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아들 의혹'의 진실... 언론 보도에 이미 다 밝혀져 있었다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1 12:3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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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은 추미애 장관 아들과 관련해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을 기사에 담으면서도 이에 대해 전혀 비중을 주지 않은 채, 의혹을 증폭시키고 확대시키는 데만 전념해왔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과천 법무부 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2020.9.11/연합뉴스

 

핵심 의혹은 ‘2차 병가 후 개인 연가의 처리 과정’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 모 씨가 근무하던 카투사 부대의 동료 현 모 씨가 최초에 제기했던 의혹은 “2017년 6월 23일 병가를 마치고 귀대해야 할 서 씨가 6월 25일까지 귀대하지 않아, 직접 연락을 취했는데 정체 불명의 타 부대 장교가 와서 휴가 처리가 됐다고 통보했다”는 것이었다.

즉 병가가 끝난 6월 24일 이후는 휴가 처리가 되어있지 않아 당시는 휴가 후 미복귀 상태였으며, 이 사실을 알리자 국회의원의 위력을 이용해 사후에 비정상적인 계통으로 서 씨의 휴가가 처리됐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서 씨 측은 “현 씨가 주장하는 6월 25일은 병가 후 개인연가 중이었으며, 모든 휴가 절차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혀왔다.

언론과 야당은 9월 1일부터 현 씨의 주장과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의 주장을 바탕으로 관련 의혹을 폭풍처럼 제기해왔으나, 공교롭게도 이와 관련된 보도는 모두 서 씨 측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들이었다.

국회 법사위가 열릴 때 야당 의원들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집요하게 추궁하는 것 외에는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던 추 장관 아들 관련 보도는 9월 1일 조선일보의 <"추미애 보좌관, 군에 전화해 휴가 연장 요청"> 단독 보도 이후 봇물 터지듯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8월 31일 이전에는 국회 법사위가 열리는 날 말고는 전혀 보이지 않던 관련보도가 조선일보 보도 이후 9월 1일 236건을 시작으로 하루 200건 정도를 유지하다가, 7일 674건, 8일 995건, 9일 1,139건 등 폭발적으로 늘어나 10일에는 1,274건에 이르렀다. 


 

 

의혹의 진실을 가장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는 조선일보의 첫 보도

서 씨 측의 주장을 가장 구체적으로 뒷받침한 보도는 9월 1일 조선일보의 첫 보도였다. 신원식 의원 측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이날 기사에는 서 씨의 24일부터 27일까지의 휴가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는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이 기사에서 2017년 당시 서 씨가 근무하던 카투사 부대의 지원장교였던 A대위는 신원식 의원 보좌관과의 통화에서 2차 병가가 끝나기 이틀 전인 6월 21일 ‘추 의원 보좌관’이라고 밝힌 인물이 전화를 걸어와 “서 일병 휴가가 곧 종료되는데 통원과 입원이 아닌 집에서 쉬면서 회복하려고 한다. 병가 처리해줄 수 있느냐”고 했고, A씨는 “(규정상) 집에서 쉬는 것은 병가 처리가 안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사실을 보고받은 A씨의 상관 B씨는 “병가로 처리하기는 규정상 어려우니 ‘개인 연가’로 처리해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상관 B씨는 서 씨의 휴가에 대한 명령권을 가진 지원부대장으로 서 씨의 지휘관이었다. 즉 2차 병가가 끝나기 이틀 전 ‘병가 연장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가 있었으며, 이에 대해 불가함을 통보한 후 부대장에게 보고했고, 이에 부대장은 개인 연가로 처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서 씨의 개인연가에 대한 명령은 이런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따라서 서 씨의 개인연가는 병가가 끝나기 전 지휘계통을 거쳐 명령이 이루어진 것으로 이에 대한 당시 당직사병이었다는 현 모 씨의 주장은 조선일보의 기사와 신원식 의원의 주장을 통해 사실무근으로 확인되는 셈이다. 특히 A대위는 “6월 21일이 부대단결행사(축구 경기)가 있던 날”이라고 밝혀 당시의 기억이 매우 구체적이고 명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후에 서 씨 측 변호인이 밝힌 바에 따르면 서 씨는 6월 21일 삼성병원으로부터 진단서를 발급받아 부대로 이메일을 보냈고, 직접 부대 계통을 통해 개인 연가를 요청해, 6월 21일은 2차 병가에 대한 사후 처리, 병가 연장에 대한 문의, 개인 연가 요청과 승인 등의 과정이 모두 함께 이루어진 날이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의혹을 해소할 핵심적인 내용을 매우 구체적으로 기술하면서도 1면 기사의 제목은 <"추미애 보좌관, 군에 전화해 휴가 연장 요청">라고 붙이고, 이어지는 5면 기사에는 <“秋장관 아들 2차례 병가도 근거 기록 없어”>라고 붙여 이슈의 초점을 ‘보좌관 전화’와 ‘병가 근거 기록 없음’으로 몰고 갔다.

 

이 보도 이후 모든 매체가 조선일보의 보도와 신원식 의원의 주장을 바탕으로 관련 기사를 게재했으나, 역시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모두 ‘보좌관 전화’와 ‘병가 근거 기록 없음’에만 초점을 맞췄다.  

 

 


녹취록 보도에도 담겨 있는 ‘의혹의 진실’

하루 뒤인 9월 2일 신원식 의원은 당시 지원장교였던 A대위와 부대장이었던 B중령과의 전화 통화 녹취록과 음성을 공개했다. 이는 마치 당시 부대관계자들이 무슨 대단한 사실을 ‘폭로’한 것처럼 일제히 보도됐으나 실질적인 내용은 “개인연가가 정상적으로 처리됐다”는 서 씨 측의 주장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신원식 의원은 전날 조선일보가 보도한 ‘6월 21일’ 상황 부분은 제외한 채 녹취록을 공개했으나 공개 부분 역시 중심 의혹인 6월 24일부터 27일까지의 개인 연가가 정상적인 절차와 계통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며, 특히 이에 대해서는 명령지까지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을 담고 있다.

◇A대위

보좌관) 예. 확인했고. 음.... 하여튼 나머지 그 개인 연가만 명령 처리됐다는 거죠. 확실히?
A대위) 네.

◇B중령

B중령) 아니 개인연가 처리된 건 제가 끝나고 보고 받았는데
보좌관) 아니 근거는 남아있지 않다 현재까지.
B중령) 개인연가 간 것도?
보좌관) 예 개인연가는 기록에 남아있고.
B중령) 그러니까 개인연가는 남아있다 이거죠.
보좌관) 개인연가만 기록도 돼 있고 명령지도 있고.
B중령) 그러게 개인연가는 확실.. 3일인가 4일인가 간 거.. 남아있다고 들었거든요. 대신에 병가는 2번 갔는데 한번은 돼 있는데 한번은 빠졌다고 들었거든요.

이 부분을 보면 “명령지가 있다”는 부분은 신원식 의원 보좌관이 언급한 것으로, 신 의원 측도 서 씨의 개인연가가 정상적으로 처리됐으며 확실한 증빙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신 의원 측이 자신 있게 제시한 녹취록을 보더라도 당직사병 현 모 씨에 의해 제기된 소위 ‘특혜 휴가’, ‘휴가 청탁’ 등의 주장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완전하게 확인되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들은 녹취록 관련 보도에서 핵심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은 채, ‘보좌관 전화’와 함께 ‘병가 관련 기록 없다’에만 초점을 맞춰 의혹의 범위를 넓히며 확산시키는 데만 몰두했다.



▲ 9월 3일 국민일보 보도

 

외면당한 “서 씨 부대장 ‘외압 없었다’” 보도


9월 3일 국민일보는 서 씨 휴가의 명령권자인 부대장을 직접 인터뷰해 <추미애 아들 부대장 “휴가 관련 어떤 외압도 없었다”> 기사를 보도했다. 이 부대장은 신원식 의원 보좌관 녹취록에서 ‘B중령’으로 언급된 인물로 당시 서모씨가 근무했던 미8군 한국군 지원단의 지역대장으로 서 일병의 휴가를 승인해 준 승인권자다.

이 기사에서 B중령은 “서씨의 휴가와 관련해 나는 어떤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휴가 처리 과정에서 부당한 일이 있었다면 제 기억에 없을 수가 없다. 많은 간부와 행정병이 있는 상황에서 조용히 덮어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예하 지휘관이나 참모들이 병사들의 병가나 연가 건의를 정상적으로 했다면 승인권자였던 제 지휘 스타일상 이를 굳이 승인하지 않았을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면서 “그 건의와 승인은 전화나 문자, 카카오톡 등을 통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B중령은 “당시 정황상 간부들의 조치가 병사들에게 세세하게 전달되지 못한 상황에서 제보에 나선 당직병사가 충분히 오해했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해 당시 당직사병 현 모 씨의 주장이 행정 미숙과 오류에 기인한 오해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대부분의 언론에 의해 철저하게 외면됐다. 주요 언론 중에는 중앙일보와 서울신문만이 국민일보 보도를 인용해 보도했고, 연합뉴스와 한경닷컴이 국민일보 보도를 언급한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한 것이 전부였다.

‘전언’에 불과한 신원식 의원 보좌관 녹취록은 모든 언론이 받아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면서도, 정작 휴가의 명령권자로 가장 핵심적인 당사자인 부대장의 증언은 완벽하게 묻혀버린 셈이다.

결국 언론들은 추미애 장관 아들과 관련해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을 기사에 담으면서도 이에 대해 전혀 비중을 주지 않은 채, 의혹을 증폭시키고 확대시키는 데만 전념해온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언론의 보도가 ‘진실’ 또는 ‘사실’의 확인과 전달이라는 본령은 외면한 채 특정한 ‘의도’에 매몰되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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