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공급대책으로 다시 강조된 “재건축 규제 완화 불가” 원칙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8-06 20: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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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적이지 않은 8·4 공급대책의 반응
재건축 시장이 기대했던 ‘분양가 상한제’ 완화
다시 확인한 ‘재건축 규제 완화 불가’ 원칙

▲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은마아파트 2020.8.5/연합뉴스


호의적이지 않은 8·4 공급대책의 반응


8월 4일 정부의 주택 공급대책이 발표됐다. 시장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오히려 이런저런 반발이 더 눈에 띈다. 그러나 이 대책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시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 상승의 주 원인인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결코 후퇴시킬 수 없다는 정부의 원칙이 재확인된 것이다.

부동산 대책에의 핵심을 간단하게 얘기하면 수요와 공급의 조절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찬반 대립은 실제로 안정을 진실로 바라는 세력과 집값이 계속 올라 더 큰 돈을 벌 수 있기를 바라는 세력의 충돌이다.

세제와 금융으로 이루어지는 수요 억제 대책에 대해서는 이 두 세력 간의 전선이 비교적 명확하지만, 공급 확대에 있어서는 두 세력 모두 이를 원하고 요구한다. 그러나 내용에 있어서는 역시 전선이 분명하게 갈린다.

주거 안정 세력에게 있어 공급 확대란 큰 비용 없이 주거할 수 있는 값 싸고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해달라는 요구지만, 부동산 돈벌이 세력의 공급 확대 요구는 무조건 돈벌이가 되는 서울 아파트를 더 지어내라는 얘기고, 신축 부지가 제한된 서울에서 그 말은 곧 기존 아파트의 재개발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된다. 



겹겹이 규제에 싸인 재건축아파트

재건축아파트는 노후 아파트를 재건축하면서 원래 가구 수보다 더 많은 물량을 지어 그것을 판매한 돈으로 건축비 등의 비용을 충당한다. 즉 원래 주인은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새 집을 얻는 것. 특히 옛날에 지어진 아파트는 터가 넓어서 여분 주택을 얼마든지 많이 지어서 팔 수 있었다.

이런 재건축아파트에는 첩첩이 규제가 걸려 있다. 대규모 택지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서울에서는 유일한 대량 공급 방식인 재건축 아파트가 주택 가격을 높이는 가장 큰 동력이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재건축 규제 중 가장 큰 규제에 해당한다. 여분 주택을 팔아 그 돈으로 건축도 하고 이익을 나누게 되므로 분양가가 높으면 높을수록 기존 가옥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높아진다. 재건축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는 사업 지정 이전부터 입주 이후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아파트 시세를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왔다.

분양가 상한제는 IMF 극복을 위해 김대중 정부에서 분양가 자율화를 실시했다가 노무현 대통령 당시 다시 채택했고, 박근혜 정부 때였던 2014년 폐지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추가 주택 보유 확대 등의 조치로 그 이후의 주택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게 됐다. 주호영 23억이 이때 이루어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8월부터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다시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확대TF회의결과 브리핑에서 추가 설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2020.8.4/연합뉴스


재건축 시장이 기대했던 ‘분양가 상한제’ 완화

정부는 2020년 5월 6일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통해 흔히 도시재생 방식으로 불리는 소규모 정비사업과 소규모재건축에서 공공임대를 10% 이상 공급할 경우 분양가 상한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소규모 재건축의 경우 주변 시세에 주는 영향을 감수하더라도 이를 통해 주택 공급을 촉진시키겠다는 의지였다. 물론 이 경우 강남 등의 대규모 재건축에 비해 분양가를 높이 책정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다.

2020년 6월 17일 금융 규제를 중심으로 한 대책을 발표한 후 오히려 반발 매수세가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발굴을 해서라도 공급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가 있은 후 향후의 추가 대책에서는 공급 확대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고, 이에 따라 재건축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퍼져나갔다.

가장 기대를 모은 것이 분양가 상한제 완화다. 5·6 대책에서 소규모 재건축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한 전례를 따라 공급확대의 키를 쥐고 있는 대단위 재건축에도 분양가 상한제 완화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다시 확인한 ‘재건축 규제 완화 불가’ 원칙

그러나 8월 4일 발표된 공급대책은 이러한 시장의 기대를 ‘배신’했다. 용적률을 500%로 상향하고 50층 건축을 허용하는 등 일면 파격적으로 보이는 조치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관계자들이 바라던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건축을 진행 중인 아파트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한 서울 은마아파트 소유자협의회 대표는 “어차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늘어나는 아파트 비싸게 분양하기 어렵고, 분양해서 수익 난다고 해도 초과 이익 환수금 때문에 조합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거의 없다”며 정부의 공공재건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이러한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은마아파트 소유자협의회 대표가 “기대수익 안 주더라도 재건축이나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처럼, 공공재건축의 이점인 ‘빠른 진행’을 염두에 두고 이에 참여할 재건축 단지가 목표치만큼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차피 공급대책은 아무리 빨라야 3년, 길면 10년 뒤에나 그 효과가 발생하는 대책이다. 그 이전에는 심리적인 효과 밖에는 기대할 수 없다. 정부의 8·4 공급대책은 아무리 추가 공급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서울 주택가격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인 재건축에 대한 핵심적인 규제는 결코 후퇴시킬 수 없다는 의지를 역설적으로 강조한 셈이 됐다.

주택 정책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 실행 의지다. 정부가 8·4 공급대책에서 시장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분양가 상한제 완화 등의 ‘당근’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7월 17일 국회 개원 연설에서 밝힌 “부동산 투기로는 돈 못 번다”는 정부의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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