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성장률이 예를 들어 1.9%라든가 해서 1%대로 떨어진 것으로 나오면 대대적인 폭격을 퍼부으려고 준비했던 언론들은 성장률 속보치가 2.0%로 나오자 장탄식을 내뱉으며 일제히 “10년 만에 최저”라고 노래를 불러댔습니다.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정부는 설명했지만 “아무리 대외 여건이 어려워도 2008~9년 금융위기 만큼 어려웠냐”며 되물었습니다. 맞습니다. 금융위기 때 만큼 어렵지는 않았지만 그 이후로 작년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10년 만에 최저’라는 것은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의 0.8% 성장 이후 최저라는 말인데, 대외여건도 2009년 이후로 작년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지난 10년간 주요 국가들의 성장률 추세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2017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가 2.0%라도 한 것은 정말 선방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여러 모로 비슷한 독일의 경우 2009년 –5.5%에서 20017년 2.8%까지 올라갔다가 2018년 1.5%, 2019년 0.6%까지 떨어졌습니다.
대외여건 안 좋으면 투자는 당연히 위축
그런데 언론은 대외여건보다 설비투자 등의 투자 위축이 더 큰 문제라고 얘기합니다. 우리나라는 대외 여건이 좋지 않으면 투자는 당연히 위축됩니다. 우리나라 투자에서는 당연히 반도체 관련 투자의 비중이 높은데 2018년 반도체 호황을 앞두고 2017년 설비투자가 왕성했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 경기가 최악이었던 작년에는 더 이상의 투자가 있을 수가 없지요.
또한 언론은 2.0%라는 수치 자체도 문제지만 민간기여도가 0.5%에 불과하고 재정기여도가 1.5%에 달한다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제시했습니다. 그래서 “세금주도성장”이라고 비아냥대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간 부분이 어려우면 당연히 재정에서 이를 뒷받침해야 합니다. 민간기여도가 0.5%에 불과하고 재정기여도가 1.5%였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재정운용을 잘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언론은 경제학을 어디서 배웠는지 민간이 어렵거나 말거나 재정은 절대 돈 쓰지 말고 있는 돈을 꽁꽁 묶어놓아야 되는 것처럼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민간이 활황일 때는 경기 조절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재정을 아끼는 것이 맞지만 민간 부분이 부진할 때는 재정은 “팍팍 쓴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을 써야 합니다.
경제의 3주체, 가계·기업·정부
국가가 금고에 돈 쌓아놓으라고 세금 걷는 게 아닙니다. 정부 운영과 복지와 같은 정부의 역할을 하고 민간 경제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재정을 적절하게 운용해야 합니다. 민간이 어려울 때 정부가 돈 안 쓰고 금고에 돈 쌓아놓고 있다가 나중에 무슨 파티를 할 겁니까, 축제를 할 겁니까.
경제의 3주체는 가계, 기업, 정부입니다. 언론은 마치 경제가 가계와 기업 둘이서만 뛰어야 되는 것처럼 얘기합니다. 가계와 기업이 좋거나 어렵거나 정부는 남의 집 구경하듯 그냥 팔짱 끼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얘기합니다. 정부가 돈을 쓸 게 아니라 기업이 잘 돌아가게끔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정부가 쓰는 돈의 상당 부분이 기업이 잘 돌아가게 뒷받침하는 데 쓰인 겁니다.
소득주도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과 같은 임금 올리는 것만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임금 부분 외에 생활비 지출을 줄이고, 부족한 소득을 재정으로 뒷받침하는 부분도 들어가 있습니다. 그 덕에 과거 1인당 국민소득이 민간 소비는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고 빈부격차를 의미하는 5분위배율, 지니계수는 확연하게 호전되고 있습니다.
갈수록 커지는 재정의 역할
과거 고도성장 시절에는 개별 국민에게 투입하는 재정보다 기업에 대한 지원과 SOC에 대한 지출 비중이 높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경제발전이 이루어지면 그 혜택이 개별 국민에게도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소위 신자유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에 투입되는 재원이 국민에게는 거의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기업에 돈을 쥐어줘서 뭘 하게끔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계에 직접 재정을 투입해서 소비가 늘어나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기업을 돕는 길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재정의 역할은 날로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래봐야 우리나라의 GDP 대비 재정지출 비율은 G20 가운데 19위에 불과합니다. G20 평균이 35.9%이고 상위 7개국 평균이 39.1%인데 23.4%입니다. 나라별로 보면 프랑스가 54.50%로 가장 높고 이탈리아 49.15%, 독일 45.19%, 미국은 36.4%였고 일본도 36.81%에 달합니다. G20 중에 정부지출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나라는 인도네시아의 16.23%입니다.
우리나라는 아무리 많이 쓰려고 해도 구조적으로 많이 쓸 수가 없습니다. 그 정도를 가지고 맨날 정부가 돈 많이 쓴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언론들은 선진국들을 보면 한심하기 이를 데 없고, 인도네시아를 보면 막 부럽고 존경스러워지고 그럴까요? 왜들 그렇게 정부 지출을 늘리면 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그렇게 쌩난리를 치는 것일까요? 혹시 미친 것 아닐까요?
GDP성장률은 2019년의 2.0%로 바닥을 찍고 올해부터는 아주 큰 폭은 아니지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OECD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020년 2.30%, 2021년 2.34%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