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 낳으면 임대료 무료... '충남형 더행복한주택'을 아시나요?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7-03 10:11:36
  • -
  • +
  • 인쇄
공급을 늘려도 그 대부분은 ‘실수요자’보다 ‘투자 수요자’들의 차지
목돈 없어도 주거비 걱정 없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주택 공급 돼야
충남 더행복한주택/충청남도 제공
충남 더행복한주택/충청남도 제공

아무리 좋은 주택정책이 있어도 당장 목돈이 없는 청년층과 저소득자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청년층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을 때까지 살 수 있는 여유 있는 주택을 목돈 없이 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7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서민 부담 경감 △투기성 주택보유 부담 강화 △공급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집값 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는 집값 정책의 기본이다. 공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주택 시장의 특성상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급 확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그것은 돈 가진 사람들의 다주택 보유를 더욱 확대시킬 뿐이며, 그것도 또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공급을 늘려도 신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돈 가진 사람들 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은 주택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지만, 그 ‘수요’의 내용은 매우 다양하다. 월세의 지출이 없는 안정적인 ‘내집 마련’이 가장 중요한 것일 테지만, 실제로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는 수요는 주택 가격 상승을 전제로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다.


공급을 늘려도 그 대부분은 ‘실수요자’보다 ‘투자 수요자’들의 차지가 돼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투자 수요자’들은 돈이 넘쳐나지만 ‘실수요자’들은 돈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수서지구 신혼희망타운
서울 수서지구 신혼희망타운

문재인 대통령은 또한 청년, 신혼부부 등 생애최초 구입자 등을 위한 특별공급 물량도 확대하고, 조금 더 쉽게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청년, 신혼부부, 생애최초 구입자들은 실수요자 중에서도 진짜 실수요자들이다.


정부에서는 행복주택, 신혼희망타운 등 이미 이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행복주택은 국민임대주택 정책을 확대한 것이고, 신혼희망타운은 분양가와 전세가를 시세의 60~70% 수준에서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최소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목돈이 필요하다. 단 천만 원도 가지기 힘든 청년층과 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 같은 존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문제는 행복주택, 신혼희망타운 등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은 크기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려다보니 1인 가구나 2인 가구에만 적합한 소규모 주택이 주종을 이룬다. 그러다보니 신혼부부가 입주해서 몇 년 살다가 아이를 낳게 되면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야한다. 이것이 또 다른 주택 수요를 발생시킨다.



충남 더행복한주택 아산배방월전지구
충남 더행복한주택 아산배방월전지구

이런 고민을 담아 내놓은 것이 충청남도의 ‘충남형 더행복한주택’이다.


충남형 더행복한주택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부의 ‘행복주택’ 정책을 더욱 확대하고 심화시킨 것이다. 목표는 세 가지에 맞춰져 있다. △목돈 없는 청년층이 입주할 수 있게 △그리고 아이가 자라서 클 때까지 △주거비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더행복한주택은 전용면적 기준 36㎡형(옛 18평)·44㎡형(옛 20평)·59㎡형(옛 25평) 세 가지 모델로 보증금과 임대료는 각각 3천만원/9만원, 4천만원/11만원, 5천만원/15만원이다.


지금까지 나와 있는 공공주택은 주로 옛 20평형 미만으로 보증금대출까지 모두 활용하는 경우라도 현금 5천만원 이상은 필요하다. 그러나 더행복한주택의 보증금은 혹시 현금이 없더라도 모두 디딤돌대출 등의 주택대출상품으로 마련이 가능하다. 즉 목돈이 전혀 없어도 입주할 수 있다는 것.



충남 더행복한주택/충청남도 제공
충남 더행복한주택/충청남도 제공

월임대료도 우리나라의 평균 소득 대비 주거비용 비율이 20%(임금근로자 평균 소득 약 300만원, 임차인 주거비용 60만원)선인 것을 감안해 평균 소득의 5%로 잡았다. 주거비 부담을 크게 줄이기 위한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를 낳게 되면 월임대료를 줄여주거나 면제해주는 것이다. 한 자녀의 경우는 임대료를 50%로 줄여주고, 두 아이를 낳으면 임대료를 완전히 면제해준다. 충남형 더행복한주택이 단순한 주택정책이 아니라 저출산 극복을 위한 출산장려정책의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급도 방이 2개 혹은 3개인 59㎡형(옛 25평)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현재 건설 중인 아산배방월전지구의 경우 36㎡형이 60세대, 44㎡형이 180세대인데 비해 59㎡형이 360세대로 총 600세대 중 60%를 차지하고 있다. 기존의 행복주택은 44㎡형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양승조 충청남도지사
양승조 충청남도지사

양승조 충남지사는 “충남형 더행복한주택이 충남의 정책이긴 하지만 중앙정부 주택정책의 모델로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는 가장 근본적이고 시급한 문제로, 그 해결의 중심은 주택정책이어야 하고, 그 내용은 신혼부부가 아이 둘을 낳아 기를 때까지 부담없이 살 수 있는 주택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아무리 싸도 몇억 씩 되는 주택을 수십만 채 공급해봐야 당장 목돈을 만들 수 없는 국민에게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층에게는 더더욱 남의 일이 돼버리고 만다.


따라서 그저 많이 지어서 많이 공급해도 그것은 이미 돈이 많은 자산가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이는 결국 전세가 점점 사라지는 추세와 맞물려 월임대료 등의 주거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주택정책이 아파트수집가들을 위한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 실수요자들이 부담없이 거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의 공급이 주가 되어야 한다. 그 모델을 충청남도가 보여주고 있다.





[저작권자ⓒ 더브리핑.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