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보도에 있어서의 ‘부분적 허위’... 조국 전 장관의 소송 방침과 관련해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7-21 15: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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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장관 “허위 보도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할 것”
‘중요한 사실’과 ‘부분적 허위’에 대한 법원의 원칙
조 전 장관 관련 허위보도 모두 ‘중요한 사실’에 대한 것
사실과 허위가 뒤섞인 조 전 장관에 대한 융단폭격식 보도
조국 전 법무부장관/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연합뉴스

조 전 장관 “허위 보도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할 것”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0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작년 하반기 저와 제 가족 관련하여 엄청난 양의 허위 과장 추측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상 반론보도 및 정정보도를 적극적으로 청구하고, 기사 작성 기자 개인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모 인터넷 언론 운영자인 정 모씨가 조국 전 장관이 2013년 트위터에 “시민과 언론은 ‘공적 인물’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가질 수 없으므로 공인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부분적 허위가 있었음이 밝혀지더라도 법적 제재가 내려져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을 들어 “본인에 대한 허위보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한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말 그대로만 봐도 ‘부분적 허위’에 대한 법적 제재 불가 의견과 ‘허위보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서로 모순되지 않는데도 이를 ‘모순’이라고 말한 것은 ‘공인’이라는 부분에만 집착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공인이라고 하여 ‘허위 보도’가 무한대로 허용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만약 조 전 장관과 관련해 이미 제기되었거나 앞으로 제기될 허위 보도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고발이 ‘부분적 허위’에 대한 것이라면 정 모씨의 지적은 타당하다.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細部)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은 명예훼손 소송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확립된 원칙이다.


우리나라 법원에서 법적 제재를 내리지 않는 ‘부분적 허위’는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즉,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여부는 ‘중요한 부분’에 의해 판단되어야지, 그와 함께 연결돼있는 ‘부분적 허위’로 따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중요한 사실’과 ‘부분적 허위’에 대한 법원의 원칙


예를 들어 어느 신문이 “놀부 부인이 밥주걱으로 흥부의 뺨을 때렸다”고 보도한 데 대해, 놀부 부인이 “나는 숟가락으로 때렸지 밥주걱으로 때리지 않았다. 따라서 이는 허위보도다”라고 주장한다면, 우리나라 법원은 “이 보도의 중요한 부분은 ‘때렸다’는 것이므로 세부에 해당하는 ‘밥주걱’ 부분에 있어 허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보도 내용이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는 것이다.


또한 “모 인사가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설날 떡값 1백만 원을 돌렸다”고 어떤 매체가 보도했는데, 해당 인사가 “설날 떡값을 돌린 게 아니라 동절기 사업에 대한 격려금으로 지급한 것이며, 지급액도 1백만원이 아니라 50~70만원 수준이었다”고 주장하더라도 법원은 “명목과 정확한 액수는 사실과 차이가 있어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이례적인 금품을 제공한 것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놀부 부인이 밥주걱이건 숟가락이건 흥부의 뺨을 때린 사실이 없는데도 “때렸다”고 보도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보도이며, “밥주걱으로 흥부의 뺨에 붙어 있는 밥풀을 떼어준 것”인데도 이를 “때렸다”고 보도한다면 “밥주걱을 사용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때렸다”는 가장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허위’인 것이다.


또한 모 인사가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에게 금원을 제공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만약 그것이 규정과 계약에 의한 정당한 비용의 지급이었다면, 이를 “선거를 앞둔 금품 제공”이라고 하여 불법 선거운동의 취지로 보도할 경우 이 역시 중대한 ‘허위’에 해당한다.



조 전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 1심 재판에서 징역8월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우종창 전 월간조선 기자
조 전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 1심 재판에서 징역8월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우종창 전 월간조선 기자

조 전 장관 관련 허위보도는 모두 ‘중요한 사실’에 대한 것


이미 징역형으로 1심 판결이 내려진 전 월간조선 기자 우종창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은 우 씨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1심 선고 직전인 2018년 1월에서 2월 초 사이 국정농단 재판 주심 김세윤 부장판사를 청와대 인근 한식 음식점에서 만나 식사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한 사실에 대한 것이다.


이는 “조국 당시 수석이 국정농단 재판 판사를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허위이므로 ‘중요한 사실’과 ‘부분적 사실’을 구분할 여지도 없다.


또한 당사자인 조 전 장관의 딸이 고소하기도 했고, 시민단체가 고발을 하기도 하여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가세연의 "조 후보자 딸이 빨간색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는 주장 역시 ‘중요한 사실’과 ‘부분적 사실’을 구분할 여지가 없는 명백한 허위다.


조 전 장관이 최근 정정보도를 청구한 경향신문의 “얼굴 없는 53억원” 보도는 “53억원을 ‘기부’한 사람이 조 후보자 가족과 관련이 있거나, 조 후보자가 투자한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에 이익을 주려 한 제3자인지가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고 한 ‘사실적 주장’이 정정보도 청구의 대상이다. 이 역시 정 모씨가 제기한 ‘부분적 허위’와의 연관성이 전혀 없는 내용이다.



2019년 8월 20일 동아일보 보도

‘중요한 사실’이 될 수도 있는 ‘부분적 허위’


그러나 때로는 ‘부분적 사실’이 결과적으로 ‘핵심적 사실’이 되어 정정보도 혹은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는 기자가 ‘허위라는 사실의 인식’이 있었느냐,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는 있느나, 보도 행위에 있어서 ‘부분적 사실’이라는 것만으로 허위 보도라는 주장이 불가능해지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단국대 의대연구실 논문 제1저자 등재’ 보도에 있어서 동아일보는 2007년에 있었던 인턴을 2008년이라고 보도했고, 제1저 등재 사실을 대학입시를 위한 자소서에 기재했다고도 했다가 기재하지 않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보도에 있어서 ‘중요한 사실’은 ‘제1저자 등재’ 여부이므로 인턴 시기와 자소서 기재 여부는 ‘부분적 사실’로서 실제와 다른 점이 있다고 해서 이를 허위보도로 주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2007년의 인턴 시기를 2008년으로 잘못 보도한 것은 2008년의 논문 제출 시점과 연결돼 “2주 인턴 후 곧바로 논문”이라는 시비를 야기했고, 자소서 기재 여부는 ‘입시 부정’ 시비의 촉발점이 됐으므로, 각각의 잘못된 내용을 ‘중요한 사실’로 지목하여 보도의 허위성을 추궁할 수도 있다. 그 경우 이는 ‘사실 확인의 성실 의무’가 결여된 보도로서 ‘허위 보도’로 판결될 수 있다.



채널A 보도
채널A 보도

사실과 허위가 뒤섞인 조 전 장관에 대한 융단폭격식 보도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융단폭격식 보도’에는 완전한 허위도 있고, 사실과 허위가 뒤섞인 보도도 있다. ‘중요한 사실’보다 ‘부분적 사실’에 더한 의도성과 악의성이 내재된 보도도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9월 11일 채널A의 <정경심이 받은 월 200만 원은 펀드 투자 이자> 보도에서 “월 200만원 받은 것”은 사실이나 “펀드 투자 이자”라고 한 것은 허위다. 또한 9월 15일 같은 매체의 <조국 5촌 조카, 부인 계좌로 코링크 설립자금 송금> 보도는 “조국 5촌 조카 부인의 계좌로 송금”한 것도 사실이고, 조범동 씨가 이 중 일부를 “코링크 설립자금”으로 사용한 것은 사실이나 “정경심 교수가 코링크 설립자금으로 송금했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다.


당시 보도에 있어 이와 같은 사례는 수백 개라도 들 수 있다. 조 전 장관이 허위보도에 대한 정정보도와 형법상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 방침을 밝힌 지금, 어느 정도 범위에서 법적 조치가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에 대한 법적 조치가 “‘부분적 사실 오류’에 대한 법적 제제 불가”라는 조 전 장관의 지론 및 우리나라 법원의 확립된 원칙에 모순이 될 일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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