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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특별기고] 검찰의 기세는 일단 꺾였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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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특별기고] 검찰의 기세는 일단 꺾였다. 그러나…
  • 김민웅
  • 승인 2019.12.27 0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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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각은 사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정치검찰은 무슨 짓이든 벌일 자들이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를 위해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19.12.26/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를 위해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19.12.26/뉴스1

조국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 당연했다.

그런데 기각문의 논리에 숨어 있는 찌꺼기가 있다.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으나 구속해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기각결정문 내용을 확인해보니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유○○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라고 단정하고,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 근간을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기는 하나“라고 되어 있다.

언론들이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으나”라고 왜곡보도 한 대목이 무엇인지가 확인된다. 언론. 정말 문제다. 그런데 어떻게 보도했든 기각문의 본질은 동일하다.

기각결정문의 논리는 아주 교묘하다. 언론들이 보도한 방식대로 하자면 “죄질은 좋지 않지만 구속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렇게 핵심을 뽑아 뭔가 죄는 있긴 있지만 구속해서 처리할 바는 아니고 하는 식이다.

이와 관련해서 기각문의 본문 내용은 이른바 죄질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치주의 근간을 후퇴시켰고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 했다는 것이다. 이것을 “죄질이 좋지 않다”고 작문해버린 것이지만 기각결정문은 “직권남용”을 사실로 인정하고 “감찰종료”가 아니라 “감찰중단”이라는 틀 안에서 검찰의 수사 내용의 핵심은 받아들인 셈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서며 구치소 관계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9.12.27/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서며 구치소 관계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9.12.27/뉴스1

법치주의의 근간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에 모두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 아닌가? 그런 까닭에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부담은 피해가면서 죄질논란을 남겨 놓은 기각 판결문이다. 본질적으로 교활한 문장이다. 기각결정은 내렸지만 검찰의 수사논리를 일정하게 받쳐준 셈이다.

구속시키지 않는 것은 범죄의 중대성이 구속수사 수준은 아니고, 이에 더하여 “수사 진행 상황과 제반사정을 볼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영장실질심사 당시 피의자의 진술 내용과 태도,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받고 있는 점, 주거지가 일정한 점”을 들었다.

이런 저런 요건을 보고 봐줬다는 식이다. 구속하지 않고도 수사와 재판을 받게 할 수 있다는 논리. 깔끔한 기각은 아니었다. 앞으로 재판의 과정에서 불리한 분위기를 조성한 방식이다.

물론 이제 정치검찰의 기세는 일단 꺾였다. 하지만 이제 더욱 필사적이 된 정치검찰, 이들과 손을 잡고 움직이는 자들이 앞으로 무슨 짓들을 하고 나올지 모른다.

기각은 사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정치검찰은 무슨 짓이든 벌일 자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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