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기소권 완전 분리, 9부 능선까지 와있다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12-14 09: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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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라는 과제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단계는 어느 정도까지 와 있을까? 아주 단순화시켜 얘기한다면 형사소송법에서 검사 수사권을 명시한 조항만 삭제하면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는 이루어진다.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진척되어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생각보다 높은 수준으로 진척된 권력기관 개혁 작업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라는 과제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단계는 어느 정도까지 와 있을까? “첫 발을 내딛는 의미” 정도의 기초적이고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는 일각의 비판과는 달리, 법령상으로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에 거의 근접해 있다.

아주 단순화시켜 얘기한다면 검사의 수사권을 명시한 형사소송법 제196조와 검찰과 경찰이 동일한 사건을 수사할 때 검찰이 송치를 요구할 수 있게 하고 경찰은 지체 없이 송치하게 한 제197조의4, 이 두 줄만 삭제하면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는 이루어진다.

공수처 설치에 비해 미온적으로 추진되어온 듯 보이던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작업이 마지막 꼭지만 따면 완성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깊이 있게 진척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 전반기 조국 민정수석과 박상기-김부겸 장관을 중심으로 추진된 검찰개혁과 권력기관 개혁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진행되어 있는 것이다.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8년 1월 14일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도표를 통해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수사권 분리의 목표는 수사권의 적절하고 적법한 행사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라는 과제를 흔히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빼앗아 내오는’ 관점에서 생각하지만, 근본적인 목표는 국가의 가장 강력한 강제력 중 하나인 수사권이 적절하고 정의롭게 행사되도록 하는 것이다.

종전의 수사권이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 의해 독점되면서 폭력적이고 범죄적인 전횡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혁파하고자 하는 것이지, 검찰이 수사에 일절 관여하지 못하게 하거나 수사와 관련하여 검찰을 완전히 빈털터리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에 있어서는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분리해내는 것보다, 수사권을 이관받는 경찰이 이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것과 함께,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기소권자로서 검사가 가져야 할 수사 통제권

수사는 기소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기소의 관점에서 수사가 적절하게 이루어지는지, 법 적용이 적절한지, 그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없는지에 대해 기소권의 범위에서 검찰이 감독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검사에게 주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에 대해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입장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검사의 수사지휘는 사법경찰관의 수사 과정에서 있을지 모를 인권침해를 통제하는 검사에게 주어진 본연의 임무이자 검찰제도의 존재 이유.
2. 수사는 기소 여부 결정을 위한 사전 단계로서 기소권자인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부터 증거관계 및 강제수사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 지휘해야 함.
3.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이 혼재되어 있고, 자치경찰제 등도 실시되고 있지 않은 채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한 중앙집권적인 경찰조직이 수사권을 행사할 경우의 문제점 해소가 선행되어야 함.

이 조건들은 이미 법령과 제도로서 모두 충족되어 있다. 올해 2월, 20대 국회 말미에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검찰이 수사권을 가질 수 있는 조항을 남겨놓은 반면, 검찰이 기소권자로서 경찰의 수사를 감독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한과 장치들을 다양하게 규정해놓았다.

 

 



검찰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고 있는 수사권 분리 작업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지휘’에 관한 조항을 삭제하여 경찰의 수사개시권과 1차 수사권을 보장하고, 수사 후 기소 의견 여부에 따라 송치와 불송치를 결정할 수 있는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헌법에 명기된 영장청구권을 통해 수사 중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수사 과정에서 법령위반,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사실의 신고가 있거나 인지하게 된 경우 사건기록을 송부받아 검토한 후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또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필요한 보충수사를 요구할 수 있게 하고,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경우에도 불송치결정문과 사건기록등본을 검사가 검토하여 불송치 결정이 위법 부당한 경우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게 했다.

즉 검사가 경찰 수사 전반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으며, 보완수사와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여 경찰이 수사권을 독단적으로 행사하거나 남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경찰법 등의 개정을 통해 경찰 기능과 조직도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을 분리하고, 국가수사경찰과 자치경찰을 분리하며, 경찰에 대한 통제권도 경찰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장 등으로 분산하도록 하고 있다.

 

 

▲ 2020년 1월 13일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남은 것은 검사 직접수사권 폐지

그동안 검찰은 검찰의 수사경험 활용과 경찰의 수사능력 미비를 이유로 수사권 조정에 반대해왔고, 정부와 여당은 이를 감안해 검찰개혁 작업을 1단계와 2단계로 분리해 1단계에서는 형사소송법에 검사의 수사권 조항을 존치시키고 검찰청법 시행령으로 6개 분야의 직접 수사권을 명시했다.

즉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라는 목표를 실질적으로 살펴보면 형사소송법에 남아있는 검사의 수사권 조항을 삭제하고, 6개 분야의 직접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조치만 남아있는 셈이다.

그러나 6개 분야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수사권 완전 분리를 전제로 한 과도적인 조치로서는 양해할 수 있지만, 사실상 종전의 수사권·기소권의 검찰 독점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털어서 명예를 얻고, 덮어서 돈을 버는” 검찰권의 남용, 그리고 혐의 조작과 증거 조작 등의 범죄적 전횡이 벌어졌던 부분은 모두 특수·공안 분야로, 검찰 직접수사 6개 분야는 모두 이 분야에 걸쳐 있다.

 

▲ 2020년 12월 8일 국회 법사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수사권·기소권 완전분리 입법작업 곧바로 들어가야

정부와 여당은 이를 과도기적 조치, 혹은 단계적 조치로 상정하고 있는 반면에, 검찰은 검찰 고유의 수사분야로 고착시키려고 하고 있다. 과도기적 조치의 해소와 수사권·기소권 분리의 완전 이행이 늦어질수록 검찰은 6개 직접수사분야를 중심으로 한 실질적인 수사권·기소권 독점 체제를 영원무궁 유지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그러한 시도는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대로 자의적이고 선택적인 수사와 기소로 문민통제 원칙에 도전하면서 국민 여론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도발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이는 그간의 검찰개혁을 위한 노력과 희생을 무위로 돌리는 위험에 처하게 할 것이다.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국정원법과 자치경찰 관련법이 통과되면서 문재인 정부 전반기에 구상하고 추진했던 권력기관 개혁의 1단계 작업은 법령과 제도에 있어서 모두 완성됐다. 국가수사본부는 2021년 1월 1일 출범하고, 자치경찰은 6개월간의 시범기간을 걸쳐 전국화된다.

이제 국회는 2단계로 상정해두었던 수사권의 완전 분리를 위한 입법 작업에 곧바로 들어가야 한다. 단순화시켜 얘기하면 형사소송법의 검사 수사권 조항만 삭제하면 될 일이지만 관련된 부수 규정과 관련 법률들을 손보는 일은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또한 경찰의 개혁과 조직 개편도 수사권 완전 분리에 연동되므로 이를 위한 입법작업은 더욱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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