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권교체기 외교전 벌인 민주당 방미단... 깎아내리기 바쁜 국내 언론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11-21 19: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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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의 입장은 결국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는 현 행정부든 새 행정부든 아무도 만나지 말아야 하고, 가뜩이나 바쁘고 분주한 새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만나달라고 조르며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하며, 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되든 우리는 손놓고 있으면서 처분만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 송영길 국회 외교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방미단이 토마스 수오지 의원 등 한미동맹 결의안을 통과시킨 미 하원 의원들과 함께 19일 미 국회의사당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송영길 국회 외교국방위원장과 김한정 의원, 윤건영 의원등 민주당 한반도TF 방미단이 5박6일의 일정을 마치고 21일 귀국했다.

민주당 방미단은 바이든 행정부와 우호관계를 맺기 위해 워싱턴에 와 있는 유일한 외교사절단으로서 선제적이고 저돌적인 외교전으로 미국 의회와 외교가의 큰 관심을 끌었다.

방미단은 차기 미 의회 외교위원장으로 유력시되는 브래드 셔먼 의원, 한국계로 재선에 성공한 앤디 김 의원, ‘한미동맹 중요성과 한국계 미국인 공헌 평가’ 결의안을 제출해 통과시킨 토마스 수오지 의원 등 하원 의원들과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을 만났다.

또한 크리스토퍼 힐,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와 토비 달튼 카네기 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을 비롯한 미국 싱크탱크의 북핵과 한반도 전문가들과 면담을 가졌다. 

 

브래드 셔먼 의원은 첫 인사로 “미국 의회가 무엇을 해주면 좋겠냐”고 물으면서 민주당 의원단의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방미 외교활동을 높이 평가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브래드 셔먼 의원은 미 하원의 ‘한국전 종전 선언 결의안’에 서명하는 등 이 결의안 채택을 지지하고 있다. 토마스 수오지 의원은 결의안 통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송영길 위원장을 비롯한 방미단과 함께 진행했다. 

 

 

▲ 민주당 방미단은 16일 미 하원 차기 외교위원장으로 유력한 브래드 셔먼(왼쪽에서 두번째) 의원과 면담을 가졌다.


 

방미단이 만난 하원 의원 중 앤디 김 의원과 루벤 갈레고 의원은 바이든 당선자의 측근으로 특히 한국계인 앤디 김 의원은 “바이든 당선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언제든지 나를 통해 이야기 해달라. 전달하겠다”며 바이든 당선자와의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자임했다.

특히 현 행정부 소속인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미국 의회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는 인물이다. 비건 부장관은 방미단과의 면담에서 “다음 행정부에서도 북미협상이 충실히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한반도TF의 방미 직전에는 강경화 외교장관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졌고, 방미 기간 중에는 서욱 국방장관이 크리스토퍼 밀러 미 국방장관이 회담을 가졌다.

정부의 외교장관과 국방장관이 미국 현 행정부를 상대로 외교활동을 지속하는 가운데, 집권당 의원들은 차기 바이든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의회를 상대로 외교전을 펼쳤다.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현 행정부와 차기 행정부 모두 원활한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정부와 집권당이 적절한 팀플레이를 벌인 것이다.

 

 

▲ 11월 11일 중앙일보 보도

 

그런데 국내 언론들은 이에 냉소적이다 못해 성과와 의미를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중앙일보는 민주당 방미단 출국 전인 11월 11일 <바이든 사람들은 읽씹 중인데···방미 강경화의 '난센스 외교'> 기사에서 “현재 바이든 인수위는 미국 주재 외교사절들이 e메일을 보내도 일절 응답하지 않는 ‘읽씹(확인하고 답하지 않음)’ 모드를 가동 중이라는 이야기까지 워싱턴에선 나온다”면서 이런 때에 “민주당 한반도 태스크포스(TF) 소속 송영길·김한정·김병기·윤건영 의원도 16∼20일 미 워싱턴을 방문해 바이든 측 인사들과의 만남을 조율하겠다고 밝혔다”고 비판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11월 20일 <바이든 시대 한·미동맹 복원 흐름에 재 뿌린 여당 방미단>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송영길 위원장이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에게 ‘바이든 정부도 트럼프 정부의 대북 관여정책을 지속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어렵사리 마련된 동맹 복원 흐름에 재를 뿌린 것이나 진배없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강경 정책을 펼칠 것으로 미리 전제하고 “2개월 후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국무부를 떠날 인사를 상대로 바이든 측의 보텀업 방식 대북 압박 기조와 상이한 주장을 편 것”이라고 주장했다. 

 


▲11월 20일 세계일보 사설



또한 동아일보는 11월 20일 특파원 칼럼 <득보다 실, ‘美 인맥 쌓기’ 조급증>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및 그의 측근들과 가까운 인사들을 찾아 네트워크를 확보하려는 주요국 대사관의 움직임이 분주”한 가운데 “주미 한국대사관은 바이든 당선인 측 인사들과 만나겠다며 방미 계획을 추진하는 정부 및 정치권 인사들의 면담 섭외 요구가 줄을 잇고 있어” 이들의 섭외 일정을 잡아주느라 바쁘다고 비판했다.

즉 주미 한국대사관이 자체적으로 새 행정부와의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 바쁠 시간에 우리 정부와 여당 정치인들의 일정을 섭외해주느라 원래 해야할 일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칼럼은 “섭외가 잘 이뤄지지 않자 방미 인사들이 곧 떠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나 이름도 낯선 초선 의원들과 만나는 어색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며 민주당 방미단의 활동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또한 “한국 측의 면담 요구가 집요하게 이어지는 것에 대해 미국 측은 피로감을 표시하기도” 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의 미팅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대면 면담 신청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난감해하는 분위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 11월 20일 동아일보 칼럼


이들의 주장을 모아보면 대략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트럼프 행정부를 만나면 바이든 당선자 측이 싫어할 테고, 바이든 당선자 측을 만나면 트럼프 행정부가 싫어할 텐데 그런 일을 왜 하느냐.
2. 새 행정부 측은 정권 인수에 여념이 없을 테고, 아직 당선이 확정되지도 않아 국외 인사를 면담을 거절하고 있는데 쓸 데 없이 방미는 왜 하느냐.
3. 새 행정부는 새로운 한반도 정책을 구상할 텐데 현 행정부의 성과를 새 행정부가 이어나갈 것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 일이냐.

결국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는 현 행정부든 새 행정부든 아무도 만나지 말아야 하고, 가뜩이나 바쁘고 분주한 새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만나달라고 조르며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하며, 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되든 우리는 손놓고 있으면서 처분만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흔히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대한 답변으로 내놓는 말처럼, ‘일고의 가치’도 없는 소리이며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헐뜯기에 불과한 소리들이다. 

 

 

▲ 송영길 국회 외교국방위원장 등 민주당 방미단이 19일 크리스토퍼 힐,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와 만찬을 가졌다. (왼쪽부터 김한정 의원, 캐슬린 스티븐스 전 대사, 송영길 위원장, 크리스토퍼 힐 전 대사, 윤건영 의원)



한편으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가 펼쳐지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방위비 분담과 같은 비이성적인 요구에 시달리기도 했던 트럼프 행정부에서, 과거 한반도 평화 정책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에 비하면 비교적 ‘정상적인’ 외교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되는 바이든 행정부로 전환되는 시기에, 이와 관련된 우리의 의사를 전달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작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정권 교체가 진행되는 시기에 공식적인 관계를 벗어나기 힘든 정부 차원의 외교와는 달리, 의회를 주 대상으로 하여 폭넓고 자유로운 외교를 펼칠 수 있는 의회 차원의 외교는 더욱 큰 의미와 중요성을 가진다.

송영길 외교국방위원장은 민주당 내에서도 외교의 중요성을 가장 크게 강조해왔고, 특히 격식과 의전을 따지는 전통적인 의원 외교와는 다른 집권당 중심의 전방위 외교를 주장해왔다.

이번 민주당 방미단의 활동은 미국 정권교체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활동이었고, 그 대상자들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중심 인물인 브래드 셔면 의원을 비롯, 한미동맹 결의안을 통과시킨 토마스 수오지 의원, 그리고 바이든 당선자의 측근으로 꼽히는 의원들과 미국 민주당으로부터도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있는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에 이르기까지 매우 적절한 인물들이었다.

국회 외교국방위원장과 집권당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차기 외교위원장에서부터 이번에 당선된 초선 의원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외교를 벌인 것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전방위 외교’라는 송영길 위원장의 지론을 실천한 것이었다.

이번 민주당 방미단의 활동은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과 한미관계를 설정하는 데 필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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