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이 尹 징계에 “절차적 정당성·공정성” 강조한 이유는?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12-03 21:14:00
  • -
  • +
  • 인쇄
정연주 사장 사건 대통령 재량권 남용과는 무관
취소 판결, 사전통지·의견청취 등 절차상 하자 때문
사상 초유 검찰총장 징계, 절차적 정당성 중요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와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힌 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징계위는 더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전날 발탁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지 않도록 한 것 역시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라는 언급을 했다고 강 대변인이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윤석열 검찰총장 측의 징계위 연기 요구를 받아들여 4일 예정이었던 징계위를 10일(목)로 연기했다. 

 

 

▲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브리핑하고 있다.


윤석열 징계 이후 필연적으로 이어질 법적 소송

문재인 대통령이 징계 절차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는 것은 그 자체가 당연하고 중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임기제 고위공직자에 대한 ‘해임 조치’에 있어 최초이면서 유일한 사례인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해임무효청구소송의 판례에 비추어볼 때, 향후 예상되는 윤석열 총장 측의 행정소송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는 그 결과 만큼이나 처분에 대한 법적·정치적 정당성이 대단히 중요하다. 결과를 예단하지 않더라도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의 징계에 의한 해임은 그 자체로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다. 그 의미에 걸맞는 법적·정치적 정당성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사건은 검찰총장 등의 임기제 고위공직자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권의 성격을 최초로 규정했다. 청와대가 “검사징계법 제23조에 따라 문 대통령이 징계위 결정을 그대로 집행해야 한다”는 내부 판단을 강조하는 것도, 검사징계법이 "검사의 해임ㆍ면직ㆍ정직ㆍ감봉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는 것과 함께, 정연주 사장 사건의 판례가 대통령의 해임권한의 성격을 “제청권자의 제청을 그대로 이행하는 것”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법원이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재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의 효력을 중단하라고 결정한 직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2020.12.1/뉴스1

 


법원 “대통령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볼 수 없어”

정연주 전 사장 사건에 있어 법원은 대통령의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를 판단하면서 “한국방송공사 이사회의 해임제청에 따라 이 사건 해임처분을 하게 된 것인 점”을 들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하자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중대·명백하다고까지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해임 처분이 해임제청에 따른 것이므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하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해임제청의 근거가 된 KBS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중 일부의 내용이 해임 사유에 해당하지 않다고 한 부분에 대한 것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임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보면서도, “이런 점을 감안해도 해임을 무효화할 만큼 중대하고 명백한 일탈·남용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일부 언론은 정연주 전 KBS 사장 사건의 판례를 제시하면서 “대통령이 징계를 단순히 집행한 경우라도 추후 소송 과정에서 '재량권 남용'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해임 무효 소송에서 대통령의 재량권 남용이 인정돼 일부 승소한 것이 대표적인 판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사건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판결



정연주 사장 해임 취소 판결의 이유는 ‘절차적 하자’

법원이 정연주 사장 사건에 대해 ‘해임 취소’ 판결을 내린 것은 절차적 하자 때문이다. 법원은 취소 사유에 대해 “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그 처분의 내용을 사전에 통지하거나 그에 대한 의견제출의 기회, 소명기회 등을 부여하였다고 볼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해임처분은 적법한 사전통지 등의 절차를 결여하여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당시 KBS 이사회는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감사원의 질의에 대해 정연주 사장이 이에 답변서를 작성해 제출한 것이 “해임처분에 있어서의 의견제출의 기회를 부여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KBS는 처분 결과에 대해서도 ‘정부인사발령통지’라는 서면 통지에 의해 해임 처분을 하였는데, 이에 대해서도 “원고에 대한 해임처분의 법적 근거 및 구체적인 해임사유 등과 같은 이유를 전혀 제시하지 아니하였던 바, 이 사건 해임처분은 그 근거와 이유 제시의무를 흠결한 처분으로서 또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대통령의 재량권에 대해서는 해임 처분 무효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고, 오로지 행정절차법상의 절차적인 하자만을 이유로 들어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사건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판결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무엇보다 중요한 ‘절차적 정당성’

윤석열 총장이 징계로 해임되어 소송을 벌일 경우 피고는 최종적인 인사처분권자인 대통령이 되므로 재량권 남용 여부가 다툼의 대상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정영주 사장 사건의 경우 해임의 근거가 된 감사원 감사 결과 중 상당 부분에 대해 “해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도 이를 근거로 한 대통령의 최종적인 해임 처분이 “대통령의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을 보면, 윤석열 징계의 경우 대통령 재량권의 남용 여부가 크게 다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윤석열 총장 측이 이미 ‘절차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고, 감찰위원회의 결정도 ‘절차’를 문제 삼고 있는 만큼, 이후 진행될 징계에 있어 실질 내용과 무관한 절차에 하자가 생긴다면 향후라도 검찰총장 징계에 대한 법적·정치적 정당성에 훼손이 생길 수도 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3일 오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법무부는 4일로 예정됐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10일(목)로 연기했다. 2020.12.3/뉴스1


징계 내용과 절차 충실하게 갖출 여유 갖게된 법무부

단지 소송 대비 차원이 아니라,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 거부, 검찰권의 자의적인 남용, 판사 사찰과 같은 반헌법적 행위 등을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로써 단죄한다는 의미를 감안한다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달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한 이후 오늘까지 10일 동안 윤석열 징계 국면은 ‘폭주’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숨가쁘게 달려왔다.

윤석열 총장의 징계가 검찰개혁의 과정에서 갖는 무게를 생각한다면, 대통령의 절차적 정당성·공정성 강조를 계기로 잠시 숨을 고르면서 징계의 실질과 절차의 완성도를 갖출 수 있는 여유를 갖게된 것도 나쁘지 않다.

 

 

 

[저작권자ⓒ 더브리핑.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