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동학원재판①] ‘조국’ 없었던 ‘조국’ 재판

박지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9-22 12: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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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동학원 재판에서 피고인은 단 1명, 조 전 장관의 동생 조 모씨 뿐이었다. 즉 검찰과 언론이 그토록 주연배우로 세우고 싶어했던 '조국'은, 공소장에는 아예 이름조차 한번 거론되지 않는다.
▲ 웅동중학교

 

‘조국’ 없었던 ‘조국’ 재판

웅동학원 재판에서 피고인은 단 1명, 조 전 장관의 동생 조 모씨 뿐이었다. 즉 검찰과 언론이 그토록 주연배우로 세우고 싶어했던 '조국'은, 공소장에는 아예 이름조차 한번 거론되지 않는다. 당연히 판결문에도 나오지 않는다. 공소장도 판결문도, '피의자의 형'이라는 명목으로도 억지로 끼워넣지조차 못했다.

다시 말해 '조국'과 '웅동학원'을 연관시키며 떠들었던 그 모든 언론 보도들이 '모조리 가짜뉴스'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이번 판결에서 1차적으로 강조해야 할 가장 중요한 팩트다.

아울러, 이 웅동학원 건에는 정경심 교수도, 조국 전 장관의 모친도, 동생의 전부인도 기소되지 않았고, 공소장에서 사건의 배경으로 잠깐 언급된 모친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들은 전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거기에 유일하게 기소된 동생 조 씨 역시 본건 사건인 공사비 채권 관련으로는 전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이것만 봐도, 검찰의 웅동학원 수사는, 그야말로 '용두무미(龍頭無尾)'가 된 것 아닌가.


처벌할 수 없는 사건을 기소한 억지기소·편법기소

앞서 말했듯이, 조 전 장관의 동생 조 씨가 기소된 혐의들 중 '채용비리' 관련 혐의들은 완전히 별건으로 진행된 수사의 결과였으며, 조국 전 장관을 겨냥했던 수사의 본류와는 티끌만큼의 관계도 없다.

따라서 채용비리 부분은 일단 논외로 하고, 애초 수사의 본령이었던 '웅동학원 채권' 관련으로 검찰이 도대체 무슨 혐의로 기소를 했는지부터 살펴보자.

1. 2010년 가압류등기 관련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2. 2017년 재소(再訴) 관련 특정경제범죄법 (배임)
3. 2017년 캠코에 대한 강제집행면탈

이 세 가지 모두 검찰이 주장하는 '허위채권'과 직접 관련된 것이다. 이 '허위채권' 자체는 오래 전에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법정에서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검찰은 이 채권으로부터 2차적으로 파생된 사건들을 기소했다. ‘억지 기소’에 '편법 기소'였다.

재판부는 이 ‘허위채권’에 대해 "진실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공사대금 채권이 허위채권이라고 하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는다" 라고 판시했다. 한 마디로, 허위채권이라고 주장하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증거가 한참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판단으로부터 검찰이 기소한 본건 혐의 세 건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이 채권과 은행에서 빌린 채무 등의 경위에 대해서는 '조국백서'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바 있다. 여기서 세세히 반복할 일은 아니지만, 요컨대 웅동중학교 신축에 소요된 공사비였을 뿐 아무런 논란거리도 아니었던 것이다. 실제로, 검찰도 공소장에서 그 공사비 내역에 대해서 한 마디의 언급조차 하지 못했다.)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던 결정적 증인

사실 이 채권은 무려 20년도 훌쩍 넘은 IMF 당시에 발생한 것이고, 부친의 회사인 고려종합건설 및 동생의 회사 고려시티개발 모두 IMF 당시에 폐업한 회사라 문서 증거도 남아있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이 재판은 서류 등의 증거보다는 주로 20년 이상 전의 기억에 의존한 증언들에 의존해 진행되었다.

검찰 측이 내세운 증인들 중 '핵심 증인'은 당시 공사의 '현장소장'이라는 김 모씨였다. 그 증언은 "하도급과 관련해 제가 모를 수 없고 고려시티개발에 하도급 준 기억은 없다" 라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현장소장이라는 직책은 공사 실무를 관리할 뿐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거나 관리하는 직책이 전혀 아니다. 또한 당시 '갑' 회사인 고려종합건설과 '을' 회사인 고려시티개발은 각 대표가 부자관계로서 사실상 계열사처럼 운영되었기 때문에, 그 업무의 분장은 공사의 내용이 아니라 오직 '서류'로만 명확히 구분될 수 있었다. 그 서류를 취급하지 않는 직책인 현장소장이 어떻게 하도급 계약 여부를 안단 말인가? 즉, 계약의 실제 존재 여부에 관련해서는 별다른 의미가 없었던 증언이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위의 현장소장 증언을 대서특필했지만, 정작 재판의 흐름을 가르는 중요한 증언은, 언론들이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당시 '경리부장'의 입에서 나왔다. 돈의 출납을 맡는 업무 특성상 경리부장 직책이야말로 하도급 관계를 모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는 "철근과 콘크리트 공사는 확실히 했다", "고려시티개발에 공사 대금을 결제한 기억도 있다", "공사를 안 한 것에 대해서는 지급한 적이 없다"라며 상당히 구체적인 증언을 내놓았다.

이 경리부장의 뒤를 이어서 증언한 당시 관리부장 역시, '조씨가 웅동중 신축 공사 계약 등에 처음부터 관여하고 하도급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라는 증언을 내놓았다.

사실 이걸로 끝난 것이다. 맡은 직무에 비추어 누구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는가? 게다가 사실 현장소장의 증언은, 정확하게는 "저로서는 기억이 없다"였을 뿐, 전혀 확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확언도 아닌 것을 마치 확실한 증언인양 대서특필한 언론들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이 증언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검찰 역시도 본건 혐의들인 '공사비 채권' 관련 혐의들에 대해선 이미 포기했던 듯 하다. 이번 판결 이후 별건혐의의 형량으로만 왈가왈부할 뿐, 정작 본건 판결에 대해선 검찰의 반응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


본건 혐의 3건 세부분석

세부 혐의들에 대한 공소사실과 그 각각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들을 확인해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첫번째 혐의인 '2010년 가압류' 건은, 동생 조 씨가 이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쓴 건으로 웅동학원에 가압류가 걸렸던 건인데, 기가 막히게도 검찰은 가압류가 걸리는 과정에서 동생 조 씨가 저지하지 않았다고 배임이라며 기소했다.

그런데 가압류란 원래 채무자 모르게 신속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압류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채무자가 그 사실을 알 수 없고, 채무자로선 이미 가압류가 확정된 후 송달을 받아봐야만 아는 것이다. 원래 법원이 채무자에게 사전 경고 등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그런데 검찰은 조 씨와 웅동학원이 사전에는 알 수 없었던 가압류를, 사전에 막지 않았다고 배임이라 주장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런 억지 논리를 조목조목 따지며 배척했다.

두 번째 혐의는 2017년의 채권 연장 소송이다. 애초 이 채권은 1997년 당시 발생한 공사비 채권인데, 민법상 채권은 10년 후엔 소멸되게 되어 있어서 그 채권의 보존을 위해 대법원 판례에 따라 10년마다 채권 확인 소송을 해서 시효의 연장이 가능하다. 조 씨는 2006년~2007년 사이에 1차, 그리고 2017년에 2차로 채권 연장 소송을 해서 승소했는데, 검찰이 기소한 이 혐의는 2차 소송에서 조 씨가 웅동학원의 사무국장으로서 소송에 대해 변론을 하지 않아 배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최초 채권이 허위가 아니라면 배임이 성립하지 않는다. 학교 측으로서는 스스로 건축공사를 통해 그런 채무를 졌음을 잘 알고 있으므로 어차피 질 소송에 괜히 변호 비용을 들여 변론을 한다면 그게 오히려 더 배임인 것이다. 당연히 무변론으로 대응하는 게 맞다.
게다가, 재판부는 설사 기존 배임(허위 채권)이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2차 배임으로 인해 실질적 위험도가 커진 것이 전혀 없으므로 법리상으로 이 건으로 배임이 성립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소송 전후의 채권이 "완전히 동일한 채권"이라, 설사 선행된 배임이 사실이라고 해도 법리상으로 추가로 배임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판사가 얼치기 검사들을 훈계하는 듯한 장면 아닌가.)

마지막 혐의인 "강제집행면탈" 역시 바로 위에서 설명한 채권 시효 소송에 대한 것인데, 이 소송이 캠코(자산관리공사)가 웅동학원에 대해 채권을 강제집행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면서 기소한 것이다. 그런데 재판부는 바로 앞서 살펴본 것과 동일한 이유와, 또 캠코가 실질적으로 입은 손해가 없다는 점을 들어 범죄가 구성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그리고 이 세 혐의 모두의 대전제이자 검찰의 실질적 주장의 핵심은 역시 최초의 동생 채권이 허위라는 것인데, 재판부의 판단은 최초의 채권이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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