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고 봉쇄 푸는 나라가 부럽다구요?... 해외 각국의 코로나 봉쇄 현황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5 13: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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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면적 이동제한 3차 봉쇄 후 2월 완화
영국, 전면 외출 금지 비필수품목 사업장 폐쇄
호주, 확진자 발생하면 대중교통과 사업장 폐쇄

<뉴스1>이 24일 「시민들 "백신 맞고 봉쇄 푸는 나라 부럽네"…전문가 "과신 금물"」이라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다행히 이 기사를 전재한 언론은 동아일보 말고는 없는 것 같은데요. 아무리 언론이 개차반이라도 이런 기사를 받아 전재할 매체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죠.

 

 

▲ 2월 24일 뉴스1 보도


이 기사 첫머리는 아래와 같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코로나19 백신을 보급한 나라들이 일상으로의 복귀 준비에 본격 착수하자 시민들은 "그렇게 빠른 속도로 백신을 접종했다니 놀랍다"며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기사 가운데 부분에서 이러한 '시선'의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소식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K-방역은 길거리 소똥한테나 줘라" "봉쇄는 실패했지만 1년 뒤 초고속 백신 접종으로 막아버리는 이스라엘 vs 백신 조기 접종 실패한 한국" "이스라엘 접종 중간 결과를 보니 꽤 효과적인 것 같네요. 아 물론 이스라엘은 전량 화이자 백신^^" 같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시민들이 '부러워' 하는 나라는 기사에서도 적시했듯이 이스라엘과 영국입니다. 이스라엘은 4월 봉쇄 해제를 목표로 하고 있고, 영국은 6월 해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게 부러워할 만한 일인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이스라엘은 우리나라 언론들에 의해 백신 확보를 잘 했다고 칭찬을 받고 있는 나라입니다. 기가 막히죠?

<중앙일보>는 1월 11일 「"접종률 1위 이스라엘, 웃돈 주고 백신 확보···모사드도 뛰었다"」 기사에서 이스라엘이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퍼부었던 헌신적인 노력에 대해 침을 튀겨가며 칭송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렇게 했는데 우리나라는 뭐 하고 있었느냐는 얘기일 겁니다. 

 

 

▲ 1월 11일 중앙일보 보도


그리고 <한국경제>는 1월 27일 「'백신 챔피언' 이스라엘 "2차 접종 결과, 감염률 0.015%"이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아주 부러움이 뚝뚝 묻어나죠? 이 기사는 '백신 챔피언'은 2020년 12월 29일에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방역의 처참한 실패를 덮기 위해 백신 확보를 자랑하면서 쓴 말인데 한국경제는 이것을 완전히 이스라엘에 대한 상징언어처럼 썼습니다.

게다가 <연합뉴스>는 25일, 그러니까 오늘이네요? 「'백신 챔피언' 이스라엘 "4월 완전한 봉쇄 해제 목표">라는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뉴스1의 「"백신 맞고 봉쇄 푸는 나라 부럽네"…전문가 "과신 금물"> 기사와는 달리 연합뉴스의 이 기사는 꽤 여러 매체들이 받아서 전재했습니다.


아주 이스라엘이 부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입니다. 이러니 "백신으로 방역 푸는 나라가 부럽다"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하죠. 시민들은 죄가 없습니다. 정신나간 언론들이 죄인 것이죠.

 

 

 

▲ 2월 25일 연합뉴스 보도



아무튼 시민들이 "봉쇄 풀게 돼서 부럽다"고 하는 '백신 챔피언' 이스라엘의 봉쇄가 어땠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스라엘은 총 3차례의 봉쇄가 있었고 지금 3차 봉쇄가 진행 중이며, 이 3차 봉쇄를 4월까지는 풀겠다고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첫 번째 봉쇄는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2개월간 이루어졌습니다. 이 기간 동안 학교, 음식점, 쇼핑몰 등이 모두 문을 닫고 거주지 근처 500m 안에서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은 2020년 9월 들어 정통 유대인 신자들을 중심으로 다시 코로나119가 확산돼 일일 신규 확진자가 3000~4000여 명에 이르게 되자 2차 봉쇄를 단행했습니다. 봉쇄 내용은 1차 봉쇄와 같았습니다.


 

▲ 이스라엘의 봉쇄조치가 내려진 뒤 극단 정통 유대교인들이 마스크를 한 채 예루살렘의 구시가지를 지나고 있다./AP 자료사진

 


2020년 12월 27일 이스라엘 정부는 일일 확진자가 4천 명 대에 이르자 3차 봉쇄 조치를 실시했습니다. 이 날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은 백신 챔피언"이라고 자랑하기 이틀 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은 그 말을 받아 이스라엘을 일약 '부러운 나라'의 반열에 올린 것이죠. 

 

이스라엘의 3차 봉쇄조치는 2개월이 지난 2월 21일 완화되어 길거리 상점과 쇼핑몰, 시장, 박물관, 도서관의 출입이 허용됐고, 체육관, 스포츠와 문화 행사, 호텔, 수영장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았거나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사람들에게 개방됐습니다.

<뉴시스>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도 「'백신 선도국' 이스라엘, 사망률 감소에 봉쇄 완화…미접종자 독려 ↑」라고 제목을 붙여 아주 부러워 못 견뎌하더군요.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거리두기 2단계보다 훨씬 더 엄격합니다.

 

 

▲ 2월 16일 뉴시스 보도


<뉴스1> 기사가 언급한 영국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영국은 현재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업무 수행, 생필품 구매, 운동, 의료적 목적 등의 필수적인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외출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Stay at home"이라고 딱 박혀 있습니다.

그리고 실외 운동은 지역 내에서 하루에 1번만 가능합니다. 또한 특정 가정을 돕거나 자녀를 돌보기 위한 집합체을 제외한 실내·외 모든 장소에서 다른 가정과의 만남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생필품 판매 매장이 아닌 여타 다른 비필수품목 판매장, 레저 및 오락 시설 폐쇄되어 있고, 선술집(Pubs), 식당등은 포장·배달 서비스를 제외한 영업이 중단되어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지난 23일 이러한 국가 봉쇄 조치를 3월 8일부터 단계적으로 완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거리두기 2단계 수준에 준하는 완화 조치는 4월 12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 출입이 봉쇄된 런던 거리/AP

 

 

이스라엘과 영국 뿐만이 아닙니다.

프랑스는 몇 번에 걸쳐 전국적인 이동제한 조치를 풀었다 재개했다를 반복하다가 2020년 12월 15일 이동제한 조치를 해제하면서 오후 8시부터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 조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몇 개 지역만 통행금지를 실시하다가 2021년 1월 15일에는 전국으로 확대했습니다.

네덜란드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4시 30분까지 지정한 사유 외에는 외출이 금지되어 있고, 체코는 체육시설, 수영장, 사우나, 도서관, 미술관, 사교클럽, 종교시설, 성지순례 등 다중이용시설 출입이 금지되어 있으며, 스페인은 주별로 야간 통행금지와 오후 6~8시 이후 배달 이외의 영업 금지, 그리고 주말 전면 영업 금지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인접국인 레바논은 지난 1월 29일 24시간 통행금지 봉쇄령을 내렸습니다. 봉쇄 기간 동안 레바논 국민들은 빵집, 약국, 병원 등을 방문하는 긴급 상황이 아니면 집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생필품을 판매하는 슈퍼마켓도 배달만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언론에서 방역 모범국가로 간혹 인용되고 있는 호주는 지역별로 확진자가 발생하면 대중교통을 폐쇄하고 비필수 상품 판매 사업장의 영업을 전면 중단시키고 있습니다.

새로운 변이형이 나타난 남미국가들도 심각합니다. 브라질의 일부 도시는 슈퍼마켓과 약국, 주유소 등 필수 업종에서 근무하거나 이들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아니면 주민의 통행이 제한되고, 필수 업종의 영업도 밤 8시까지만 허용됩니다.

 

 

▲ 네덜란드 국민들이 봉쇄조치에 반발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런 봉쇄조치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들이 부러워해야 할 대상인가요? 어쩌면 이스라엘과 영국 뿐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든 코로나19 상태가 호전되어 봉쇄가 완화되거나 해제되면 우리나라 언론들은 또 부러워 죽겠다는 듯 "어디어디는 봉쇄 해제하는데 우리나라는?" 식으로 기사를 써댈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쎄요. 이건 마치 병원에 입원해 침대에서 링거 주사를 맡고 있는 친구의 병약하고 창백한 얼굴을 보고 부러워하는 소녀 감성이거나, 다리가 부러져 몇 달 고생하다가 석고붕대(흔히 '깁스'라고 하죠?) 푸는 날을 기다리고 있는 친구를 부러워하는 이상심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시민의 소리라고 해도 이런 얘기까지 언론이 기사에 실어서 전달하고, 더군다나 제목으로 뽑아야 하는 것인지, <뉴스1>을 비롯한 언론들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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