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들어 강남3구 아파트값 하락
부동산 대책은 크게 보면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의 두 축으로 이루어집니다. 지난 12·16 대책을 내놓을 당시 정부는 투기 수요가 아닌 실수요를 충당할 정도의 공급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수요 억제를 위한 초고강도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의 경우 연간 4만 호 정도의 물량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있고, 올해(2020년) 2월~4월 사이에도 1만 5천 호에 가까운 입주 물량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물량 중 상당수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2020년 4월 이전에 조기 공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수요 억제는 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혹은 투기 수요를 대상으로 합니다. 전국의 집값이 안정되어 있는 가운데 유독 높은 상승률로 국민들의 투기 심리를 자극하고 한편으로는 위화감을 주고 있는 강남3구의 경우 올해 1월 들어 하락세로 접어들었습니다. 서울의 다른 지역의 상승세도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조롱과 냉소로 일관하던 언론들도 소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일제히 “앞으로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문제 단 칼에 해결하는 대책 없어
언론은 언제나 “냉탕, 온탕”, “이 정부 들어 18번 째 대책” 운운하면서 정부 대책을 폄하하지만, 공급이 제한적이고 실수요가 아닌 투기 수요가 판치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특성 상 한 칼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그런 대책은 있을 수 없습니다.
현금을 싸짊어지고 있는 사람들이 15억 아니라 수십억 짜리 아파트를 현금으로 사고파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럴 정도가 아니면서 단지 사두면 반드시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대출을 끼고 매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집값 상승을 끊임없이 받쳐주는 것이 부동산 시장의 구조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서울이 막히면 경기도로 뛰고, 경기도가 막히면 대전으로 뛰고, 하다하다 창원, 김해, 광주까지 소위 아파트 쇼핑을 하는 풍선효과를 우려하지만, 풍선효과로 다른 지역이 비정상적으로 뛰면 따라다니면서 이 수요를 억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유세 급격한 인상 어려워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얘기되는 보유세 인상도 한 칼에 올리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우선 어느 정도가 보유세의 적정선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습니다. 외국의 예를 들지만 그것도 어느 하루에 형성된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보유세의 실효세율이 0.2%가 안 되는데 미국은 1%를 조금 넘습니다. 이것을 미국 수준에 맞추려면 갑자기 5배를 올려야 합니다. 어떤 세금이든 이렇게 갑자기 올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명목세율도 낮고 과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의 수준도 낮습니다. 그래서 명목세율을 조금 올려도 공시지가를 올리면 그 이상의 인상 효과가 발생합니다. 지금은 세율도 천천히 올리면서 공시지가도 함께 올려 보유세의 실효세율을 서서히 올리는 중입니다. 그러다 보면 단지 “가지고 있으면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감당하기 어려운 어느 선이 확인될 것입니다. 그때까지는 서서히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보유세가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선진국의 대부분이 우리나라보다 보유세가 높지만, 부동산 시장 널뛰기는 우리나라보다 더 심합니다. 우리나라 안에서만 보면 부동산 가격이 언제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 비교를 하면 항상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지극히 안정되어 있는 편입니다.
부동산 시장은 흔히 말하는 ‘유동성’과 관계가 깊습니다. 유동성이란 시중에 흘러다니는 돈을 얘기합니다. 기업과 교역 같은 실물경제의 투자효과가 높으면 유동성은 그쪽으로 흘러갑니다. 그러나 그쪽이 시원찮다 싶으면 유동성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넘칩니다. 그런데 참여정부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전세계적으로 산업이 침체되어 유동성이 부동산과 같은 자산시장으로 흘러넘치고 있는 시기입니다.
이럴 때는 공급으로도 해결되지 않고 부동산시장으로 투입되는 유동성을 억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정부 대책은 여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부동산 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와 정책의 일관성입니다.
무책임한 언론 보도에 놀아나지 말아야
부동산정책의 목표와 성과에 대한 평가는 각자가 처한 위치에 따라 다릅니다. 부동산으로 떼돈 벌겠다는 사람이 있고, 그저 내 일터와 가까운 곳에 자그마한 집 한 채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미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집값이 계속 오르기를 바라고, 집이 없는 사람은 집값이 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언론은 집값이 오르면 오른다고 지랄, 떨어지면 떨어진다고 지랄, 오르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으면 또 부동산 침체라고 지랄을 합니다. 다 각기 거기에 호응하는 국민들이 있는 데다가, 집 가진 사람이 집값 오른다고 아우성치고, 집 없는 사람이 집값 안 오른다고 아우성치는 이상한 여론 현상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서울 강남 집값이 오른다고 언론이 도배질을 하면 서울에서 수백 km 떨어진 곳에 살면서도 무슨 큰일이나 난 것처럼 나라 걱정을 합니다. 지방에서 미분양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는 뉴스가 나와도 서울에 집 몇 채를 가진 사람들이 “이게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한 마디씩 거듭니다.
그래서 정말 “내집 마련”이 꿈이고 그래서 정부 정책이 불만이신 분들은 최소한 “30대 젊은이가 갭투자로 내 집을 마련하려던 꿈이 12·16 대책으로 날아가버렸다”는 식의 언론의 장난질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그런 식의 투기 수요가 사라져야 내 집을 온전히 마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하루밤 새에 몇 억씩 올라서 온 국민을 위화감과 절망의 늪으로 빠뜨린다는 강남집값은 이미 잡히고 있습니다. 아마 다시 오를 기회를 잡기도 앞으로는 어려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