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25차 공판③] 산산이 부숴진 ‘검찰 측 타임라인’

박지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8-21 22: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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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주장대로 '위조'가 이루어질 수 없는 5가지 이유
① ‘MS워드’ 캡처로는 ‘총장님 직인.jpg’ 파일 못 만든다
② 고급 이미지 프로그램 없이는 ‘총장님 직인.jpg’ 파일 못 만든다
③ PC에 있던 ‘알캡처’로는 ‘총장님 직인.jpg’ 못 만든다
④ ‘최종 PDF’ 파일은 정 교수 관련 PC에는 없던 출처 불명의 파일
⑤ ‘최종 PDF’ 파일이 출력된 기록이 없다

어제 8월 20일, 정경심 교수 25차 공판의 포렌식 수사관 반대신문에 대해 세번째 글이다. 앞서 검찰이 IP주소와 MAC 주소를 문제삼아 정 교수가 2013년 6월 16일에 자택에서 표창장을 위조했다 주장한 것을 변호인이 깔끔하게 논파했다고 정리했다.

또한 검찰이 동양대에서 사용된 적이 없이 가져다놓기만 한 거라고 주장했던 이 PC가, 동양대 동료 교수들 및 어학교육원 직원들의 사용 기록이 나오고, 또한 그 과정에서 검찰이 포렌식 기법으로 사용한 카빙(carving)이 무시 못 할 오류 가능성이 있다는 점, 또한 포렌식을 책임진 해당 분석관이 분석이라는 고유의 책무를 넘어 상당한 유죄심증을 가지고 전혀 얼토당토 않은 보고서 결론들을 내려놓은 부분들도 지적했다.

이번에는 검찰이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 직접 증거라며 내놓았던 여러 파일들, 즉 '총장님 직인.png'부터 문서2.docx, '총장님 직인.JPG', 최종 결과물이라는 '조민표창장 2012-2.pdf' 파일들에 대한 검찰측 분석들의 어처구니없는 허점들을 하나씩 대해서 살펴보자.


① ‘MS워드’ 캡처로는 ‘총장님 직인.jpg’ 파일 못 만든다

일단, 지난 23차 공판에서 검찰이 포렌식 분석관 이 모씨를 상대로 펼친 장황한 '위조 타임라인' 활극을 주요 부분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6:20 아들 상장 캡쳐 파일 ‘총장님 직인.png’ 파일 생성
16:40 위 파일을 MS워드 파일에 삽입, '문서2.docx' 파일로 저장
16:46 위 파일에서 직인 부분 등을 캡처해 '총장님 직인.jpg' 저장
16:53 상장 서식에 삽입하고 PDF로 변환해 '(양식)상장[1].pdf' 저장
16:58 위 서식 파일을 '(양식)상장[1].hwt'로 저장
16:58 상장 제목을 수정해 '조민표창장 2012-2.pdf'으로 저장.
16시 58분 '(양식)상장[1].hwt' 저장

이게 지난 23차 공판이 있었던 7월 23일에 대다수 언론들이 일제히 기사화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는 여러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잠깐 해설.
‘총장님 직인.png’ 파일은 이름과 달리 아들 상장 전체를 스캔한 것.
'총장님 직인.JPG' 파일은 직인만 잘라낸 것이 아니라 상장 하단의 '동양대 총장 최성해' 문구와 직인이 함께 포함된 이미지.

'문서2.docx' 파일에 이전 단계의 '총장님 직인.png' 파일과 같아보이는 이미지가 올려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크기가 달랐다. 파일 크기도 다르고 가로세로 해상도도 달랐다. docx 파일에 포함된 파일이 더 작았던 것이다. 심지어는 거기서 잘라냈다는 파일의 해상도가 원본의 해당 부분보다 더 컸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이 docx 파일을 캡쳐해서 문제의 직인 파일, 즉 '총장님 직인.JPG' 파일을 만들 수가 없다. 문서를 확대해서 캡쳐하더라도 품질이 더 떨어져서 어색한 티가 나게 된다. 즉 이 문서2.docx 파일은 다른 단계들과 아무 상관이 없는 전혀 별개의 파일임이 명백하다.

② 고급 이미지 프로그램 없이는 ‘총장님 직인.jpg’ 파일 못 만든다

다음으로, 검찰은 최초 스캔본으로부터 어찌어찌 해서 최성해 문구와 직인이 포함된 '총장님 직인.JPG' 파일을 잘라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이 적시한 이 '직인 파일'의 해상도는 1072x371로서, 실제로 이렇게 잘라내 보면 상장 아래 끝단의 누런색(아마도 금색인 듯) 굵은 가로줄이 함께 잘라진다. 즉 최성해 이름과 직인 외에, 아래쪽에 누런색 띠가 함께 캡쳐되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결정적인 증거로 수없이 언플을 벌였던 이 소위 '직인 파일'에는, 최성해 문구와 직인만 들어있을 뿐 누런 띠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 누런색 띠를 없애려면 포토샵 등의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해당 강사휴게실 PC 1호를 이잡듯이 샅샅이 뒤져 별의 별 과거 이력을 다 찾아냈으면서도, 이런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찾아내지 못했다.

여기서, 이 '총장님 직인.JPG' 파일이 이 PC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③ PC에 있던 ‘알캡처’로는 ‘총장님 직인.jpg’ 못 만든다

더욱이, 검찰은 이 '총장님 직인.JPG' 파일이 만들어진 경위로, 특정 캡쳐 프로그램, '알캡쳐'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PC에 과거 알캡쳐가 설치되었던 이력을 찾았기에 이렇게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 변호인측이 찾아낸 것은, 해당 JPG 파일은 알캡쳐에서 만들어진 파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침 이 문제는 나도 SW 개발중에 많이 경험해본 문제라 설명을 자세히 드릴 수 있겠다.

JPG 파일은 원본 그대로 저장하는 파일 포맷이 아니라, 파일 크기를 줄이기 위해 사람 눈으로는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의 원본 훼손을 감수하면서 압축을 하는 포맷이다. 사진 애호가라면 잘 아실텐데, 고급 카메라에서 찍은 raw 파일은 엄청나게 크지만, 그것을 jpg로 저장하면 크게 줄어든다. 이것을 '유손실 압축'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png나 gif 등의 포맷은 원본 훼손을 하지 않는 '무손실 압축' 방식이다.

그런데 일정한 훼손 정도가 사전에 정해진 것이 아니라, 1부터 100까지의 품질(Quality)라는 옵션이 있어서, 이 값을 높게 지정할수록 원본에 가깝고, 낮아질수록 훼손이 많이 일어난다. 또한 훼손이 많을수록 파일 크기는 더 작아지고.

그런데 변호인측이 문제의 '총장님 직인.JPG' 파일의 Quality 값을 조사해본 결과 75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비정상적으로 낮은 값이 나왔다. 내 경험상 jpg 파일의 Quality 값은 80 이하로 떨어지면 꽤 눈에 띄는 훼손이 발생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이 값을 기본적으로 80 근처 혹은 그보다 높은 값으로 지정해서 저장한다.

그런데, 변호인측이 실제로 검찰이 주장하는 '알캡쳐'를 이용해 캡쳐해서 jpg 파일로 저장해보니, Quality 값이 최고치인 100으로 나온 것이다. 이것은 '직인' 파일의 75값과 크게 차이가 난다.

물론 더 알아보면, 알캡쳐 프로그램의 설정에서는 이 Quality 값을 사용자가 임의로 지정할 수 있도록 옵션이 있다. 그런데 이 값의 기본값이 100인 것이다. 사용자가 임의로 수정하지 않는 한 그대로 100 Quality의 jpg 파일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단순 캡쳐 용도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인 알캡쳐에 이런 옵션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일반 사용자가 얼마나 될까? 더욱이 정경심 교수는 컴맹을 겨우 벗어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사람인데.

더욱이, 검찰측 주장대로라면 표창장을 '위조'하려는 의도로 이 파일을 캡쳐한 정경심 교수가, 설사 이렇게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옵션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과연 일부러 Quality를 75로 떨어뜨려 눈에 띄도록 이미지 품질을 떨어뜨렸을까? 얼토당토 않은, 개연성이 전혀 없는 주장인 것이다.

실제로, 변호인이 알캡쳐로 검찰 주장대로 캡쳐해 똑같은 크기로 만들어본 파일의 크기는 110KB 정도로, 검찰이 증거라는 '총장님 직인.JPG' 파일의 크기 37KB보다 무려 3배나 크다.
즉 이 파일은 알캡쳐를 사용해서 만든 파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해당 PC를 이잡듯이 뒤졌지만, 다른 어떤 이미지 관련 프로그램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답은 매우 간단하다. 해당 PC에서 만들어진 파일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파일들이 단순히 복사만 된 것이다. 그런데 검찰측은 이런 가능성을 지금까지 철저히 배제하고 최소한의 가능성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왜? 그러면 정경심 교수가 표창장 위조 혐의로부터 벗어나니까. 그렇게 되면 검찰은 닭쫓던 개 신세가 되니까.


④ ‘최종 PDF’ 파일은 정 교수 관련 PC에는 없던 출처 불명의 파일

다음으로, 검찰은 정경심 교수를 표창장 위조범으로 지목하면서, 이 '표창장 관련 파일들'이 2014년 4월의 PC 재설치 이전에도 존재했던 것을 파일 복구를 통해 찾아냈다고 했다. 그런데 바로 앞에서 설명한 것과 똑같이, 이 파일들이 포맷 이전에 존재했다고 해서 정경심 교수가 만들었다거나, 만들어진 위치를 알 수 있거나, 만든 시기를 알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본인이 사용중인 MS워드나 엑셀 등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해서 사용중이신 분 있으신가? 거기에 파일이 있었으니 그 파일을 만든 사람이라는 검찰식 논리에 따르면, PC에 오피스가 설치된 사람들은 오피스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람이어야 한다.

게다가, '이 표창장 관련 파일들' 중에서 최종적인 표창장 파일은 '조민표창장 2012-2.pdf'인데, 유독 이 파일만은 포맷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검찰측으로선 단순히 복구에 실패했을 뿐, 덮어씌워지거나 하는 이유로 발견이 불가했을 뿐이다, 라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

검찰 측은 표창장 관련 파일들의 포맷 이전 경로들뿐만 아니라, IE 히스토리 복구를 통해 이 파일들이 언제 오픈되고 언제 저장되고 하는 내역까지 샅샅이 다 찾아냈다. 그런데 거기서도 이 '최종 표창장 파일' 하나만은 나오지 않았다. 이 '최종 표창장 파일'은, 오직 2014년 포맷 이후 현재 시점에만 존재할 뿐, 포맷 이전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⑤ ‘최종 PDF’ 파일이 출력된 기록이 없다

또한 검찰은 치열한 포렌식을 통해 각종 파일들이 프린트되거나, 프린터 드라이버가 설치, 업데이트된 내역들까지 다 복구해냈지만, 이 '최종 표창장 파일'인 '조민표창장 2012-2.pdf'은 프린트가 된 적이 없었다. 그 PC에서도, 다른 압수된 PC들에서도.

또 한 번, 해당 PC에서 표창장이 위조되었다는 주장이 무력화된 것이다. 검찰이 증명한 것은 2013년 6월 당시부터 해당 파일들(결정적인 최종 파일은 제외하고!)이 그 PC에 존재했다는 것뿐이지, 그것을 누가 만들었는지, 어디서 만들었는지 등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전혀 증명도 설명도 하지 못했다.

해당 파일들이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인데 해당 PC에는 단순 복사된 것일 뿐일 수 있다는 매우 중요한 가능성을, 검찰 측은 고의적으로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검찰은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PC에서는 변호인측의 독자적인 포렌식에 의해 동양대에서 동료 교수, 다수의 어학교육원 직원들이 함께 사용한 흔적들이 다수 발견되었다. 과연 그 여러 사용자들 중에서 콕 찍어 정경심 교수가 그 표창장 파일을 만들고 인쇄했다고 특정이 가능한 것인가?

이 공판에서 포렌식 관련으로 증인신문을 진행한 법무법인 다산의 조지훈 변호사는 전산전공으로 졸업한 후 다시 법학과에서 공부한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 그런 이력 덕에 이런 매우 전문적인 증인신문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가 이렇게 디테일한 분석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내가 SW개발자로서 관련 전문가인 이유도 있지만, 어제 공판을 취재했던 한 기자님의 취재내용 협조 덕이 매우 컸다. 신원을 밝히지 말아 달라 해서 익명 처리는 하는데, 이 지면을 빌어 큰 감사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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