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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후려치기”, 정동영 “누더기”... 민주 “그래? 그럼 원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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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후려치기”, 정동영 “누더기”... 민주 “그래? 그럼 원안대로”
  • 고일석
  • 승인 2019.12.15 23:1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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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원안 후퇴 이유는 민주당 이익 아닌 야3당 배려
민주당 "선거법 원안 표결" 밝히자 정의당 즉각 만류
소위 '누더기 법안'이 정의당 이해와 직결되기 때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News1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News1

더불어민주당은 15일 비공개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4+1 협상에서 조정안이 합의되지 않으면 결국 원안을 상정하여 표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50+50에 30석 캡을 두자는 민주당의 최종안에 대해 야3당이 “막판 후려치기”, “누더기”, “연동형 비례제 본질 훼손”으로 비난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원안은 지역구 225석, 비례 75석, 권역별 석패율제 각 2석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14일 민주당의 최종안이 전달된 후 심상정 대표는 유튜브 생방송 ‘심금라이브’를 통해 “자신들의 비례 의석 수 몇 석을 확보하고자 선거 제도 개혁 취지를 흔드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며 “저희는 유·불리를 떠나 이렇게 누더기 안을 개혁안이라고 사인하기가 도저히 내키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동영 평화민주당 대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하자는 것인데 50% 준연동형으로 찌그러들고 또 3분의 1 연동제로 하자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고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하자는 본질을 버리고 누더기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역시 “캡을 씌운다는 건 민주당이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를 할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야3당 모두 “민주당이 비례의석 몇 석을 더 확보하려고 연동형 비례제의 본질을 훼손하며 법안을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는 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원안 상정 표결” 의사를 밝히자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이 곧바로 "저희로서는 민주당이 더 이상 선거법 협상은 없다고 한 부분은 당혹스럽다. 오늘 밤, 내일 새벽에라도 협상은 계속돼야 한다"고 만류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야3당 주장대로 “연동형 비례제의 본질이 최대한 살아 있는, 누더기가 아닌 깨끗한 원안”을 상정하겠다는데도 정의당이 당황하여 "대기업 후려치기 발언"에 대한 유감 표시까지 하며 만류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선거법 개정안 원안을 표결할 경우 바미·민평당의 반대로 부결될 것이라는 점을 정의당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의 원래 입장이라면 부결되는 한이 있더라도 민주당의 원안 표결 방침을 환영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소위 '누더기' 수정안이 민주당의 필요가 아닌 야당의 요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부결의 위험을 무릅쓴 원안 상정’에 나설 수 없는 것이다.

 

13일 바미·정의·민평 3당 대표 회동을 마치고 나오는 심상정 대표. 야3당은 이 회동 이후 민주당의 최종안을 맹비난했다. /News1
13일 바미·정의·민평 3당 대표 회동을 마치고 나오는 심상정 대표. 야3당은 이 회동 이후 민주당의 최종안을 맹비난했다. /News1

 

연동형 추진, 250+50 수정 모두 민주당의 양보

현행 선거법으로 선거를 치를 경우 가장 큰 이익을 누리는 것은 당연히 민주당이다. 따라서 연동형 비례제를 근간으로 개정하면 가장 큰 이익을 포기하는 쪽이 민주당이다. 연동형 비례제 추진 자체가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를 전제로 한 것이다.

원안의 225+75를 250+50으로 수정한 것은 바미·민평·대안신당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지역구 의석을 28석씩이나 줄일 경우 농산어촌 지역이 1차적인 통폐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바미당의 호남 의원과 민평·대안신당은 대부분 농촌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지역구를 250석으로 늘린 것이다.

정의당은 이것을 대단한 양보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으나 사실은 이 부분 역시 민주당이 가장 크게 양보한 것이다.

1차적으로 배분되는 연동형 비례의석은 35석 전후로 전체 비례의석이 전체 비례의석의 75석이든 50석이든 달라지지 않는다. 단지 병립형 배분 의석이 40석에서 15석으로 적어짐에 따라 병립형 배분에서 정의당에게 배분될 의석이 1~2석 정도 줄어들 뿐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연동형에서는 1석도 배정받지 못하고 병립형에서만 배정받는다. 비례의석이 줄어들면 병립형 의석에만 영향을 미친다. 민주당은 비례의석이 75석일 때 15~16석 정도가 배분되지만 50석으로 줄면 비례의석이 3~4석으로 떨어진다. 최소한 10석 정도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야3당의 지역구 보전을 위해 250+50으로 후퇴한 것이다. 225+75의 원안은 지역구 축소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비례의석이 15~16석이 된다고 해도 민주당의 전체 의석은 큰 차이가 없다.

이것을 ‘민주당의 후퇴’라고 하고 있으나 이는 명백히 바미·민평·대안을 위해 민주당이 희생을 감수한 것이고, 정의당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수정안 통과가 어려울 것이며 자신들이 감수해야 할 불이익은 1~2석에 불과하다는 판단 아래 동의한 것이다.

225석이었던 지역구 의석이 250석으로 25석 늘어남에 따라 축소해야 할 의석은 28석에서 3석으로 줄어들었다. 민주당은 이마저도 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을 ‘최근 3년 평균’으로 변경하여 농촌지역구를 피해갈 수 있는 편법까지 받아들였다. 지역구 3개를 줄이는 것도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민주당 내부의 의석을 줄이는 희생을 받아들인 것이다.

 

13일 4+1 선거법 협상 과정과 결과를 설명하고 있는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News1
13일 4+1 선거법 협상 과정과 결과를 설명하고 있는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News1

 

민주당의 요구는 비례의석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30석 캡’은 비례의석이 3~4석으로 떨어질 경우 민주당의 소수자와 전문가의 비례 진출, 그리고 이를 통한 인재 영입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를 위한 최소한의 선으로 배려해달라는 것뿐이다.

비례성의 원칙도 중요하지만 여성, 청년, 소수자, 전문가의 의회 진출 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비례의석의 기능 역시 중요하다. 민주당으로서는 지역구와 비례 모두를 희생한 바탕 위에서 지역구 출마가 어려운 인재를 비례대표로 영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의석 1~2석 더 챙기려는 대기업 후려치기”이며 “연동형의 본질을 훼손한 누더기”라고 비난할 수 있나?

대안신당은 민주당의 최종안에 동의했다. 손학규·정동영·심상정 대표는 민주당의 양보로 그들의 요구가 다 충족되자 민주당의 '캡' 요구를 문제 삼아 이를 들어줄 수 없다며 맹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16일 본회의 개의까지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원안을 상정시켜 표결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또한 이와 연계된 검찰개혁법안 역시 원안대로 표결에 부칠 수밖에 없다.

만약 선거법이 부결되어 검찰개혁법안까지 좌절된다면 현행 선거법으로 총선을 치러 단독 과반 이상의 의석을 얻어 민주당 자력으로 검찰개혁법안을 성취시키는 길 밖에 없다.

 

※ 더브리핑은 13일 “정의당, 전국 석패율제 주장”과 관련된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의당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혀와 관련 기사를 삭제하거나 수정한 뒤 정정기사를 올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후 다른 언론에서도 같은 내용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최종적인 합의 가능성을 감안해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고, 정의당 역시 추가 확인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더브리핑은 최소한의 합의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민주당의 뜻을 존중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정의당, 전국 석패율제 주장”에 대한 추가 보도를 보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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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일 2019-12-16 17:29:26
문제는 민주당이 현행 선거법으로 총선을 치러 단독 과반 이상의 의석을 얻어 민주당 자력으로 검찰개혁법안을 성취 못했을때를 생각하면 아득하죠

변정민 2019-12-16 09:34:26
정의당의 민낮을 제대로 보여준 사건입니다. 민식이법을 볼모로 잡은 나경원과 심상정이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소위 '진보'가 곧 '선'이 아님을 정의당 덕분에 깨닫고 있습니다.

ㄱㄱ 2019-12-16 07:51:48
좋은기사칭찬요

이경면 2019-12-16 00:37:35
사실 전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