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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밥상특집②] 세금으로 끼워맞춘 2%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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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밥상특집②] 세금으로 끼워맞춘 2% 성장?
  • 고일석
  • 승인 2020.01.24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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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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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성장률이 예를 들어 1.9%라든가 해서 1%대로 떨어진 것으로 나오면 대대적인 폭격을 퍼부으려고 준비했던 언론들은 성장률 속보치가 2.0%로 나오자 장탄식을 내뱉으며 일제히 “10년 만에 최저”라고 노래를 불러댔습니다.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정부는 설명했지만 “아무리 대외 여건이 어려워도 2008~9년 금융위기 만큼 어려웠냐”며 되물었습니다. 맞습니다. 금융위기 때 만큼 어렵지는 않았지만 그 이후로 작년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10년 만에 최저’라는 것은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의 0.8% 성장 이후 최저라는 말인데, 대외여건도 2009년 이후로 작년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지난 10년간 주요 국가들의 성장률 추세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2017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가 2.0%라도 한 것은 정말 선방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여러 모로 비슷한 독일의 경우 2009년 –5.5%에서 20017년 2.8%까지 올라갔다가 2018년 1.5%, 2019년 0.6%까지 떨어졌습니다.

 

대외여건 안 좋으면 투자는 당연히 위축

그런데 언론은 대외여건보다 설비투자 등의 투자 위축이 더 큰 문제라고 얘기합니다. 우리나라는 대외 여건이 좋지 않으면 투자는 당연히 위축됩니다. 우리나라 투자에서는 당연히 반도체 관련 투자의 비중이 높은데 2018년 반도체 호황을 앞두고 2017년 설비투자가 왕성했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 경기가 최악이었던 작년에는 더 이상의 투자가 있을 수가 없지요.

또한 언론은 2.0%라는 수치 자체도 문제지만 민간기여도가 0.5%에 불과하고 재정기여도가 1.5%에 달한다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제시했습니다. 그래서 “세금주도성장”이라고 비아냥대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간 부분이 어려우면 당연히 재정에서 이를 뒷받침해야 합니다. 민간기여도가 0.5%에 불과하고 재정기여도가 1.5%였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재정운용을 잘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언론은 경제학을 어디서 배웠는지 민간이 어렵거나 말거나 재정은 절대 돈 쓰지 말고 있는 돈을 꽁꽁 묶어놓아야 되는 것처럼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민간이 활황일 때는 경기 조절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재정을 아끼는 것이 맞지만 민간 부분이 부진할 때는 재정은 “팍팍 쓴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을 써야 합니다.

 

국민소득 지출항목별 증가율/한국은행

경제의 3주체, 가계·기업·정부

국가가 금고에 돈 쌓아놓으라고 세금 걷는 게 아닙니다. 정부 운영과 복지와 같은 정부의 역할을 하고 민간 경제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재정을 적절하게 운용해야 합니다. 민간이 어려울 때 정부가 돈 안 쓰고 금고에 돈 쌓아놓고 있다가 나중에 무슨 파티를 할 겁니까, 축제를 할 겁니까.

경제의 3주체는 가계, 기업, 정부입니다. 언론은 마치 경제가 가계와 기업 둘이서만 뛰어야 되는 것처럼 얘기합니다. 가계와 기업이 좋거나 어렵거나 정부는 남의 집 구경하듯 그냥 팔짱 끼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얘기합니다. 정부가 돈을 쓸 게 아니라 기업이 잘 돌아가게끔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정부가 쓰는 돈의 상당 부분이 기업이 잘 돌아가게 뒷받침하는 데 쓰인 겁니다.

소득주도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과 같은 임금 올리는 것만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임금 부분 외에 생활비 지출을 줄이고, 부족한 소득을 재정으로 뒷받침하는 부분도 들어가 있습니다. 그 덕에 과거 1인당 국민소득이 민간 소비는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고 빈부격차를 의미하는 5분위배율, 지니계수는 확연하게 호전되고 있습니다.

 

2019년 5분위 배율과 지니계수 /통계청
2019년 5분위 배율과 지니계수 /통계청

갈수록 커지는 재정의 역할

과거 고도성장 시절에는 개별 국민에게 투입하는 재정보다 기업에 대한 지원과 SOC에 대한 지출 비중이 높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경제발전이 이루어지면 그 혜택이 개별 국민에게도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소위 신자유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에 투입되는 재원이 국민에게는 거의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기업에 돈을 쥐어줘서 뭘 하게끔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계에 직접 재정을 투입해서 소비가 늘어나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기업을 돕는 길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재정의 역할은 날로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래봐야 우리나라의 GDP 대비 재정지출 비율은 G20 가운데 19위에 불과합니다. G20 평균이 35.9%이고 상위 7개국 평균이 39.1%인데 23.4%입니다. 나라별로 보면 프랑스가 54.50%로 가장 높고 이탈리아 49.15%, 독일 45.19%, 미국은 36.4%였고 일본도 36.81%에 달합니다. G20 중에 정부지출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나라는 인도네시아의 16.23%입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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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아무리 많이 쓰려고 해도 구조적으로 많이 쓸 수가 없습니다. 그 정도를 가지고 맨날 정부가 돈 많이 쓴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언론들은 선진국들을 보면 한심하기 이를 데 없고, 인도네시아를 보면 막 부럽고 존경스러워지고 그럴까요? 왜들 그렇게 정부 지출을 늘리면 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그렇게 쌩난리를 치는 것일까요? 혹시 미친 것 아닐까요?

GDP성장률은 2019년의 2.0%로 바닥을 찍고 올해부터는 아주 큰 폭은 아니지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OECD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020년 2.30%, 2021년 2.34%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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