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장관님. 검찰기자단을 해체하십시오.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11-18 11:52:12
  • -
  • +
  • 인쇄
‘검찰기자단 해체’는 왠지 어마무시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기자단 해체’, 혹은 ‘기자실 폐쇄’라는 말에 얽매이지 않으면 됩니다. 현행 기자실은 그대로 두고 다른 공간에서 공개 브리핑 체제로 전환하면 됩니다.
▲ MBC PD수첩 캡처

 

“기소로 명예를 얻고 불기소로 돈을 번다”

MBC PD수첩은 지난해 10월 29일 방영한 <검사범죄 2부, 검사와 금융재벌> 편은 “검사는 기소로 명예를 얻고 봐주기로 돈을 번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검찰은 정치인이나 재벌 등에 대한 수사로 명예와 신뢰를 얻습니다. 그러나 그 뒤로는 정치권력 및 재벌권력 등과 결탁해서 권력을 얻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전관예우를 통해 떼돈을 법니다.

이런 구조에서 언론은 검찰이 정치인 수사, 재벌 수사로 광을 내고 싶을 때는 열심히 떠들어주고, 결탁으로 권력을 얻고 전관예우로 돈을 벌 때는 과감하게 덮어줍니다. 이런 합동 작전 없이는 검찰이 지금과 같은 권력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검찰개혁에 대한 지지가 높은 가운데서도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검찰에 대한 신뢰는 여전합니다. 검찰총장이나 검사들이 뭔가 센 소리를 하면 사정이 어쨌든 국민들은 환호합니다. 자기가 지지하는 정권이라도 검찰을 함부로 건드리는 것은 ‘검찰의 독립’을 해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MBC PD수첩 캡처

 


검찰보다 더 親검찰적인 검찰출입기자

이게 다 언론의 활약 때문입니다. 언론은 그동안 꾸준하고도 치열하게 검찰을 영웅으로 만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언론이 적극적으로 검찰 편이 됐다기보다 검찰에 의해 순치(馴致)됐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일종의 그루밍(grooming)입니다.

정치인, 재벌 등의 대형 사건은 언론으로서는 최고의 기사 거리입니다. 이런 기사를 쓸 때는 검찰만 각광받는 게 아니라 언론도 환호를 받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 거리를 줄 수 있는 존재는 검찰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때맞춰 잊지 않고 멋진 ‘단독 보도’ 거리도 쥐어줍니다. 조금 연차가 높은 출입기자는 혹시 아는 사람이 피의자가 되면 전관 변호사처럼 구속이나 기소를 면해주는 그야말로 특혜를 얻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검언유착 정도가 아니라 언론이 검찰을 숭배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법조출입기자 94%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 공수처 설치도 62%가 반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공개됐죠?

아마 검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도 이 정도로는 나오지 않을 겁니다. 법조출입기자들은 검찰보다 더 친(親)검찰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 MBC PD수첩 캡처

 


“언론개혁 없이 검찰개혁 없다”

검찰개혁 작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정치인이나 법률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 “언론개혁 없이 검찰개혁 없다”는 말입니다. 언론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은 검언유착 해체이고, 더 구체적으로는 법조기자단, 그 중에서도 검찰기자단을 해체하는 것입니다.

모든 분야의 기자단은 유착과 담합의 문제를 낫습니다. 기관과 유착하여 이권을 거래하고, 출입기자들이 담합하여 여론의 좌우하며, 기자단에 속하지 않은 매체들의 취재권을 제한합니다. 그래서 사실은 검찰개혁과 관계없는 언론개혁의 차원에서도 출입처 폐지는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검찰기자단 해체는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유착과 담합, 그리고 배타성에 있어 검찰기자단은 다른 출입처 기자단의 폐해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심각합니다. 예전에는 그래도 은근슬쩍 검찰의 편을 들어주던 것이 조국사태를 거치고 나서는 아예 발가벗고 검찰을 빨아주고 있는 중입니다.

 

 

▲ MBC PD수첩 캡처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검찰기자단 해체

그런데 참여정부 시절 ‘취재선진화 방안’에 대해 진보, 보수, 메이저, 마이너, 신문, 방송, 인터넷 가릴 것 없이 모두 떼로 저항하면서 덤벼들었던 기억 때문에 ‘검찰기자단 해체’는 왠지 어마무시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기자단 해체’, 혹은 ‘기자실 폐쇄’라는 말에 얽매이지 않으면 됩니다. 현행 기자실은 그대로 두고 다른 공간에서 공개 브리핑 체제로 전환하면 됩니다.

기자단은 기관이 공간을 제공하고 기자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입니다. 기관이 제공하는 편의를 바탕으로 출입기자들이 카르텔을 형성하고ㅜ 기관과의 거래를 통해 이권을 주고받고 여론을 왜곡시킵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기자실은 계속 기자들끼리 알아서 운영하게 두는 겁니다. 대신 기자실에서의 브리핑은 금지합니다. 기자실은 그냥 기자들이 모여서 노닥거리는 공간에 불과하게 됩니다. 그리고 공간 사용료를 세게 받습니다. 한 달이라도 밀리면 취재 부스의 전기와 인터넷선을 끊어버립니다. 커피·음료수 제공도 절대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계속 쓰겠다고 하면 쓰게 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굳이 기자단을 해체한다느니, 기자실을 폐쇄한다느니, 기자실에 대못을 박는다느니 하면서 충돌을 일으키지 않아도 기자단은 자연스럽게 해체됩니다.

 

▲ 청와대 브리핑룸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공개브리핑 체제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공간만 제공하고 기자단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신문, 방송, 인터넷매체 등으로 기자단을 구분해놨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규 진입이 그전보다 쉬워졌습니다. 그래서 출입기자의 수가 대폭 늘어났습니다. 수가 늘어나니 배타적인 운영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취재선진화 방안에서 제시했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개브리핑 체제는 참여정부의 취재선진화 방안을 그대로 적용하면 됩니다. 브리핑에 참여하는 매체는 무제한으로 개방해도 되고 필요에 따라 적절한 기준을 두고 선별해도 됩니다. 개별 취재를 원하는 매체는 미리 신청하여 1대1 면담실에서 취재하도록 하면 됩니다.

추미애 장관 아들 사건은 역설적으로 공개브리핑 체제의 모범 사례가 됐습니다.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심사와 의결을 통해 필요한 내용은 공개하고, 수사 후 공개적인 설명자료를 통해 처리 내용을 브리핑했습니다.

이 사건은 야당 쪽에서 동네방네 나발을 불어댔지, 수사를 담당했던 동부지검 쪽에서 피의사실이나 수사진행상황이 비공식적으로 흘러나와 혼란을 일으킨 예는 없었습니다. 브리핑 체제를 그렇게 운영하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검찰 취재의 기회가 특정 언론사 내부에서 정한 검찰출입기자들에게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매체의 모든 기자들에게 개방되는 것입니다. 추미애 장관 아들 사건의 경우 국방 전문 기자가 검찰에 와서 취재를 할 수 있었다면 보도의 양상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환경 사건에 대해서는 환경 전문 기자가, 금융 사건에 대해서는 금융 전문 기자가 검찰의 지원을 받아 취재할 수 있습니다. 취재와 보도의 질이 대폭 높아집니다. 또한 검찰 수사에 대한 본질적인 감시가 가능해집니다.

이미 개별 검사와 친분을 가진 기자들이 개별적으로 취재하는 것은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민주사회에서 개인적으로 통화하는 것까지 통제할 수는 없지요. 그러나 검찰 간부가 기자실에 내려와 차 한 잔 하는 척하면서 몇몇 기자들에게만 기사 거리를 슬쩍 흘려주는 식의 관행만 막아도 검찰기자단 문제의 90%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추미애 장관님. 검찰기자단 해체,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공간은 어떻게든 마련하면 됩니다. 바로 검토해보시지요.

 

 

 

[저작권자ⓒ 더브리핑.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