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는 전쟁이 나도 ‘재정건전성’만 따질 텐가?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1-01-12 16: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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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지원, 보편지원을 따지는 것은 이제 입이 아플 정도다. 필요한 분들에게 두텁게 지원하는 것도 해야 하고, 누구랄 것 없이 모두 피해입은 부분은 그것대로 가리지 말고 지원해야 한다. 국민들의 삶은 코로나가 지나간 뒤에도 살아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게 피폐해져가고 있는데, 기재부는 도대체 언제까지 재정건전성만 따지면서 내몰라라 하고 있을 텐가.

K-방역은 성공했다. 지금까지도 성공했고 끝내도 성공할 것이다. 팬데믹은 방역과 경제를 포함한 개념이다. 경제도 잘 방어하고 있다. 경제가 잘 방어되고 있는 것은 방역에 성공하고 있는 덕에 생산 시스템이 큰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K-방역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국민의 희생과 인내에서 나온다. 김밥집이나, 커피점이나, 헬스장이나, 노래방이나 필요하면 군말 없이 문을 닫았고, 테이블을 걷었다.

광신(狂信)종교집단들이 1차, 2차, 3차 대유행을 일으켰지만, 그 외 모든 국민들은 희생하고 인내하고 있는 덕에 그리 길게 가지 않고 기세가 꺾여왔다.

그러나 이러한 희생은 그냥 국민의 희생으로 그치고 있다. 어떤 업종이나 매출은 반토막 나고 수입은 끊어졌다. 그 와중에도 임대료와 인건비, 세금과 보험료는 꼬박꼬박 쌓인다. 견디지 못해 폐업한 가게가 부지기수고, 그렇게 해서 사라진 일자리도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정부는 희생하지 않으려고 한다. 가계는 파탄나고 있는데 국가의 재정건전성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단다. 정부는 오로지 재정건전성만 내세우며 가게 문을 닫고 일자리를 잃어 하루하루가 살기 어려워진 국민들은 알아서 버텨보라고 내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가장 돈을 안 쓰고 있는 나라에 속한다. 안 써도 너무 안 쓴다.

  

 

▲ IMF의 ‘코로나 대응 재정’ 보고서/2020.10
  

 

2020년 10월에 발표된 IMF의 ‘코로나 대응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코로나 대응 재정규모가 GDP 대비 13.8%로 G20 국가 중 터키와 함께 공동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많이 집행한 국가는 독일(39.2%), 이탈리아(37.9%), 일본(35.0%) 순이다.

그러나 20개국 중 10위라는 기록은 일종의 눈가림이다. 이는 예산으로만 집행하는 예산수반조치와 융자, 보증 등으로 이뤄진 비예산조치를 합친 규모다. 재정 대응 중 순수 예산으로 집행한 규모는 GDP 대비 3.5%로 20개국 중 13위로 떨어진다.

 

 

▲ IMF의 ‘코로나 대응 재정’ 보고서/2020.10

 

 
G20 국가 중 가장 많은 코로나 대응 예산을 투입한 나라는 캐나다(12.5%), 미국(11.8%), 호주(11.7%), 일본(11.3%) 순이다. 우리나라보다 예산을 적게 쓴 나라는 인도네시아(2.7%), 러시아(2.4%), 사우디아라비아(2.3%), 인도(1.8%), 터키(0.8%), 멕시코(0.6%) 등이다.

융자·보증 등의 비예산조치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20개국 중 8위에 해당한다. 융자와 보증은 예산을 직접 지원하는 것보다 개별 수혜 규모가 크므로 그 나름대로의 필요와 의미가 있지만, 결국은 빚이다. 코로나 피해의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는 것이다. 

 

 

▲ IMF의 ‘코로나 대응 재정’ 보고서/2020.10

 


이런 결과로 전세계가 막대한 재정을 지출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우리나라의 2020년 재정적자 예측치는 GDP 대비 –4.2%로 OECD 31개국 중 28위에 해당한다. 이를 두고 어떤 보수언론은 "韓 올해 재정적자, 선진국 중 최소 수준"이라며 보도했다. 그래서 잘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난리통에 정부 재정적자가 세계 최소 수준이라는 것은 자랑스러워 할 일이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국민들은 픽픽 쓰러지고 있는데 정부는 금고를 꽉 걸어 잠근 채 휘파람만 불고 있는 게 자랑이 될 수는 없다. 심하게 말하면 쪽팔린 줄 알아야 한다.

 

 

▲ OECD '국가 재정 예측' 보고서/2020.10


 

일본은 음식점이 영업시간을 밤 8시까지 단축하면 하루 최대 60만원의 협력을 지원받는다. 한 달이면 1,800만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폐쇄명령을 받은 업소가 300만원을 지원받는다. 그것도 영업제한 정도에 따른 것이 아니라 1회성에 불과한 지원이다.

가장 많은 직접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캐나다는 2020년 3월 이후 영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던 사업자들에 대해 다달이 150~200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영업 축소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100만원 남짓되는 지원금을 다달이 지급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임대료에 있어서 정부가 65%를 지원한다. 사업자는 35%만 부담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지원 대상에 해당이 돼도 어떤 경우는 한 달 월세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원금의 대부분이 임대료로 빠져나가 버린다.

일본과 캐나다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미국, 독일, 호주 등등 거의 모든 나라가 일본과 캐나다에 준하는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하니마니, 이렇게 하니 저렇게 하니 갑론을박하고 있는 나라도 없다. 당연하게 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 나라는 나라같은 나라 중에 우리나라 밖에 없다.

여당인 민주당은 재난지원금의 전국민지급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홍남기 기재부 장관은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시기상조”라고 받아치고 있다. 그러면서 “필요한 분들에게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둘러대고 있다.

선별지원, 보편지원을 따지는 것은 이제 입이 아플 정도다. 필요한 분들에게 두텁게 지원하는 것도 해야 하고, 누구랄 것 없이 모두 피해입은 부분은 그것대로 가리지 말고 지원해야 한다. 국민들의 삶은 코로나가 지나간 뒤에도 살아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게 피폐해져가고 있는데, 기재부는 도대체 언제까지 재정건전성만 따지면서 내몰라라 하고 있을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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