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대 표창장... 무참하게 허물어진 “자택 위조” 근거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4 09: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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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강사휴게실 PC가 방배동 자택에 있었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192.168.123.*** 형태의 아이피 할당기록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동양대 어학교육원에서도 동일한 아이피 대역이 할당된다는 것이 확인됐다. 정 교수 측은 해당 PC가 어학교육원에서 사용됐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과 관련 검찰은 2013년 6월 16일 당시 위조에 사용된 강사휴게실 PC가 방배동에 있었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192.168.123.*** 형태의 아이피 할당기록이 다수 발견됐다는 것을 제시했다. 검찰은 이 아이피가 동양대에서는 나올 수 없는 아이피로서 해당 PC가 방배동에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경심 교수는 해당 PC는 동양대 어학교육원에서 줄곧 동양대 어학교육원에서 사용됐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동양대 어학교육원의 아이피를 확인해본 결과 그곳에서 할당되는 아이피도 검찰이 주장한 것과 같은 형태인 192.168.123.*** 형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동양대에서는 나올 수 없는 아이피라는 검찰의 주장이 허물어지면서, 해당 PC가 방배동이 아닌 동양대 어학교육원에 있었다는 정 교수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훨씬 커진 것이다. 


“자택에서 위조”의 유일 근거였던 192.168.123.*** 아이피

검찰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논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1. 강사휴게실 PC에서 표창장 위조와 관련된 다수의 파일이 발견됐다.
2. 관련 파일들의 생성일자는 2013년 6월 16일이다.
3. 이 당시 강사휴게실 PC는 방배동 자택에 있었다.
4. 따라서 2013년 6월 16일 정경심 교수가 방배동 자택에서 강사휴게실 PC로 표창장을 위조했다.

2013년 6월 당시 강사휴게실 PC가 방배동 자택에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변호인단은 지난 5월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강사휴게실 PC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동양대에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2020년 5월 정경심 교수가 석방되기 전 구속 상태에서 불완전한 기억에 의존했던 것으로, 정 교수는 석방 후 해당 PC가 2012년 이후 줄곧 동양대 어학교육원에서 사용돼왔다고 확인했다.)

검찰은 강사휴게실 PC가 2013년 6월 16일 방배동에 있었다는 근거로 강사휴게실 PC에서 192.168.123.*** 형태의 아이피 할당 기록이 다수 확인됐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검찰은 방배동 자택에 있는 다른 컴퓨터에서도 같은 대역의 아이피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이 아이피는 방배동 자택에서 사용된 아이피라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은 “해당 PC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동양대 어학연구원에서 사용됐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192.168.123.137 아이피가 22개나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이 PC가 확실하게 방배동에 있었다는 주장이다.


동양대 어학교육관 아이피 192.168.123.*** 형태

변호인단은 “192.168.123.*** 형태의 아이피는 공유기에서 할당하는 사설 아이피로서 지역을 특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이에 대해 “동양대에서는 고정 아이피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사설 아이피인 192.168.123.*** 형태의 아이피가 나올 수 없고, 따라서 강사휴게실 PC에서 확인된 192.168.123.*** 아이피는 방배동 아이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검찰의 주장은 동양대에서는 192.168.123.*** 형태의 아이피가 할당될 수 없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검찰의 전제가 지난 주말 아주 간단히 깨졌다. 동양대 장경욱 교수가 어학교육원 건물의 아이피 할당을 확인해본 결과 모두 192.168.123.*** 형태였던 것.

검찰은 동양대 건물에 설치된 무선 공유기의 할당 아이피는 전혀 확인하지 않은 채 “동양대에서는 고정 아이피를 사용하므로 공유기에서 할당하는 아이피가 나올 수 없다”고만 주장해온 것이다. 이는 검찰이 표창장 수사에 있어서 모든 가능성을 확인하지 않고, 유죄 입증에 유리한 정황과 증거만을 수집해왔다는 것을 말해준다.

특히 검찰은 강사휴게실 PC의 포렌식에서 끝자리가 137인 192.168.123.137 아이피의 할당기록만 추출했다. 그 이유는 강사휴게실 PC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되는 2016년 12월 26일의 아이피 할당기록이 192.168.123.137이었기 때문이다. 분석범위를 192.168.123.***로 넓혔다면 훨씬 더 많은 할당기록이 확인됐을 것이다.

그 결과 확인한 것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192.168.123.137 아이피가 집중적으로 할당됐다는 것이다. 

 

 

▲ 동양대 어학교육원 건물의 아이피 할당. 192.168.123.121로 검찰이 강사휴게실 PC에서 확인한 아이피 할당과 동일했다.



정 교수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검찰 포렌식 분석

오히려 이러한 검찰의 포렌식 결과는 “해당 PC를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어학교육원에서 사용했다”는 정경심 교수 측의 입장을 더욱 뒷받침해주고 있다.

동양대 어학교육원은 2012년에 개설된 뒤 2015년까지 운영됐다. 이 중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가장 왕성하게 운영됐었다. 검찰 포렌식 결과 2012년부터 2014년까지 192.168.123.*** 아이피 할당이 집중적으로 발견된다는 것은 이 컴퓨터가 그 시기에 가장 많이 사용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컴퓨터가 가장 많이 사용된 시기와 어학교육원 운영이 활발하던 시기가 일치한다.

또한 검찰은 방배동 자택 PC와 강사휴게실에서 발견된 아이피 할당기록을 모두 192.168.123.***로 같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사실은 중대한 차이가 있다. 사설 아이피라도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공유기와 학교나 회사와 같은 집단시설에서 사용하는 공유기는 할당 대역대가 다르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공유기는 사용자가 많지 않으므로 마지막 자리(D클래스)를 1~10 사이로 할당되도록 설정하고, 사용량이 많은 집단시설에서 사용하는 공유기는 100 이상으로 할당되도록 설정된다.

검찰이 방배동 자택 PC에서 발견된 것이라고 제시한 아이피는 끝자리가 1~10 사이인 단(單) 단위였다. 이에 반해 강사휴게실 PC 아이피의 끝자리가 137인 것은 가정이 아닌 집단시설에서 사용하는 공유기에서 할당된 아이피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끝자리가 137인 아이피는 이 PC가 방배동 자택이 아닌 동양대 어학교육원에 있었다는 것을 강하게 뒷받침해준다. 이는 또한 “강사휴게실 PC(1번 PC)는 단 한 번도 자택에서 사용된 적이 없다”는 정경심 교수의 주장과도 부합한다.


검찰은 이제 어떡할 텐가?

재판 초기 검찰이 “강사휴게실 PC에서 순서까지 알 수 있는 파일들이 나왔다”는 말을 할 때부터 변호인단은 곧바로 “2013년 6월 당시 강사휴게실 PC는 동양대에 있었고, 정 교수는 방배동 자택에 있었다”며 알리바이 입증에 자신을 보였었다.

그러나 검찰은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강사휴게실 PC는 2013년 6월 당시 방배동에 있었다”고 주장만 하다가 7월 23일에 이르러서야 192.168.123.137 아이피 22개를 증거라고 제시했다. 이미 “192.168.123.*** 형태는 공유기에서 할당하는 사설 아이피로 위치를 특정할 수 없다”는 반론으로 검찰의 주장은 조롱만 얻게 됐지만, 이제 거기서 더 나아가 그 아이피가 동양대 어학교육관에서 할당되는 아이피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이 공들여 유리한 것만 뽑아서 제시한 아이피 22개는 PC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방배동 자택에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보다 동양대 어학교육원에 있었다는 정 교수의 주장을 입증하는 데 훨씬 더 부합된다.

이로써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2013년 6월 16일 강사휴게실 PC는 방배동 자택에 있었다”는 주장은 근거가 사라져버렸다. 이제 검찰은 어떡할 텐가? 다른 컴퓨터로 위조를 했다고 할 텐가? 아니면 정 교수가 동양대로 가서 작업을 했다고 할 텐가? 아니면 이마 다 깨져버린 아이피 22개를 가지고 계속 우겨댈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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