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ㆍ메르스ㆍ우한폐렴... 방역대책 어떻게 다른가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1-27 1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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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시의 한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의심되는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AFP
중국 우한시의 한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의심되는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AFP

문재인 대통령은 설날 연휴 기간인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마실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일부 야당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중국인들의 입국 금지를 주장하는 등 불안을 증폭시키는 발언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 정부 시절 메르스 사태 당시의 검역 체계에 대한 비판에 빗대어 정부 대책을 근거 없이 질타하고 있다.


이에 참여정부 당시 사스 방역, 지난 정부의 메르스 방역, 그리고 현재의 우한폐렴 방역 대책을 비교해본다. 이는 굳이 지난 정부의 메르스 방역 대책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와 비교하여 현재의 방역 대책이 어떤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 2003년 사스


최초 유행은 2002년 11월 중순으로 당시 정부는 2월 12일 전국에 방역강화지침을 시달하고, 새 정부 출범 직후인 3월 16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전 세계 사스 경계령 발표와 동시에 사스 경보를 발령하고 방역시스템 총력가동에 들어갔다.


정부는 국립보건원을 중심으로 13개 국립검역소, 16개 시·도 및 242개 보건소 등 전국 모든 보건기관이 24시간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고 전국 권역별 격리치료병원 41개소(총 138병상)을 지정·운영함으로써 조기발견·치료의 방역체계를 구축했다.


우선 공항, 항만을 통한 위험지역 입국자에게 체온측정, 검역설문 등을 실시하고 사스위험지역 입국자에 대한 추적조사를 실시하여 감염의심자 발견 시 즉시 후송·격리 및 치료 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접촉자 추가격리 조치 등 사스의 유입 및 확산차단 대책을 마련했다.


사스 비상방역 근무 기간 중 전국 242개 보건소에서 총 23만 명에 대한 위험지역 입국자 추적조사를 입국 후 5일째부터 전화를 통해서 실시했다. 전국 13개 검역소에서는 5,400여대의 항공기 및 탑승객 62만 명, 1만 척의 선박과 탑승객 28만 명에 대해서 사스 관련 검역을 실시했다.


그 결과 7월 5일 WHO가 대만을 마지막으로 남은 사스 위험지역에서 제외하고, 이에 따라 7일 국내 사스방역 상황을 종료할 때까지 추정환자 3명과 의심환자 17명 등 총 20명의 관련 환자가 발생했으나 확진 환자는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때까지 ‘환자’의 접촉자 등 2200여명이 자택 격리됐으며 ‘1339’ 응급의료상담전화를 통해 3300여건의 사스 상담이 이뤄졌고, 3월 16일 사스 경계령 발표를 포함 총 120여회의 보도자료 배포 및 190여회 기자단브리핑이 실행됐다.



▲ 2015년 메르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corona virus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은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뒤 중동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바이러스로 2003년 아시아에서 발생한 뒤 전 세계로 확산되며 8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바이러스다.


우리나라 첫 확진환자가 이상증세를 느끼고 아산서울 외래 진료를 받은 것이 5월 11일로 10일이 지난 5월 20일에야 국립보건연구원의 병원체 확진이 이루어졌고 이 사실이 처음으로 보도됐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유입이 의심되는 국가에 대해서도 전수 검역을 즉각 시행했고 사람 간 전파력도 낮아 일반 국민들에게 전파 가능성은 없다"면서 추가유입과 국내 추가전파를 방지하기 위해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단계로 격상하고 중동지역 입국자 전수에 대한 게이트 발열감시를 실시하는 등 검역을 강화하는 수준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최초 확진환자 발생 후 간병 가족과 의료진 등의 2차 감염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가운데서도 정부는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감염 경로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등 안이한 대처가 계속 지적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6월 14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 메르스환자 치료병원을 찾아 격리병동 상황을 모니터로 지켜보며 의료진과 통화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6월 14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 메르스환자 치료병원을 찾아 격리병동 상황을 모니터로 지켜보며 의료진과 통화하고 있다.

정부는 6월 3일에 이르러 메르스 종합대응 TF를 구성한다고 밝혔으나 이전에도 계속 유사한 기구를 만들고 책임자를 질병관리본부장에서 보건복지부 차관으로, 차관에서 장관으로 격상시키는 등의 외형 조치만 반복될 뿐 실질적인 조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6월 4일 35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지역 한 병원 의사의 이동 동선을 공개하고 시의 메르스 관련 상황을 직접 진두지휘하겠다고 나서면서 환자 수용 의료기관과 의료진을 통한 2차, 3차 감염 등의 실태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결국 6개월 동안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메르스가 처음 발견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피해 규모다.



▲ 2020년 우한폐렴


질병관리본부는 2020년 1월 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폐렴 집단 발생이 보고됨에 따라 「우한시 원인불명 폐렴 대책반」을 가동하고, 우한시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한시 원인불명 폐렴 대책반」을 구성하고 긴급상황실 24시간 대응체계를 가동하여 우한시 발 항공편 국내 입국자를 대상으로 발열 감시 및 검역을 강화하여 발열과 호흡기증상이 있는 경우 검역조사를 실시하고, 의심환자는 격리조치 후 진단 검사를 시행하도록 조치했다.


또한 우한시 방문 후 14일 이내에 발열과 호흡기증상이나 폐렴이 발생한 환자나 이런 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은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로 신고하도록 하고 해외여행시 현지 시장 등 감염 위험이 있는 장소의 방문을 자제할 것 등의 예방지침을 발표했다.


1월 8일에는 중국 우한시 방문력과 폐렴 증상을 보이는 중국 국적의 36세 여성 1명이 우한시 원인불명 폐렴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되어 국가지정입원 치료병상이 있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격리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초 진료한 의료기관이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우한시 거주 혹은 방문력을 파악하여 질병관리본부에 신고, 즉각적인 격리 치료가 시행된 경우다. 그러나 이 환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무관한 환자로 확인됐다.



국내 세 번째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한 26일 서울역 전광판에 우한폐렴 관련 안내 영상이 나오고 있다. 2020.1.26/뉴스1
국내 세 번째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한 26일 서울역 전광판에 우한폐렴 관련 안내 영상이 나오고 있다. 2020.1.26/뉴스1

1월 20일에는 19일 입국한 중국 국적의 35세 여성이 첫 확진환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공항 검역 단계에서 확인되어 지역사회 노출이 없고, 항공기 동승 승객과 승무원 등 접촉자에 대한 능동감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1월 24일 두 번째 확진 환자에 이어 1월 26일 세 번째 확진 환자의 진단 경위와 관련 정보 및 대책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1월 26일 현재 첫 번째 확진환자는 폐렴 소견이 나타나 현재 치료중이고, 두 번째 확진환자는 안정적인 상태이며, 각 확진환자의 접촉자 45명 중 4명, 75명 중 7명이 조사대상유증상자로 확인되었으나, 모두 음성으로 확인되어 격리해제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1월 27일 9시 기준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외 발생은 중국 2,744명 발생에 사망 80명을 비롯해 14개국에서 2,794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에서는 1명~5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계통을 통해 의심환자의 경우 격리치료를 담당하게 되어 있는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은 2017년 2월 이후 전국 29개 의료기관 566개 병상이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은 병상의 공기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음압시설을 갖추고 병원 내 2차 감염과 의료진 및 지역사회로의 전파를 막기 위한 시설이다.



▲ 국가지정 음압병실 입원치료병상 현황(2017년 2월)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서울대병원, 서울의료원, 중앙대병원, 한일병원 △경기 국군수도병원, 명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인천 인천시의료원, 인하대병원, 가천대길병원 △강원 강릉의료원, 강원대병원 △대전 충남대병원 △충북 충북대병원 △전북 전북대병원, 원광대병원 △광주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전남 국립목포병원 △경북 동국대경주병원 △대구 대구의료원, 경북대병원 △울산 울산대병원 △경남 경상대병원 △부산 부산대병원, 부산시의료원 △제주 제주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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