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대 표창장, “법정에서 만들어보라”는 재판부, “필요없다”는 검찰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8-22 15: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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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다. 검찰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려면 허점과 왜곡 투성이인 포렌식 보고서만 고집할 게 아니라, 스스로 말하기를 "10분 안에도 할 수 있다"는 그 쉬운 위조 과정을 법정에서 그대로 재현해 보여야 한다. 재판장은 이미 '법정 실연'을 간접적으로 요구했다.

 

오로지 최성해의 “내가 내준 적 없다”에만 매달려온 검찰 


정경심 교수의 소위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지금까지 두 가지 방향으로 재판에 임해왔다. 하나는 “동양대 총장을 비롯, 공식계통으로 발급된 기록이 없으므로 표창장은 위조된 것.” 또 하나는 “강사휴게실 PC에 위조 과정에 관련된 파일들이 들어있는데, 이들 파일의 작성자가 정경심 교수였고, 작업 장소가 방배동 자택이었다”는 것.

그러나 최성해의 “내가 내준 적 없다” 발언으로 비롯된 “동양대 공식계통을 통한 발급 없었다” 논리는, 설사 그것이 사실이더라도 범행의 동기는 될 수 있어도 범행 그 자체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도 검찰은 표창장 관련 재판의 증거조사와 증인 신문의 대부분을 이것을 밝히는 데 소모해왔다. 또한 그 증거와 증언들 역시 최성해의 “내가 내준 적 없다” 발언의 수준에서 전혀 다른 것이 없다.  

 

▲ 2019년 9월 8일 오후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에서 최성해 동양대 총장이 연합뉴스와 만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표창장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9.8/연합뉴스


재판 시작 7개월 만에 처음 공개한 검찰 주장 ‘위조 과정’

정작 중요한 정경심 교수에 대한 직접적인 공소사실, 즉 “이런 방법과 과정으로 위조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맨날 “직인의 기울기, 각도 등이 육안으로 봐도 똑같다”는 말만 되풀이하다가, 7월 23일 23차 공판에서 있은 검찰 포렌식 수사관에 대한 증인 신문을 통해 ‘타임라인’ 등을 제시하면서 검찰이 주장하는 ‘표창장 위조’ 과정을 공개했다.

검찰 포렌식 수사관의 증인 신문 역시 검찰이 신청한 것이 아니라 재판부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재판부는 수차례 검찰 측에는 ‘표창장 위조의 구체적인 과정’, 그리고 변호인 측에는 ‘문제의 파일이 왜 정 교수가 사용하던 컴퓨터에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요구했다. 23차 공판에서는 이에 대한 각각의 추가 의견서가 제출됐고, 이를 통해서도 재판부가 알고싶은 것이 해소되지 않자 재판부가 직접 포렌식 보고서를 작성한 수사관을 증인으로 요청한 것이다.

그 이전까지 검찰은 “위조 관련 파일이 작성되고 사용된 이력이 시간 순으로 확인된다”고만 했을 뿐 이에 관한 내용을 재판정에서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랬다가 포렌식 수사관이 직접 증언을 해야할 상황에 이르자 표창장 위조 과정을 ‘타임라인’의 형식으로 공개한 것이다. 이날 검찰의 ‘공세적인’ 타임라인 공개는 많은 언론의 각광을 받으며 크게 보도됐다.


▲ 검찰이 7월 23일 23차 공판에서 공개한 '표창장 위조 타임라인'

25차 공판에서 확인된 ‘위치 정보’의 허구성

그러나 23차 공판에서 제시된 포렌식 분석과 타임라인은 8월 20일 25차 공판에서 변호인 반대신문을 통해 산산이 부서졌다.

검찰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①2013년 6월 16일 강사휴게실PC에서 표창장과 관련된 일련의 작업이 있었고 ②그 작업을 한 사람은 정경심 교수라는 것이다.

우선 ②번 “그 작업을 한 사람은 정경심 교수”라며 검찰이 내세운 근거는 IP주소와 MAC주소가 방배동 자택에서 사용된 주소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IP주소는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공인 IP’가 아닌 공유기에서 지정하는 ‘사설 IP’이며, MAC주소는 컴퓨터에 지정된 일련번호로서 둘 모두 ‘지리적 위치’를 특정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나온 검찰 수사관은 “그것만을 갖고 분석한 것이 아니고 다른 제반 사항 종합해 분석한 것”이라고 대답했지만, 보고서를 통해서든 증언을 통해서든 ‘다른 제반 사항’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즉 검찰 수사관이 말한 ‘제반 사항’이란 ‘대충 짐작’을 좀 그럴 듯한 말로 바꾼 것이 지나지 않는다.

▲ IP와 MAC address의 개념도/구글 이미지

허구와 예단, 추정의 집합체... 검찰 타임라인

①번 “2013년 6월 16일 강사휴게실PC에서 표창장과 관련된 일련의 작업이 있었다”는 내용으로 제시한 소위 ‘타임라인’은 연관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각종 파일들을 시간 순으로 나열한 것에 불과했다.

일례로 핵심 증거인 ‘총장님 직인.jpg’ 파일의 생성 과정에 대해 아들 상장의 스캔 이미지를 MS워드로 옮겨 거기에서 캡쳐를 떴다고 주장했지만, ‘총장님 직인.jpg’ 파일의 크기가 MS워드에 있는 해당 부분의 파일 크기보다 더 컸다. 워드 파일에 있는 이미지를 오려냈는데 파일 크기가 커지는 것은 별도의 처리가 있지 않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최초 원본’이라고 여겨지는 ‘아들 상장’의 스캔 파일과 비교하면 ‘총장님 직인.jpg’ 파일은 ‘품질(Quality)’이 75로 떨어져 있었다. 이로 인해 파일 크기는 3분의 1로 줄어들어 있었다. 품질이 중요한 이미지 파일 처리에서 품질이 유지되도록 신경을 쓰면 썼지 원본 파일의 품질을 일부러 훼손시킬 이유는 전혀 없으며, 설사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이미지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파일의 품질과 크기가 서로 다른 이유는 차치하고라도, 그렇게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처리 과정’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 포토샵과 같은 최고급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하다못해 ‘그림판’과 같은 기본 이미지 프로그램의 구동 이력이라도 있어야 했으나 그에 대한 데이터는 ‘파편’으로라도 찾아내지 못했다.

즉 검찰이 제시하는 핵심 증거인 ‘총장님 직인.jpg’ 파일은 ‘최초 원본’인 아들 상장에 비하면 품질이 떨어져 있었고, ‘직전 원본’인 MS워드 파일에 비하면 파일 사이즈가 더 커져 있었다. 따라서 ▲‘아들 상장 스캔’ 파일, ▲‘MS워드’ 파일, 그리고 ▲‘총장님 직인.jpg’ 파일 등 이 세 파일은 속성에서 일치하는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이었다. 이것을 시간 순으로만 늘어놓은 것이 ‘타임라인’이었다.

이 외에도 변호인단은 소위 ‘타임라인’이 표창장 위조 혹은 제작으로 실현될 수 없는 이유를 여러 가지 제시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브리핑의 21일자 <[정경심 25차 공판③] 산산이 부숴진 ‘검찰 측 타임라인’>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 검찰이 '캡처'에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알켑처'. 그러나 알캡처로 캡처를 하면 품질이 100으로 유지되는데, 문제의 '총장님 직인.jpg' 파일의 품질은 75로 지정돼있다. 

“법정에서 만들어보라”는 재판부, “필요없다”는 검찰

변호인단이 검찰 포렌식 보고서와 자체 실험을 근거로 검찰 주장을 반박하자, 재판부는 재판을 마무리하면서 “가장 좋은 것은 만들어보는 것”이라며 검찰을 향해 “시간 된다면 검찰 측이 처음부터 보여주시든지”라며 검찰이 주장하는 표창장 위조 과정을 재현(再現)해 보일 것을 권했다.

그러나 검찰은 “만들 필요 없다”며 “이미 만들어져 있는데 출력해서 하면 된다”고 답했다. 사안의 본질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동문서답이며 논점 흐리기다.

검찰은 또한 변호인이 “엄청 숙달되지 않으면 (검찰이 제시한 타임라인의) 38분 안에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 “38분이 아니라, 이걸 삽입하고 최종 저장한 거 다 만들어놓고 하면 10분에도 끝낸다”고 응수했다.

이 재판의 쟁점은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으로 부산대에 사본으로 제출된 동양대 표창장을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다. 쟁점은 “정경심 교수 수준의 사용자가 검찰이 제시하는 과정과 같이 이미지 처리작업과 아래아한글 프로그램 작업으로 문제의 표창장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이다.

변호인단은 기본적으로 “정경심 교수의 컴퓨터 및 아래아한글 프로그램 사용 수준으로는 검찰이 제시하는 방법대로 이미지 처리 및 문서작업을 38분 안에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며, 검찰의 포렌식 결과에도 기초적으로 필요한 과정들에 대한 입증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대해 “아주 쉽게 할 수 있다”고 일축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진정 자신이 제시하는 방법과 과정대로 ‘표창장 위조’가 이루어졌다고 믿고 있고, 그게 아주 쉽게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냥 그대로 만들어 보이면 될 일이다.

▲ 검찰의 공소장에 적시된 표창장 제작 방법에 따라 만들어진 표창장. 다만 공소장에 명시된 대로 제작할 경우 은박 부분을 침해하거나(왼쪽) 글자 크기가 크게 차이가 난다(오른쪽)./아주경제 김태현 기자 제공

입증 책임은 검찰에게, ‘위조 과정 실연’으로 입증해야

“피고인이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 책임은 검찰에 있다. 따라서 검찰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려면, 전문가가 아니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도 어려운, 그러나 전문가가 보면 허점과 왜곡 투성이인 포렌식 보고서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주장대로 그 과정이 정말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표창장이 만들어지는지를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검찰 자신의 말대로라면 “10분 안에도 할 수 있다”는 그 쉬운 작업을 왜 “필요 없다”며 안 하려고 하는가?

재판장은 “나중에 기회 드릴 테니까 검찰청에 실력 좋은 사람이 만들어보라고 하라”고 하며 이 날 재판을 마무리했다. 즉 ‘표창장 위조 실연(實演)’을 간접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검찰은 자신의 주장대로 그 과정이 그대로 실행되는지 법정에서 분명하게 입증해야 한다. 재판장은 간접적인 요구가 아니라 검찰에게 ‘법정 실연’을 구체적으로 명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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