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직 2개월... 앞으로 검사 징계는 어떻게 할 건가?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12-16 12: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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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정직 사례는 모두 개인 차원의 사적 이익 취득이나 권한 남용 사례들이다. 게다가 징계에 있어 부릴 수 있는 최고의 진상짓을 검찰총장이 직접 있는 대로 펼쳐 보여준 이 마당에, 앞으로 어느 검사가 징계 조치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고분고분 절차에 임할 것인가?
▲ 16일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2020.12.16/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가 정직 2개월로 결정됐다. 정직도 중징계에 해당한다고는 하나 해임에 비해서는 턱없이 약한 것이며, 더 나아가 2개월이라는 기간은 정직 가능성을 강하게 흘리던 언론의 예상보다도 적은 것이었다.


법리적 판단에 치중된 징계위 결정

징계위원회는 정무적 판단과 법리적 판단 사이에서 갈등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정한중 징계위원장이 징계 결과를 밝힌 후 “국민들께서 만족 못하시더라도 양해를 부탁한다”며 “양정에 대한 국민의 질책은 달게 받겠다”고 한 말에 잘 담겨 있다.

징계위원회는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안에 대해 검찰총장에게 고도의 책임을 묻는 정무적 판단보다, 검사와 다른 공직자들에 대한 징계 사례와 징계 불복에 따른 취소 소송 등에 대한 법원의 판례를 중심으로 한 법리적 판단만을 기준으로 한 결정을 내렸다. 검찰총장을 일반 검사나 다른 고위공직자와 같은 반열로 본 것이다.

공직자는 일반 국민들에 비해, 고위 공직자는 일반 공무원들에 비해 직무와 윤리에 있어 훨씬 높은 준수 의무를 지닌다. 더구나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강력하게 제한하는 권력을 지닌 검찰총장은 다른 공직자들에 비해, 그리고 일반 검사들에 비해 더더욱 높은 수준의 직무 책임과 윤리기준을 준수할 의무를 지녀야 한다.

징계위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징계를 청구한 8개 혐의 중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 유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혐의는 무혐의,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만남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등 2가지 사유에 대해선 불문(不問) 결정을 내리고,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 정치적 중립 훼손 등 4가지 혐의를 인정했다.

최소한 이 4개의 혐의에 대해서만 놓고 보더라도 검찰총장이 지녀야 할 고도의 책임과 의무에 견주어 본다면, 정직 2개월은 거의 면죄부를 부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징계위는 권한 남용이 가장 큰 문제인 검찰의 직무기강을 위해서라도 더 높은 수준의 징계를 내렸어야 했다. 

 

정직 2개월이라는 징계는 기존의 검사 징계 사례에 비춰봐도 너무나 가볍다. 최근 있었던 검사의 정직 사례는 아래와 같다.  

 

○ 공사업자에게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를 하게 함(2020.12.3. 정직 3월)
○ 오피스텔에서 성매매하여 품위손상(2020.5.25. 정직 3월)
○ 사적인 이유로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접속하여 사건내역 조회하고, 수사중인 사건의 변호사에게 유흥주점에서 31만원 향응 수수하여 품위 손상(2018.8.2. 정직 6월)
○ 수사 진행 중인 사람에게 돈을 차용하여 차명으로 주식투자, 일본여행 중 파친코 출입, 주임검사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함(2018.5.23. 정직 4월)

 

모두 개인 차원의 사적 이익 취득이나 권한 남용 사례들이다. 검찰총장의 직위를 이용해 판사를 사찰하고 감찰과 수사를 방해하는 등의 행위가 어떻게 사적 이익 취득과 개인적인 권한 남용보다 더 징계 수위가 낮을 수 있는가?


전례에 따르면 감찰 착수 시점에 사퇴했어야

그러나 정작 한심한 것은 윤석열 총장 본인의 처신이다. 검찰총장의 거취는 사실상 전적으로 정무적 결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9년 이후에도 총장의 거취는 대통령의 직간접적인 불신임의사 표시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사와의 대화’에서 “지금 검찰총장이 김각영이라는 분이죠?”라는 말로 불신임을 표시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채동욱 총장의 사생활에 대한 감찰로 강력한 불신임 의사를 나타냈다. 김각영, 채동욱 두 총장은 이런 불신임 의사에 곧바로 사퇴했다.

이러한 전례에 비추어 본다면 윤석열 총장은 본인에 대한 감찰이 시작되는 순간, 그것을 임명권자의 의사로 받아들여 사퇴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윤석열 총장은 말단 공무원이 징계를 받았어도 하지 않았을 온갖 사소한 문제를 걸고 넘어지며 끝까지 버텼고, 징계가 결정된 뒤에도 이에 불복하며 버틸 태세다.


징계의 모든 절차를 문제 삼은 윤석열 총장 측

윤석열 총장은 감찰 착수 단계부터 감찰 통보 접수를 거부하고, 징계 결정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갖은 이유를 들어가며 불복하고 저항해왔다. 특히 모든 관계 법령에 비공개로 규정하고 있는 징계위원의 명단 공개를 수차례 요구하면서 징계위가 열리자마자 불과 몇 분만에 징계위원 명단을 언론에 흘렸다.

징계위원 기피와 관련된 법원의 판례가 축적되어 있어 기피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두 차례나 징계위원 기피 신청을 감행했다. 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첫 번째 기피 신청은 징계 절차를 지연시키기 위한 것이었으며, 두 번째 기피 신청은 징계위원회 구성을 불가능하게 하려는 의도에 해당한다.

그리고 징계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취재진에 입장문을 보내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이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과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 잡겠다"고 즉각적으로 불복 의사를 밝혔다.


앞으로 검사 징계는 어떻게 할 건가?

대체 어느 검사가 징계에 있어 윤석열 총장처럼 처신했던가? 어느 검사가 감찰과 징계로 이어지는 단계 단계마다 불복하고, 저항하고, 규정에도 없는 요구를 하고, 징계절차 자체를 무위로 돌리려는 시도를 했던가?

징계 절차에 임하는 윤석열 총장의 태도는 한 마디로 오만방자(傲慢放恣)에 방약무인(傍若無人)의 전형이었다. 절차를 따질 때는 좀스런 동네 건달의 모습이었고, 징계위원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으름장을 놓을 때는 허공에 대고 주먹을 마구 휘둘러대는 조폭의 모습이었다.

검사 징계는 검찰총장이 청구하여 시작되고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인 징계위원회에서 진행한다. 그런데 이제 징계에 있어 부릴 수 있는 최고의 진상짓을 검찰총장이 직접 있는 대로 펼쳐 보여준 이 마당에, 앞으로 어느 검사가 검찰총장의 징계 조치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고분고분 절차에 임할 것인가? 검찰총장이 몸소 법무부 장관에게 있는 대로 대들고, 징계위원회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거수일투족을 문제 삼는 본을 보여줬는데, 앞으로 검사 징계는 어떻게 할 건가?


윤석열 총장이 새겨들어야 할 임기제 총장의 의미

감찰과 징계가 진행되는 동안 윤석열 총장은 대검과 변호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임기제 검찰총장’을 강조하더니 징계 직후 입장문에서는 직접 이를 언급했다. 참으로 후안무치한 행동이다.

‘임기제 총장’을 방패막이처럼 내세우는 윤석열 총장이 꼭 새겨들어야 할 말이 있다. 참여정부 시절 중수부 폐지를 놓고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이 “내 목을 쳐라”라는 망언을 했을 때 노무현 대통령이 하신 말씀이다.

“검찰총장의 임기제는 수사권의 독립을 위해서 있는 것이지, 정부의 정책에 관해 일방적으로 강한 발언권을 행사하라고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2004년 6월 5일)

검찰총장의 임기제는 수사권의 독립을 위해 있는 것이지 판사 사찰과 같은 위헌적 행위를 지시하거나 감찰과 수사를 방해하고 노골적인 정치적 행태를 보이는 등 검찰총장의 직무와 검사의 윤리 의무를 벗어나는 위헌적 일탈 행위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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