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총선 국민의당 표가르기 현상 27개 지역
호남, 5% 접전지역 회복하면 지역구 압승 가능
선거법 때문에 심란하다. 오늘로 예상되는 선거법 통과는 일단 지긋지긋하게 발목을 잡으면서 난동으로 일관하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크나큰 승리이지만, 10~20석의 의석까지 양보하며 추진한 선거제개혁이 비례한국당 꼼수로 난장판이 돼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비례위성정당은 실질적인 단계로 들어가면 간단치 않은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이리 보나 저리 보나 하지 않을 이유가 거의 없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소수정당을 위해 포기한 의석을 그대로 자유한국당에 갖다 바치는 꼴이 되고, 그 결과 연합 원내다수가 어려워지고 자칫하면 1당의 지위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정치는 전쟁이고 생물이라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민주당이 비례민주당을 추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기껏 애써서 깨끗하게 청소해놓은 곳을 남이 와서 더럽힌다고 나도 같이 덤벼들어 더럽히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으로서는 비례한국당에 대한 대응과 처리는 국민에게 맡기고 지역구에서 최대한 많은 의석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4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지역구 선거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제한적이나마 단편적으로 검토해볼 수는 있다. 2020년 총선의 지역구 의석 전망에서는 한 가지 상수와 두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한 가지 상수는 국민의당 돌풍으로 잃었던 호남 의석의 대부분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고, 두 가지 변수는 국민의당이 표를 갈라 당락을 결정지었던 지역과, 국민의당과 무관하게 근소한 차이로 2위에 머물렀던 지역이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변수는 국민의당이 표를 갈라 당락을 결정지었던 지역이다.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으로 갔던 표가 2020년에는 어디로 갈 것인가?
“국민의당이 표를 갈랐다”고 했지만 그 표가 모조리 민주당의 표였던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의 오만에 등을 돌린 보수세력과 보수성향의 중도표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그 표는 아직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오히려 2016년 자유한국당을 지지했던 표마저도 상당수 이탈하여 중도와 무응답층에 머물러 있다.
2016년에 국민의당 돌풍을 일으켰던 표는 2017년 대선 때도 거의 그대로 이어졌다가 국민의당이 쪼개져 바른미래당으로 통합하고 민주평화당으로 떨어져나가면서 대부분 흩어져버렸다. 이 표가 어디로 갈 것인가, 민주당이 이 표를 어느 정도 흡수할 것인가가 2020년 지역구 의석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광범위하고 결정적이었던 국민의당 표 가르기
민주당이 2위로 낙선한 지역 중에서 1위와의 격차가 국민의당 후보의 득표보다 적었던, 즉 국민의당이 나오지 않았다면 민주당이 이길 수도 있었던 지역은 모두 27개 지역이다. 253개 지역구 중의 11%에 달하는 숫자다.
지역적으로도 수도권만이 아닌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벌어진 현상이다. 서울은 49개 지역 중 7개, 인천은 8개 지역 중 2개, 경기는 60개 지역 중 8개로 골고루 전국 평균 11%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표 가르기가 벌어졌다.
그 외에 대전·충청 지역에서 6곳, 강원도에서 1곳, 심지어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골고루 1곳씩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이 27개의 지역에서 국민의당에게 뺏겼던 표를 어느 정도 회수할 수 있을까? 이 역시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일률적으로 계산할 때 상당수의 지역이 회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표의 3분의2를 가져온다고 할 때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지역구는 27개 중 25개, 즉 2개 지역만 제외하고 거의 모든 지역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반을 잘라서 2분의 1을 가져온다고 하면 21개의 지역구가 민주당의 차지가 된다.
더 극악하게 가정해서 3분의 1만 가져온다고 하면 18개의 지역이 떨어져나가 9개가 남게 된다.
2/3, 1/2, 1/3. 이 중 어느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전망이 될 수 있을까? 비록 국민의당 표를 모두 다 민주당 표라고 볼 수는 없으나 국민의당으로 향했던 표의 3분의 2가 민주당과 무관하여 3분의 1 정도만 돌려받을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16년 총선, 17년 대선, 18년 지선을 거쳐 오면서 상당수가 민주당 성향으로 자리를 잡게됐다고 판단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5% 이내의 접전 지역과 호남 의석
그 다음 살펴볼 것이 국민의당과 무관하게 새누리당이나 무소속 후보와 접전을 벌이다가 아깝게 낙선한 지역이다. 국민의당 표 가르기 현상이 벌어졌던 지역 이외에서 득표율 5% 이내로 민주당이 2위를 차지한 지역은 모두 9곳이다.
부산이 2개(남구갑·사상), 경남이 2개(양산시갑·거제), 충남 2개(청주상당·서산태안), 그리고 울산, 경기, 강원이 각각 1곳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열세인 지역들인 것이 특징이다. 이 지역들은 지금도 여론조사상 박빙지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의 열세를 상당히 극복한 형세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호남은 28개 지역구 중 아무리 낮게 잡아도 기존 2석 포함 22~23석은 확실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미 호남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해야 한다는 정서가 굳건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또한 여론조사와 실제 표심이 극도의 괴리를 보였던 2016년 당시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모두 25:40의 구도를 보였던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여론 구도가 지금은 한국갤럽 기준으로는 40:25, 리얼미터 기준으로 40:30 정도로 완전히 역전되어 있는 상황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국민의당 표가르기 현상이 벌어졌던 지역에서 20개 정도의 회수가 가능하고, 호남도 최소 20석, 그리고 5% 접전을 벌였던 지역에서 5석 정도의 역전승이 가능하다고 본다면 2016년 대비 총 45개의 추가 의석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2016년 민주당이 확보했던 지역구 의석은 110석이다. 여기에 45석이 추가된다면 155석. 지역구 의석만으로 단독 과반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만약 지금의 여론 지형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비례한국당이 최대의 효용을 발휘한다고 해도 그로 인한 위기를 지역구 약진으로 충분히 극복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