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장 논란 종결... ‘표창장 PC’는 방배동에 있어본 적이 없다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5 10: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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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013년 6월 16일 정경심 교수가 방배동 자택에서 1호 PC로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를 계속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와서 새로운 근거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 그런 근거는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에 대해 검찰이 주장하는 증거는 두 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강사휴게실 PC에서 같은 날 생성된 표창장 관련된 파일들이 다수 발견됐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파일들이 생성된 날 해당 PC가 방배동 자택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표창장 관련 파일이 다수 발견된 강사휴게실 PC는 방배동에 있어본 적이 없다. 물리적으로는 잠시 있었지만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채 곧바로 동양대로 옮겨져 어학교육원에서 사용됐다. 따라서 2013년 6월 16일 방배동 자택에서 강사휴게실 PC로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성립이 불가능하다.

어제 더브리핑의 <동양대 표창장... 무참하게 허물어진 “자택에서 위조” 근거> 기사에서는 강사휴게실 PC에서 확인된 192.168.123.*** 아이피가 동양대 어학교육원에서 할당되는 IP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는 어학교육원에서 사용됐다는 정 교수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긴 하지만, 방배동에서도 사용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정 교수의 주장대로 해당 PC가 방배동 자택에서는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고 동양대 어학교육원에서만 사용됐었다는 움직일 수 없는 근거가 확인됐다.
 

 

▲ 동양대에 설치된 LG U+ 무선공유기



검찰이 표창장 PC가 방배동에 있다고 단정한 이유

우선 문제의 강사휴게실 PC가 방배동에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이 나온 연원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이를 위해서는 세 대의 PC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하나는 조국 전 장관이 자택에서 쓰던 PC다(이하 조국PC). 김경록 PB가 하드디스크를 보관하고 있다가 검찰에 임의제출했던 바로 그 PC다. 그리고 강사휴게실에서 발견됐던 두 대의 PC가 있다. 표창장 관련 파일이 발견됐던 PC를 1호, 함께 있던 또 하나의 PC를 2호라고 부른다.

검찰은 조국PC에서 외부 공인 IP와 함께 가정 내부용 사설 IP를 함께 발견했다. 그리고 2호PC에서도 조국PC와 같은 형태의 사설 아이피가 할당된 기록을 확인했다. 이 IP는 192.168.123.5로 같다. 시간상으로 이 IP는 2호PC에서 사용되다가 특정 날짜 이후 조국PC에서만 발견된다.

검찰은 조국PC에서 발견된 공인 IP를 해당 통신사에 조회해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위치로 할당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사실로 조국PC와 2호PC에서 사용된 192.168.123.5 아이피를 ‘방배동에서 사용된 아이피’로 인식한다.

독자들 중에는 검찰이 사설 IP도 모르냐고 힐난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검찰은 자기들도 사설 IP를 모르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단지 방배동 지역 공인 IP와 사설 IP인 192.168.123.5 IP가 동시에 발견됐으므로, 이 사설 IP가 사용된 위치를 방배동으로 특정한 것이다. (그래도 사설 IP도 모르냐는 힐난이 나올 여지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1호PC에서는 192.168.123.137 IP가 다수 발견됐다. 검찰은 이를 조국PC와 2호PC에서 발견된 192.168.123.5 IP와 비교해 세 번째 자리까지 같은 ‘동일한 IP’로 간주했다. 검찰은 이런 논리로 (표창장 파일이 발견된) 1호PC가 방배동에 있었다고 간단하게 단정해버린다. 이것이 검찰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의 시작이었다.



전혀 다른 정체의 123 아이피

검찰은 재판 과정을 통해 1호PC의 192.168.123.137 IP와 조국PC·2호PC의 192.168.123.5 IP가 세 번째 자리까지 같은 ‘동일 대역대의 IP’라는 사실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두 IP는 태생적으로 다른 아이피였다.

동양대에서 192.168.123.*** IP를 할당한 공유기는 LG U+ 공유기로 모델명이 'NAPL-5000'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2010년 경에 처음 출시되어 2013년 경까지만 설치된 이력이 나타난다. 1호PC가 동양대 어학교육원에서 왕성하게 사용되던 바로 그 시기다.

그런데 한 시민이 “NAPL의 끝자리(D클래스)의 초기설정값이 101~200일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왔다. 이는 LG U+ 홈페이지의 NAPL-5000 모델에 대한 설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설명에는 “192.168.123.100~192.168.123.200까지의 IP 주소를 자동으로 할당받게 된다”고 적혀있다.

어제 자 더브리핑의 <동양대 표창장... 무참하게 허물어진 “자택에서 위조” 근거> 기사에서는 가정용 공유기는 네 번째 자리가 1~10까지의 단(單) 단위로 설정되고, 학교나 회사 같은 집합건물에는 100~200 단위로 설정된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공유기의 기종이 아예 달랐던 것이다. 즉 조국PC·2호PC와 1호PC는 전혀 다른 공유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 LG U+ NAPL-5000의 설명. PC에 192.168.123.100~192.168.123.200까지의 IP를 할당한다는 설명이 기재돼있다.



사용 이력이 전혀 달랐던 1호PC와 2호PC


검찰의 가장 큰 오류는 강사휴게실에서 발견된 두 대의 PC가 처음부터 끝까지 쌍(雙 ; pair)으로 붙어 다닌 것으로 오인했던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같은 장소에서 사용됐다고 생각했고, 그런 결과로 두 컴퓨터에서 발견된 192.168.123.*** IP가 동일 지역에서 할당된 동일 형태의 IP라고 단정해버렸다.

그러나 두 컴퓨터의 이력은 전혀 달랐다. 두 개의 컴퓨터는 같은 시기에 선물로 받게 되어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왔지만, 1호PC는 곧바로 동양대로 옮겨져 어학교육원에서 공용 PC처럼 사용됐고, 2호PC는 방배동에서 가족 공용 PC로 사용됐다. 검찰이 여론전에 활용했던 가족 간의 각종 문자 메시지와 메신저는 모두 이 2호PC에서 나온 것들이다.

두 컴퓨터는 2019년 9월 10일 시점에 동양대 인문관 강사휴게실에 함께 있었을 뿐, 전혀 다른 이력과 생애를 가지고 있고,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


검찰의 ‘자택 위조’ 주장의 근거는 완전히 사라졌다.

1호PC에서 발견된 IP는 동양대에 설치된 LG U+ NAPL-5000 공유기에서 할당됐고, 2호PC에서 발견된 IP는 (아마도 지금까지 자택에 보관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공유기에서 할당된 것이다.

1호PC에 사용된 공유기의 특성과 함께, 검찰이 공들여 발견한 2012년에서 2014년까지 집중적으로 사용된 22개의 192.168.123.137 IP는 “1호PC가 2012년 이후 동양대 어학교육원에서 사용됐다”는 정경심 교수의 주장을 더욱더 강력하게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검찰이 주장하는 “해당 PC가 방배동 자택에서 사용됐을” 가능성을 완벽하게 배제한다.

검찰이 지금까지의 주장을 입증하려면 방배동 자택에서 IP의 넷째 자리를 100~200으로 할당하는 공유기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공유기는 방배동에 있지도 않고 있어본 적도 없다.

이로써 검찰이 “2013년 6월 16일 정경심 교수가 방배동 자택에서 1호PC로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를 계속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와서 새로운 근거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 그런 근거는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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