 곧 감찰을 중단한 것”이라는 논리에 동원되는 소재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병우는 “민정수석실 업무 자체가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며, 자신을 잡아넣기 위해 “국정농단과 관련 없는 민정수석 업무와 관련해 직권남용으로 기소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별다른 설명 없이 “민정수석실 업무 자체가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우병우를 인용하는 것은,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비서관도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전혀 다른 사건 동일시하는 SBS

⑦편에서의 우병우 인용은 더욱 위험하고 노골적이다. 이 기사는 ▲“재직 시절 있었던 일을 검찰이 사후적으로 재구성해 재단했다”(조국) ▲“대통령 비서실의 정무적 판단에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죄를 과도히 적용하지 말라”(우병우)는 발언을 병렬시켜놓고, “법의 심판대 위에 선 이들이 피력한 쟁점은 이처럼 같다”고 정리하고 있다.

같기는 뭐가 같나? 위에서 얘기했듯이 우병우는 민정수석실 업무에 대해 기소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것이고, 조국 전 장관은 검찰이 기소한 사건의 내용에 대해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조국 전 장관 재판에서 검찰은 “유재수에 대한 감찰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을 정도로 지속했어야 한다”는 자의적인 전제를 세워놓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기소했다. 기소 내용 자체가 자의적이다.

또한 권리행사 방해의 대상, 즉 피해자도 분명하지 않다. 검찰은 이에 대한 변호인의 추궁이 있은 뒤에야 이인걸 특감반장과 특검반원을 피해자로 적시했지만, 그들이 권리행사의 주체로서 그것을 방해받은 피해자인지 여부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다.

우병우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행위는 민정비서관 재직 당시 공정거래위 심사관에게 "공정거래위 전원회의에서 'CJ E&M을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진술하라"고 강요한 것이다.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강요한 행위가 분명하고, 피해자 역시 분명하다. 이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만 따지면 된다. 그것이 권리행사 방해와 강요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다툼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또한 검찰은 조 전 장관 재판에서 당초의 ‘직권남용’에 예비적으로 ‘직무유기’ 혐의를 추가했다. 그러나 사건이 추가되거나 달라진 것이 아니다. 검찰 스스로도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동일하다”고 밝히고 있다. 같은 내용에 대해 양립 불가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를 동시에 적용한 것이다.

SBS의 기사는 우병우 역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로 동시에 기소됐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 혐의는 전혀 별개의 사건이다. 직권남용은 위에서 얘기한 ‘CJ E&M 고발 의견 강요’ 행위이고, 직무유기는 “최순실과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의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관련 비위 행위를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찰 직무를 유기한 채 진상 은폐에 가담한 행위”에 대한 것이다. 


 

▲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8.24/뉴스1



최순실·안종범 비리, 감찰은커녕 은폐 주도했던 우병우


SBS는 조국 전 장관의 ▲수사권보다는 약한 감찰 권한, 그리고 ▲감찰 결과를 처리할 때 정무적 판단을 근거로 갖는 어느 정도의 재량권을 주장하는 데 빗대어, 이에 반하는 듯한 우병우에 대한 1심 판결 내용을 제시한다.

우병우의 1심 재판부가 “▲특별감찰반이 별도의 조직까지 두어 고위공직자 및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의 비리 등을 엄격히 감찰하도록 하고 있고 ▲비위 정황이 확인되는 경우 감찰에 착수하여 진상을 파악한 다음, 대통령 보고 또는 수사의뢰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는 우병우가 민정수석으로서 최순실과 안종범의 위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인지하고도 감찰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은폐에 주력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는 ▲민정수석실의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대한 세평 자료 수집 ▲최순실·안종범의 재단 설립 및 운영 관여에 대한 언론 보도와 국회 지적 ▲안종범이 이미 우병우에게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을 독대하면서 출연금을 요구했고, 청와대가 재단 임원 선임에 직접 관여했다"고 말해줬다는 것을 유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병우는 (감찰 및 조사에 들어가지 않은 채) '최순실의 개인 문제로 볼 수 있지만, 확인된 것이 없다'는 취지의 법적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며 "그 문건은 박근혜의 입장 발표·안종범 등의 허위진술 요구 등 적극적 은폐 활동을 뒷받침했다"고 덧붙였다.

유재수는 2019년 수사를 통해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감찰 당시 확인된 내용은 이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조국 전 장관은 “감찰은 (그 이상의 비위를 파악할 수 있는) 강제수사권이 없다”고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우병우는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에 대해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인지하고도 감찰에 들어가지 않고 오히려 은폐를 주도했다. 우병우 재판부는 이를 지적하기 위해 “특별감찰반이 별도의 조직까지 두어 고위공직자 및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의 비리 등을 엄격히 감찰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조국 재판에 선수로 뛰고 있는 SBS

조국 전 장관과 우병우의 경우는 ▲민정수석 당시 있었던 일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로 기소됐다는 사실 외에는 전혀 공통점이 없다. 둘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조 전 장관 재판에 맥락 없이 우병우를 호출하는 것은 “우병우가 유죄이므로 조국도 유죄”, 혹은 “우병우가 나쁜 놈이므로 조국도 나쁜 놈”이라는 프레임을 유포하기 위한 것이다.

SBS의 <[취재파일] 민정수석 조국, 절제와 개입 사이> 시리즈는 속보에서 전할 수 없는 재판의 상세한 내용을 전달하고 기록한다는 취지로 연재되고 있다. 그러나 전편에 걸쳐 “조국은 유죄”라는 심증을 다양한 표현과 프레임을 동원해 표출하고 있다.

SBS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유죄 심증을 은연중에 드러내면서, 사실상 아무 관계도 없는 우병우를 반복적으로 인용하는 것은, 독자 및 시청자들에게 그들의 심증을 강요하고 사실의 오인을 유도하는 행위다. 이는 곧 그들이 이 재판에서 관전자나 전달자가 아니라 검찰의 편에서 여론전을 벌이는 선수로서 뛰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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