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日, 코로나 백신 공급 대혼란... 한국만 차근차근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1-01-26 08: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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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정부 허세로 접종 현장 수송 차질
유럽, 화이자·AZ 생산시설 문제로 공급 지연
일본, 화이자 공급계약 '6월까지'에서 '12월까지'로
▲ 문재인 대통령이 1월 20일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코로나19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청와대 제공

 

 

지난 해 11월에서 12월까지 우리나라 언론만 보면 마치 외국 주요국은 모두 코로나 백신을 확보해 접종에 들어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백신에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것처럼 오해하기 딱 좋았다.

12월 초 우리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와의 백신 체결 완료를 발표할 시점에 언론은 “미국과 유럽은 7억 도즈, 인도는 5억 도즈, 일본은 3억 도즈, 영국은 1억 4500만 도즈를 확보하고, 영국은 8일에 접종을 시작하고 미국은 15일 접종을 시작하는데 한국은 뭘 하고 있느냐”며 있는 대로 호들갑을 떨며 다그쳤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이르면 3월, 한국은 빨라야 3월”이라는 희대의 헛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러한 언론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접종 시작, 11월 집단면역 완성”이라는 목표를 꿋꿋하게 되뇌면서 12월 말 5600만명 분 계약 완료를 알렸다. 지난 2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2000만명 분 추가 확보를 알렸고, 22일에는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백신 유통관리 전담업체 선정과 계약을 완료한 뒤, 28일 구체적인 접종 일정 공개를 앞두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월 25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을 받으며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보고를 청취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우리 정부가 백신 도입과 접종 계획을 차근차근 추진해나가고 있는 동안, 언론들이 입에 침을 튀겨가며 거론했던 미국, EU, 일본 등은 모두 접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말까지 4000만 회분을 보급하고, 2000만 명에게 접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접종을 시작한 지 한 달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이 수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백신 추적 시스템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20일 오전 기준 3599만 회분이 배포됐고, 1652만 명이 접종했다. 배포와 접종 모두 지난 연말 목표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임 트럼프 정부가 이룰 수 없는 목표 수치를 제시하고는 정작 수송과 보관 대책을 충분히 세우지 않아 백신이 접종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허세가 끝까지 말썽을 부린 것이다.

EU는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공급이 늦어져 곳곳에서 접종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화이자는 벨기에의 생산시설 증설을 위해 공급을 일시 중단했고, 아스트라제네카는 인도 위탁업체 화재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으로 3~4주간 공급이 지연될 것이라고 EU에 통보했다. 이에 다급해진 EU 회원국들은 법적 수단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 2020년 11월 12일 조선일보 보도


 

일본은 지난 21일 사카이 미나부 관방 부장관이 “올해 6월까지 접종 대상이 되는 모든 국민에게 필요한 수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으나, 25일에 이르러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이 “승인된 백신이 없는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공급 스케줄을 밝히는 것은 곤란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일본은 화이자와 “6천만명 분 6월까지 공급”으로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21일 계약 체결 때는 물량을 7200만명 분으로 늘리면서 공급 시기가 연말까지로 늦어졌다. 또한 일본 국내 수요를 다케다약품공업에서 생산하기로 된 노바박스는 이제야 3상 임상실험에 들어갔으며,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는 계약 물량의 구체적인 공급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일본은 올해 안에 전국민 접종을 완료한다는 목표도 불분명해졌고, 더욱이 접종 일정 지연으로 올림픽 개최가 불가능해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화이자는 백신 개발을 지원한 미국 연방정부에 백신을 우선 공급하기로 하여 일본과의 계약분 전달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화이자 백신을 중심으로 초기 접종 계획을 세운 것이 독이 되고 있는 것이다. 

  

 

▲ 2020년 12월 18일 조선일보 보도



그러나 우리나라는 화이자 백신 5만명 분이 코백스(COVAX)의 초도 물량을 설(2월 12일) 전에 공급될 예정이어서 설 이후로 예정됐던 첫 접종이 설 이전으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또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유럽 물량 공급 지연 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생산 물량을 공급받게 되어있으므로 공급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

또한 화이자 백신이 뒤늦게 코백스에 참여함에 따라 냉동 수송과 보관 장비가 필수적인 화이자 백신의 특성상 코백스에 공급되는 화이자 백신 물량은 우리나라에 우선 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나라 언론이 마치 백신의 표준처럼 떠받들면서 “한국은 하나도 확보 못할지도 모른다”고 저주를 퍼부었던 화이자 백신이 계획했던 물량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공급될 전망이다.

1월 25일 현재 주요국의 1일 신규확진자 수는 미국 170,833명, 영국 30,004명, 프랑스 18,435명, 독일 6,729명, 일본 4,152명, 한국 437명이다. 코로나19가 전혀 통제되지 않아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던 미국과 유럽과는 달리, 간헐적인 대유행에서조차 1,000명 선으로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 따라 안전하고 효율적인 접종에 무게를 두고 준비를 해온 우리나라의 백신 확보와 접종이 훨씬 더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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