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측과 조선일보의 ‘간 큰 왜곡’?... “징계위원 기피 대법 판례”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12-11 13: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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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측과 조선일보는 “기피 대상자들의 기피 원인이 공통되는 성격이면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기피 결정에도 참여할 수 없다”며 “이를 위반한 징계처분은 그 자체로 무효라고 판단했다"는 대법 판례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없는 판례이거나 실제 판례의 일부를 떼어내 결과를 뒤바꿔 제시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총장 측 변호인은 10일 있었던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서 5인의 징계위원 중 정한중 징계위원장 등 4인에 대한 기피신청을 제출했으나 징계위는 “기피신청권 남용”이라는 취지로 모두 기각했다.


윤석열 측 “공통 원인으로 기피 경우 타인 기피 결정 참여 못해”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 총장 측은 그 근거로 2013년 9월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파면 처분을 다룬 대법원 판결을 제시했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당시 대법원이 “기피 대상자들의 기피 원인이 공통되는 성격이면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기피 결정에도 참여할 수 없다”며“이를 위
반한 징계처분은 그 자체로 무효”라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오자 조국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법원이 2009년 1월 30일과 2015년 11월 26일 “징계위원의 전원 또는 대부분에 대해 동시에 기피신청을 하여 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거나 징계절차의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한 경우 등에는 기피신청권의 남용으로 부적법하다”고 한 판례를 소개했다.

또한 2015년 11월 27일의 “징계위원에 대한 수 개의 기피신청이 있는 경우라도 신청을 당한 징계위원은 자신에 대한 의결에만 참여할 수 없을 뿐 다른 사람에 대한 의결에는 참여할 수 있다“는 판례도 함께 제시했다.

또한 법무부도 징계위원회가 산회된 뒤 입장문을 내 조국 전 장관이 제시한 것과 동일한 판례들을 제시하면서 ”기피신청을 당한 징계위원은 다른 위원에 대한 기피의결에 참여할 수 있으며, 징계위원 전원 또는 대부분에 대해 동시에 기피신청을 하여 징계위원회의 결정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신청 자체가 기피신청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2013년 9월에 있었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보도한 매체는 조선일보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다른 매체는 모두 윤석열 측 변호인의 주장을 보도하면서도 관련 판례는 조국 전 장관과 법무부가 제시한 판례를 인용해 보도했다.


같은 내용 다른 결론, 윤석열 측 판례 vs 법무부 판례

조선일보가 윤석열 측 변호인이 제시했다고 보도한 2013년 9월 대법원 판례는 법원의 판례검색시스템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실제로 존재하는 판례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것이다. 그러나 내용상 조국 전 장관과 법무부가 제시한 판례(이하 ‘2015년 판례’)와 유사하거나 일치한다.

조선일보는 해당 판례에 대해 “2013년 한 사립학교 징계위에서 징계대상자가 대학 측 지시에 순응하는 사람들이라는 이유로 징계위원 5명 전원을 기피신청한 사건에서도 이들 위원이 다른 위원들의 기피의결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파면처분을 무효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조 전 장관과 법무부가 제시한 판례의 내용은 원고가 “2013년에 있은 징계위원회에서 징계위원 6인이 총장의 지시에 의해 원고의 노조원 자격을 박탈하는 결의를 주도했으므로 총장 지시에 따라 원고에게 불리한 징계를 내릴 수 있다”며 기피를 신청했고, “재심 징계위원회에서도 같은 이유로 5명의 징계재심 위원 전원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윤 총장 측의 주장이나 조선일보의 보도내용과 정반대였다. “파면처분을 무효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원고의 기피신청은 실질적으로 징계절차의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한 것으로 그 신청권을 남용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부적법”하고, “원고로부터 기피신청을 받은 6인의 징계위원이 자신과 공통된 원인으로 기피신청을 받은 다른 징계위원들의 기피의결에 참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이 사건 파면처분이 절차상 위법하여 무효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고, 대법원은 원심의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윤 총장 측이 제시한 판례와 조 전 장관 및 법무부가 제시한 2015년 대법원 판례가 동일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사건이 일어난 시기와 기피신청 징계위원의 인원 수, 그리고 “징계위원 다수가 공통된 원인으로 기피신청을 당한 경우” 등에 있어 유사하거나 일치한다.

같은 내용에 대해 윤 총장 측이 제시한 판례는 “파면처분은 무효”라고 판결했다는 것이고, 2015년 판례는 “파면처분이 무효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 판례 중간 논리 인용해 결론으로 둔갑시켰을 가능성

비록 법원판례검색 시스템에서 검색되지 않더라도 윤 총장 측 변호인이 제시한 판례가 실제로 존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조 전 장관과 법무부가 제시한 판례의 일부 내용을 가져와 판결 내용을 거꾸로 뒤집어 제시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

2015년 판례는 “파면처분이 무효가 된다고 할 수 없다”는 판결에 이르는 과정에서 “기피사유가 공통의 원인에 기인하는 경우에는 자신에 대한 의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의결에도 참여할 수 없다”는 논리가 등장한다. 이는 윤 총장 측의 주장과 동일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피신청이 징계위원회 구성과 결정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경우 기피신청권 남용”이라는 것이 판례의 논리 구조다.

윤 총장 측과 조선일보가 이 논리의 중간 과정을 떼어내 마치 그것이 판결의 내용인 것처럼 호도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물론 윤 총장 측이 주장하는 “‘윤 총장을 징계해야 한다’는 예단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이 판례에 등장하는 “공통의 원인”으로 볼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같은 시기 같은 내용의 사건에 대해 전혀 다른 결론의 판례가 존재한다면 그것 또한 문제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만약 윤석열 측과 조선일보가 대법원 판례의 일부만 떼어내 마치 그것이 결론인 양 제시했다면 그야말로 사상 유례가 없는 “간 큰 왜곡”을 저지른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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