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패소할 결심’...승소 변호인 해임하고 대리인 교체
재기수사·압수수색...‘징계 뒤집기’ 열 올리는 검찰
불기소 처분 1년 묵은 항고 사건 재기수사 결정한 고검
법원, 특별대리인 선임으로 재판 공정성 확보해야
법무부와 검찰이 윤석열 징계 취소 청구 소송 항소심을 앞두고 1심 승소 변호사 해임하고, 추미애 전 장관 고발 사건 수사를 재개하고, 이성윤 전 지검장 및 박은정 검사에 대한 재기수사를 결정한 뒤 압수수색 등의 강제 수사를 실시하는 등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를 뒤집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21년 10월 14일 서울행정법원은 윤 전 총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징계는 정당하고 2개월 정직은 오히려 가볍다”며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임 시절 조국 전 장관 수사와 함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충돌을 일으키며 징계에 불복하면서 ‘정권에 저항하는 검사’의 이미지로 대권 후보의 반열에 올랐다. 따라서 이 재판의 결과는 ‘정권의 정통성’과 직결되어 있다. 법무부와 검찰이 항소심에서 '윤석열 징계'를 뒤집기 위해 전방위적인 총력전을 벌이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 |
| ▲ 윤석열 전 총장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살인적 수사에 이어 추미애 장관에 대해 사사건건 도발하면서 대선 후보의 반열에 올랐다. 그 저항은 '2개월 정직' 징계에 불복하면서 절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행정법원은 1심에서 "징계는 정당하며 오히려 2개월 정직이 너무 약한 징계"라며 윤석열의 징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
검찰총장 윤석열이 대통령 윤석열을 상대로 벌이는 이상한 재판
이 재판의 형식적인 피고는 법무부 장관이지만 이는 장관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국무위원으로서 정부에 대한 소송을 대신하는 것일 뿐, 윤석열 대통령이 취소를 청구하는 징계의 처분권자는 대통령이다. 따라서 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피고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징계 취소를 청구하는 이상한 재판이 돼버렸다.
법무부 장관을 실질적 피고로 본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지위에서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아 대통령이 처분권자인 행정소송에 관한 사무를 지휘·감독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피고가 원고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원고의 대리인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된다.
원고와 피고가 동일하든, 피고가 원고를 대리하는 것이든, 징계의 취소를 요구하는 윤석열이 징계의 정당성을 주장해야 하는 피고의 위치에 선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심각한 이해 충돌을 야기한다.
또한 대통령 윤석열의 소송 대리인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징계의 주요 대상이었던 채널A 검언유착 사건 수사와 감찰의 당사자로서, 피고의 자격이든 피고의 대리인의 자격이든 이 역시 심각한 이해 충돌이 발생한다. 한동훈 장관은 소송에 관여하지 않고 관련 보고도 받지 않겠다고 했으나 소송의 진행은 물론이고 변호인의 선임과 해임, 기일 연기 요청 등의 관련 행위 모두가 법무부 장관의 지휘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
| ▲ 한동훈에 대한 채널A 관련 감찰 과정에서 총장 부인인 김건희 씨와 한 달 동안 300여 회 카톡 대화를 주고받은 기록이 확보됐다. 윤석열 징계 직후 한 보수변호사단체가 이 자료를 포함한 한동훈의 감찰 자료가 윤석열 징계 결정의 자료로 활용됐다며 박은정 검사를 고발했다. |
법무부의 ‘패소할 결심’...승소 변호인 해임하고 대리인 교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항소심 준비기일을 며칠 앞둔 6월 3일 이옥형 변호사를, 그리고 준비기일 당일이었던 6월 7일에는 위대훈 변호사를 해임하고, 한 달 뒤 법무부 산하 정부법무공단 소속 변호사들로 대리인을 교체했다.
이들 법무부 산하 변호인들이 소송에 성실하게 임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으나, 1심에서 승소한 변호인들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해임한 것 자체가 법무부의 ‘패소 의지’를 뚜렷하게 밝힌 것이므로 법무공단 변호인들도 이 뜻에 충실히 따를 것이 자명하다.
이들이 설마 1심에서 인용된 법리를 전면 부정하거나 증거들을 스스로 부인하는 식의 ‘만행’에 가까운 행동을 하지는 않겠지만, 법무부의 ‘패소 의지’를 충실히 관철시킬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1심에서 패소한 원고 측은 항소심에 임하여 여러 가지 새로운 주장과 법리, 그리고 증거들을 제시할 것인 바, 이에 대해 반박하지 않거나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수긍하는 방식으로 재판부의 판단을 흐릴 수 있다.
법무부는 2차 준비기일을 며칠 앞둔 6월 3일 기존 변호인을 해임하면서 준비기일을 8월 16일로 연기했다. 그러나 새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다가 한 달 넘게 지난 7월 14일에야 법무공단 변호사들로 변호인을 선임하면서 다시 기일 변경을 신청해 10월 18일로 또 연기됐다. 또한 원고 측은 검사 증인들을 대거 신청해놓은 상태로 증인 신문을 통해 재판을 지연시킬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법무공단 소속 변호인들이 적극성을 띠지 않은 채 원고 측의 증인 채택이나 기일 연기 등의 요구에 대해 아무런 거부 없이 모조리 동의하는 태도로 응하면 재판이 하염없이 늘어지면서 원고 측의 일방적인 페이스로 흘러가게 할 수 있다.
![]() |
| ▲ 보수성향의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소속 변호사가 2020년 12둴 1일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 배제하고 부당한 감찰 명령을 내렸다"며 검찰청법 위반·직권남용·공문서 변조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2020.12.1 |
재기수사·압수수색...‘징계 뒤집기’ 열 올리는 검찰
1심 승소 변호인 해임과 정부법무공단 변호사 선임이 법정 안에서 벌어지는 ‘윤석열 징계 뒤집기’ 시도라면, 검찰은 법정 밖에서 추미애 전 장관 등에 대한 강제수사로 징계 취소에 유리한 조그만 실마리라도 새로 찾으려는 시도를 벌이고 있다.
2020년 12월 14일 ‘한반도 인권과 평화를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현 성남지청장)을 통신비밀보호법위반과 개인정보보호법위반,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해 고발했다. 한동훈 검사의 채널A 연루 감찰을 위해 제출받은 한동훈과 윤석열, 김건희 씨와의 통화 내역 등의 자료를 윤 총장 감찰과 징계 청구의 근거 자료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사흘 뒤인 2020년 12월 17일에는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가 “추미애 장관이 날조·왜곡된 사유로 징계를 청구했고, 징계위원회를 편파적으로 구성한 후 중징계를 결정했다”며 추미애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성윤 지검장과 박은정 감찰담당관에 대한 고발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2021년 7월 13일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성격상 위원들에게 직무상 비밀유지 의무를 부과해 자료를 제공한 것은 문제가 없다는 점, 법무부와 소속기관 직제는 정보주체의 동의가 없더라도 개인정부를 수집할 수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불기소 처분했다.
![]() |
| ▲ 서울고검은 2022년 6월 18일 이성윤 지검장과 박은정 검사에 대한 재기수사결정을 내리고, 서울중앙지검은 법무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박은정 검사의 휴대폰까지 압수수색했다. |
불기소 처분 1년 묵은 항고 사건 재기수사 결정한 고검
고발자인 한변은 곧바로 항고했고, 서울고검은 1년 가까이 판단하지 않고 있다가 법무부가 윤석열 징계 불복 소송 변호인을 해임한 직후인 2022년 6월 18일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은 8월 4일 법무부 감찰관실과 중앙지검 기록관리과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9월 1일에는 박은정 성남지청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의 모양새를 띠고 있다.
검찰은 또한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수사하던 추미애 장관에 대한 고발 사건도 이성윤 전 지검장과 박은정 전 감찰담당관에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로 이송해 함께 수사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들 두 보수단체가 고발한 내용 주로 절차적 문제에 대한 시비로서 이 쟁점들은 이미 1심 재판에서 모두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검찰사무규칙에 따르면 “고등검찰청의 장은 항고가 이유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재기수사명령의 결정을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불기소 이후 1년이나 지나 재기수사명령 결정을 할 정도의 새로운 사실이 있을 일이 없으므로, 수사재기명령과 이후 이어진 요란스런 강제 수사는 먼지털이 방식으로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거나 징계 절차에 대한 위법성을 부각시켜 항소심 재판부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보인다.

법원, 특별대리인 선임으로 재판 공정성 확보해야
1심 승소 변호인단의 일원이었던 위대훈 변호사는 피고 윤석열이 실질적인 원고의 위치에 서게 되는 극단적인 이해충돌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법원이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가 해임 당했다.
소송 대리인인 법무부 장관이라도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있다면 조금은 달리 볼 수도 있겠지만, 피고로서의 대통령 윤석열과 그 대리인인 법무부 장관 한동훈까지 모두 심각한 이해 충돌이 발생하므로 특별대리인 선임은 지극히 당연한 주장이다.
특별대리인이란 특정사안에 대해 이해관계인의 이해대립을 조정하기 위해 법원에 의해 선임되는 대리인을 말한다.
원고와 피고가 동일해지고 원고의 소송 대리인이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는 이 희극적인 상황은 재판의 공정성이 철저하게 파괴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희극적이고 파괴적인 상황을 해소하는 방법은 법원의 판단으로 특별대리인을 지정하는 것이 유일하다.
[저작권자ⓒ 더브리핑.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