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격은 항명 내지 하극상 수준
검찰을 뒤덮은 추미애 발 인사의 공포
법무부 인사 준비에 대한 검찰과 언론의 공격
지난 13일 법무부는 “인사 관련 대상 기수 검사들에게 인사검증 동의서와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차기 검사장 승진 대상인 사법연수원 28~30기가 그 대상이었다. 추미애 지명자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면 첫 번째 단행할 인사가 될 것이라는 단순보도들이 주류였다.
그러나 14일에 이르러 언론들은 일제히 검찰 인사들의 입을 빌어 “청문회도 안했는데 인사 채비”, “검찰 ‘물갈이’ 예고... 윤석열 힘빼기?”, "秋, 조기 檢인사땐 규정 무시·위법 논란", “청와대 수사 핵심 ‘34기’ 흔드나”, “檢 조기 인사 땐 규정 위반 지적...秋 관여했다면 월권 논란” 등 당장 인사폭풍이라도 불어닥칠 듯 보도했다.
법무부의 검사장 승진 대상자 인사자료 제출 요청 소식은 이메일을 받은 대상자들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그런데 이메일을 발송한 시점이 12일(목) 추미애 후보자가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은 직후라는 점에서 추 지명자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뒤따랐다.
특히 동아일보가 <법무부, 검찰에 ‘인사자료’ 요구… 檢안팎 “靑수사팀 흔드나”> 기사에서 “이성윤 검찰국장은 e메일을 보내기 직전 추 후보자의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해 법무부의 인사 준비가 추 후보자의 지시에 따른 것처럼 기정사실화했다.
또한 언론들은 ‘검찰 인사 규정’에 “지방검찰청의 차장검사와 부장검사의 임기가 검찰청 기구의 개편이나 직제에 변경이 있는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1년으로 정해져 있다”는 점을 들어 규정 위반 문제까지 제기했다.
일부 공격은 항명 내지 하극상 수준
그 중 몇몇 언론은 한 술 더 떠서 "윤석열 총장 힘빼기 시도 아니냐" "현 정권 실세들을 겨냥한 수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검찰 내부의 반응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법무부, 검사장 인사 작업 돌입... '靑수사팀 교체' 윤석열 힘빼기 시작됐나> 기사에서 "그동안 우려됐던 조국 전 법무장관 가족비리 사건,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등의 수사에 제동을 걸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법무부는 곧바로 "통상적으로 인사 검증기초자료를 제출받는 차원으로 인사의 시기, 대상, 범위 등은 정해진 바 없다"며 "장관 후보자의 지시는 없었고 있을 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업무보고 현장에 있던 청문회준비단 관계자도 인사에 대한 추 후보자의 언급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는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검찰 및 관련 법조계의 반응이 다분히 공격적이라는 것. 이미 법무부와 청문회 준비단에서 해명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추 후보자가 직접 인사 준비를 지시했다는 것을 전제로 "아직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장관 후보자가 벌써 업무보고를 받고, 인사판부터 만지는 게 말이 되느냐"며 ‘월권’을 주장하는 발언과 함께 “수사 담당자들을 인사조치할 경우 ‘직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하극상에 가까운 발언도 함께 보도됐다.
특히 “수평 이동이 아닌 승진인사의 방법으로 수사팀에서 뺀다면 직권남용의 책임도 물을 수 없다”는 황당한 발언도 소개됐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같은 내용의 보도가 그 이후에 매체를 달리 하며 17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검찰에서 언론들을 계속 찌르고 있다는 얘기다.
인사 준비는 신임 장관 임명 앞둔 자연스러운 작업
검찰의 사정을 잘 아는 법조인은 검찰의 이러한 반응을 추미애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견제로 해석했다. “현재 검찰에는 6개의 검사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고 2월이 원래 검찰의 정기 인사 시기라는 점에서 새 장관 임명을 앞둔 법무부가 지금 시점에서 검찰 인사 준비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
또한 “필수보직기간이 1년이라는 주장도 같은 규정에 업무의 전문성·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검사의 필수보직기간을 달리 정할 수 있고, 필수보직기간과 관계없이 검사를 다른 직위로 전보할 수 있는 여러 경우가 규정되어 있다”면서 “필수보직기간 규정을 들어 인사의 다른 의도를 추단하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말했다.
이 법조인은 “검찰의 이러한 반응은 윤석열 총장 주변을 건드리면 ‘조국 전 장관 수사 방해’로 공격할 것이라는 경고”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과잉반응으로 추 후보자에게 인사를 하더라도 과격하게 하지 말아달라는 요구와 불안감을 역으로 거칠고 불손하게 표출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검찰 인사권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다. 추미애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뒤 인사를 어떻게 하든 검찰이 이에 대항할 방법은 전혀 없다.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검사만 수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검사들이 수사를 하고 있으므로, 특정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를 인사이동시켰다고 해서 수사 방해라고 주장할 근거도 없다.
일부 언론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에 대한 보복으로 통영지청으로 인사시킨 것에 대해 법원의 1·2심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인정한 것을 사례로 들고 있으나 그것은 안 전 검찰국장이 서지현 검사의 인사와 관련해서 워낙 유별난 짓을 많이 해서 빼도박도 못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고, 추미애 장관이 수사 중인 검사를 좌천시키든 영전시키든 이를 문제 삼을 근거는 전혀 없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검찰, 인사권에 대한 무력감의 표현
법무부의 인사 준비에 대한 검찰의 반응은 한 마디로 ‘간이 배 밖으로 나온 행동’이다.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 검찰이 그들에게 주어진 칼을 마음대로 휘둘러 왔지만 정권이 가진 가장 강력한 권한인 ‘인사권’에 대해서는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을 달리 표현하는 것뿐이다.
검찰의 반응이 과격하면 과격할수록 인사에 대한 그들의 공포가 더욱 더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더구나 통상 청와대가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서를 보내고 각종 인사자료가 공개되는 시점에서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가 이루어지는 관례에 비추어볼 때 추미애 후보자에 대한 검증 작업은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검찰이나 언론이나 추미애 후보자에 대해서는 검증 단계에서 손을 쓸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추미애 장관이 스스로 가진 권한을 어떻게 행사하든 검찰은 조용히 당하는 수밖에 없다. 조국 전 장관과 심지어 청와대에 대해서까지 마음껏 만용을 부리고 있는 검사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나 떨고있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