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확인서, '인턴' 아닌 '체험'이라서 허위?... 판사의 어이없는 개념 규정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1-02-01 09: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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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교수와 최강욱 대표의 재판부는 "체험활동을 하였을 뿐 인턴 활동을 한 것은 아니므로 확인서의 제목을 '인턴십 확인서'로 한 것은 허위"라고 판결했다. 판사 임의로 ‘인턴’의 개념과 내용을 규정한 뒤, 자신들의 정의(定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형벌을 내린 것이다. 이는 명백한 사법폭력이다.

▲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28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28/뉴스1


판사가 제 맘대로 내린 ‘인턴’의 정의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지난 달 28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판사는 확인서에 있는 “9개월간 총 16시간”이라는 표시가 “9개월간 매주 2회 매회 8시간 근무했다는 뜻”이라고 마음대로 판단한 뒤에 “그러나 9개월간 총 16시간이면 1회 12분에 불과해 실제로 9개월간 주 2회 8시간 근무하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그렇게 한 것처럼 확인서를 작성했으므로 허위”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조 씨가 9개월간 최강욱 대표의 법률사무소에 출입해 어떤 일이나 활동을 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다. 즉 “조 씨가 최 대표의 사무실을 출입하면서 뭔가를 하긴 했지만 인턴은 아니었는 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턴으로 근무한 것처럼 ‘인턴확인서’라는 제목으로 확인서를 작성했으므로 허위”라는 얘기다.

판사가 확인서의 “9개월간 총 16시간”이라는 표기를 “9개월간 매주 2회 매회 8시간”이라는 뜻으로 판단한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인턴이란 정기적으로 출석해 상당한 시간 근무하는 것이 통상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판을 담당한 정종건 판사는 “인턴이란 모름지기 정기적으로 출석해 상당한 시간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단정한 뒤 이 확인서를 접수받은 학교들도 “총 16시간”을 “매주 2회 매회 8시간”으로 오인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판사 자신이 바보이므로 학교 관계자들도 바보일 것이라거나, 학교 관계자들도 자기처럼 억지로 왜곡해서 해석했을 것이라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최강욱 대표 측은 “총 16시간의 의미는 조 씨가 사무실을 장기간 출입하면서 했던 여러 활동 중, 판결 분석과 같이 엄밀하게 법률과 관련된 체험을 했던 시간만을 따로 산정하여 최소한으로 기록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 해명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판사는 그래놓고 제 맘대로 ‘인턴’의 의미를 “장기간 정기적으로 출근해 상당 시간 근무하면서 핵심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규정한 뒤, 자신의 정의에 부합되지 않는 활동은 ‘인턴’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판결을 내린 것이다.


“체험활동인데 인턴이라고 했으므로 허위”

이처럼 판사가 ‘인턴’의 정의를 제 맘대로 내리고 “자신의 정의에 맞지 않는 것은 ‘인턴’이 아니며, 인턴 아닌 활동에 대해 ‘인턴확인서’를 발급한 것은 허위”라는 주장은 정경심 교수의 판결에서도 등장한다.

정경심 교수의 재판부는 “조○은 단국대 의대에서 체험 활동을 하였을 뿐 인턴 활동을 한 것이 아니므로 피고인이 2013. 6. 10 자 문서의 제목을 ‘인턴십 확인서’로 변경한 것도 허위사실을 기재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또한 “피고인이 2013. 6. 10 자 인턴십 확인서를 작성한 이유는 2009. 8. 10.자 체험활동확인서에 기재된 것과 달리 조민이 전문적인 인턴 활동을 한 것처럼 가장하고 인턴 시간을 기재하여 정량적인 활동량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도 판결했다.

즉 단국대 의대 연구실에서의 활동은 체험 활동이지 인턴 활동이 아닌데도 확인서를 ‘인턴십 확인서’라고 기재했으므로 허위이며, 따라서 이런 허위 확인서로 대학의 입학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정경심 교수 재판부의 이러한 판단은 체험 활동과 인턴 활동을 엄격하게 구분한 최강욱 대표 재판부의 판단과 일치한다. 그러나 이는 두 재판부의 망상을 바탕으로 한 임의적인 정의와 구분에 불과하다.


인턴십은 체험활동의 한 형태

길게 설명할 것 없이 취업을 전제로 하는 특성화고교의 인턴을 제외한 모든 고등학생의 인턴 활동은 체험 활동의 일부에 불과하다. 통상 말하는 체험활동이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프로그램이라면 이보다 장기적이고 정기적인 출석으로 이루어지는 체험활동을 인턴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체험활동’의 하위 개념으로서의 ‘인턴’의 정의는 교육청과 교육부 등의 정부 관련 문서에도 자주 등장한다.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사교육 없는 학교'를 선정 발표하면서 우수 프로그램으로 서울 구정고의 '학부모 인턴십' 프로그램을 선정해 소개했다. 이런 프로그램이 최강욱 대표 재판부가 규정한 "정기적으로 출석해 상당한 시간으로 근무하는 것”이라는 정의에 부합하기는 어렵다. 
 

▲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의 '사교육 없는 학교'

 

 

 

 

 

 



또한 2013년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주최한 제1회 교육정책네트워크 교육현장토론회 자료에는 체험학습의 유형을 직접체험과 간접체험으로 구분한 뒤, 직접체험에 “인턴십, 현장견학, 현장탐방 등의 방식”을 예시하고 있다.

 

 

▲ 2013년 서울특별시교육청 주최한 제1회 교육정책네트워크 교육현장토론회


더욱이 2013년에 발간된 <이명박정부 국정백서> 교육 편에서는 ‘교육기부의 범사회적 확대’ 항목에 아래와 같이 ‘인턴십’을 소개하고 있다.

한편 정부출연연구소도 학생 인턴십, 과학캠프 등을 다채롭게 개설하여 과학문화 확산의 일환으로 교육기부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천문(연)에서는 스타-카 천문교실을 열어 학생들의 천문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이명박정부 국정백서> 교육 편


또한 최근 교육부가 발행한 <2018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중·고등학교)>에도 ‘인턴’은 ‘진로탐색활동’에 ‘직업인 인터뷰, 직업인 초청 강연, 산업체 방문, 직업체험관 방문, 직업 체험 등’과 함께 분류되어 있다.

 

▲ <2018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중·고등학교)>


법원도 운영했던 ‘단기 체험형 인턴’

더욱 웃기는 것은 법원에서도 단순한 체험활동에 불과한 프로그램을 ‘인턴’으로 이름을 붙여 운영했다는 것이다.

2015년에 사법정책연구원에서 발간된 <중·고등학생을 위한 법원체험 프로그램에 관한 연구>에는 2014년에 실시됐던 전주지방법원의 청소년 인턴십 프로그램이 소개되어 있다. 전주 관내 고등학생 18명이 참여한 이 프로그램은 3일간 견학과 방청, 그리고 법관과의 대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 전주지방법원 청소년 인턴십 프로그램


이는 최강욱 대표 재판부가 규정한 “인턴이란 정기적으로 출석해 상당한 시간 근무하는 것”이라는 정의와는 전혀 동떨어진 것이다. 전주지방법원의 청소년 인턴십 프로그램은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것’도 아니었고 ‘상당한 시간’이 투입되지도 않았으며 더욱이 중요한 것은 ‘근무’ 형태가 아니었다. 누가 ‘견학과 방청, 법관과의 대화’를 ‘근무’로 보겠는가.

전주지방법원의 인턴십 프로그램과 비교한다면 최강욱 대표의 설명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판결문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다고 해도 “9개월간 저년 6시 이후 또는 휴일 시간에 피고인의 사무실에 몇 차례 들러 영문 번역이나 그 밖에 불상의 업무를 수행했다”는 조 전 장관 아들의 경우가 훨씬 더 ‘인턴’의 정의에 가깝다.

두 재판부의 판결대로라면 전주지방법원도 “인턴 아닌 행사에 인턴이라는 허위의 명칭”을 사용했고, 이 행사에 참여했던 학생들에게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해줬다면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것이며, 혹시 학생 중 일부가 그 확인서를 입시에 활용했다면 꼼짝 없이 업무방해죄를 저지른 것이 돼버린다.

 


임의의 근거로 판결 내린 명백한 사법폭력

이와 같이 고등학생 인턴을 체험활동과 엄격하게 구분하여 “정기적으로 출석해 상당한 시간 근무하는 것”으로 정의를 내린 것은 고등학생 인턴이라는 개념이 탄생한 이래 두 재판부가 처음이며, 더욱이 고등학생 시절의 체험활동의 내용이 자신들이 임의로 내린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턴십 확인서’가 허위라고 판정한 것은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두 재판부가 최초일 것이다.

법률에 ‘고등학생 인턴’의 정의를 규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판사가 이에 대해 판단하려면 ‘사회상규’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위에서 제시한 교육청, 교육부, 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 사회상규에 해당한다. 그러나 정경심 교수와 최강욱 대표의 재판부는 이러한 사회상규와는 무관하게 오로지 자신들의 뇌내망상을 근거로 ‘인턴’의 개념과 내용을 규정한 뒤 그것을 근거로 형벌을 내렸다.

이는 명백한 사법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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