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검사님들. 님들은 인턴을 얼마나 똑바로 하셨나요?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1-02-08 10: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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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님 검사님들. 혹시 예비법조인으로서의 인턴 활동은 개판으로 하고 엉망으로 하더라도, 또 그렇게 해놓고도 "엄청 훌륭하고 충실하게 했다"고 확인서를 써주더라도,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인턴확인서는 실제 활동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지 현미경을 대고 들여다봐야 한다고 믿고 계시나요?

 

▲ 영화 의뢰인의 한 장면

 

조국 전 장관의 딸과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에 받아놓았던 ‘인턴확인서’에 대해 검사님들은 허위라고 기소를 했고, 판사님들은 역시 허위라고 판결했습니다. 왜 허위인지 이유들을 살펴보면 이건 현미경도 나노급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수준이라 간략하게 인용을 하려고 해도 머리가 팽팽 돌아버릴 지경입니다.

조 전 장관의 딸의 단국대 의학연구소 체험활동확인서는 활동 내역 4개 항목 중 3)번의 “실지로 환자의 검체를 이용하여 효소중합 반응 검사 실습을 시행하였다” 부분이 사실이 아니어서 허위이고, 같은 이유로 활동평가의 3)번 “연구 기간 중 본 실험에서 연구원의 일원으로 적극적 참여가 가능하였다” 부분을 허위라고 판정했습니다.

또한 2009년의 체험활동확인서의 내용을 토대로 2013년에 발급한 인턴확인서는 위의 내용에 더해서 제목을 ‘인턴확인서’라고 한 것을 문제삼아 “체험활동을 한 것이지 인턴을 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허위라고 판정했습니다.

공주대 체험활동에 대해서는 허위라고 판정한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에 엉뚱하게 단국대 의학연구소의 활동 내용이 들어가 있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좌우지간 허위라고 판정했고, ▲2007년 체험활동확인서는 조민 양과 김 교수가 처음 만난 게 (판사가 일방적으로 판단한) 2008년이라는 이유로 허위, ▲2008년 확인서는 뭘 하긴 했는데 공주대 연구실에서 한 게 아니라는 이유로 허위, ▲2009년 확인서는 활동기간이 3월부터라고 돼있지만 연구실 체험활동은 5~6월부터 시작됐으므로 허위, ▲학회 참석 확인서는 활동기간이 8월 2일부터 7일까지로 돼있지만 실제 활동은 2시간에 불과하다며 허위로 판단했습니다.

다른 확인서도 다 이런 식입니다. 간략하게 하느라 이 정도지만 재판부가 판결문에 써놓은 이유들을 보면 어느 고등학생의 일거수일투족을 분초 단위로 따지고 있어서 어지럽다 못해 속이 뒤집어질 지경입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기소한 조 전 장관 아들의 인턴확인서는 “9개월 동안 주 2회 총 16시간”이라는 기재 내용에 대해 “9개월 동안의 여러 활동 중에서 직접적으로 법률과 관련된 활동 시간만 최소 16시간이라는 의미”라는 피고인의 설명은 간단히 무시해버리고, 판사 마음대로 ‘총 16시간’을 ‘누적 16시간’으로 해석해 “9개월 동안 주 2회 16시간이면 한 번 갔을 때 12분 밖에 안 있었다는 얘긴데 이게 무슨 인턴이냐”라며 허위라고 판결했습니다.

굳이 이렇게 현미경을 들이대며 진짜 기재 내용대로 했는지 안 했는지를 따져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법연수원



지금은 로스쿨체제로 바뀌어서 시스템이 달라져 있지만 사법연수원에서는 마지막 학기 6개월 동안 법원, 검찰, 변호사 사무실을 각각 2개월씩 돌아다니며 업무실습을 하는 ‘시보’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이게 지금 용어로 하면 빼도박도 못하는 ‘인턴’이죠. 아마도 이 사건들을 기소하고 판결한 검사님들과 판사님들은 모두 이 시보 제도를 거쳐오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중 변호사 시보는 뭘 하는지에 대해 법조전문언론 <법률저널>이 설명해놓은 것이 있습니다. 함께 보시죠.

변호사실무수습기간에는 각 변호사회의 담당 지도변호사로부터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수임자와의 면담요령, 소장을 비롯한 각종 소송 서류의 작성 방법 등 사건 수임에서 종결에 이르기까지 사건처리 전반에 대한 지도를 받는 한편 지방변호사회에서 제공하는 강의에 참석도 한다.

이에 대한 규정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변호사 시보 기간에는 대략 이런 내용을 실습하고 익히도록 한 것이 시보 제도의 취지일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해당 변호사 사무실은 연수원생이 시보 활동을 잘 했는지 아닌지 확인서같은 걸 써서 연수원에 보내겠지요. 그리고 연수원은 그것을 성적에 반영해서 판사와 검사 등의 배치에 참고했을 것이구요. 

<법률저널>에는 연수원 생활에 대한 수기가 정기적으로 연재가 됐던 것 같은데 시보 기간에 뭘 배우고, 뭘 익히고, 무슨 경험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김 모(44기) 2004.02.17

변호사시보 기간은 대개 그리 바쁘지 않다. 매일 변호사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은 아니고 많게는 일주일에 1번, 적게는 첫 날 인사하고, 마지막 날 인사하러 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 박 모(37기) 2007.04.23

예전에는 변호사 시보 기간이라고 하면 일을 배우기보다는 많은 자유시간을 확보하고 여유를 만끽하며 보내는 시기로 인식되었다고 한다. 조금 과장된 표현을 빌리면 ‘실컷 술을 마실 수 있는 시기’로 여겨지기도 했다고 한다.

◆ 조 모(37기) 2007.05.18.

연수생들에게 변호사 시보 기간은 4학기 시험을 위한 자습시간일 뿐이지 어떤 의미도 없습니다. 단지 로펌에 뜻이 있는 연수생들에게는 컨펌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중략)그래도 한 번씩 나가서 맛있는 점심을 얻어먹는 즐거움으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분들의 확인서를 써주셨던 변호사들께서 “첫 날 인사하고 마지막 날 인사하러 옴”, “자유시간을 확보하고 여유를 만끽하며 실컷 술을 마시며 지냈음”, “가끔 나와 점심만 얻어먹었음” 이렇게 쓰셨을까요?

아마도 맨 위에 보여드렸던 “수임자와의 면담요령, 소장을 비롯한 각종 소송 서류의 작성 방법 등 사건 수임에서 종결에 이르기까지 사건처리 전반에 대한 지도를 충실히 이수했음” 이런 식으로 쓰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허위도 그런 허위가 없지요. 조국 전 장관의 자제분들의 인턴확인서에 비할 바가 아닐 것입니다. 더군다나 고등학생도 아니고, 다른 분야도 아니고, 예비법조인들의 인턴 아닙니까. 그리고 확인서를 무슨 장식이나 기념품으로 쓰는 것도 아닐 테고, 판사와 검사 임용에 확인서 내용을 참고하겠지요. 그런데 대한민국 사법역사상 연수원생들의 부실한 인턴을 문제삼아 기소를 하고 재판을 한 적은 없을 겁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정경심 교수와 최강욱 대표를 기소한 검사님들과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님들은 연수원 시절 변호사 시보 활동을 확인서에 기재된 내용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대로, 똑바로, 충실히, 성실히 하셨나요? 믿어도 되나요?

혹시 예비법조인으로서의 인턴 활동은 개판으로 하고 엉망으로 하더라도, 또 그렇게 해놓고도 "엄청 훌륭하고 충실하게 했다"고 확인서를 써주더라도,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인턴확인서는 실제 활동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지 현미경을 대고 들여다봐야 한다고 믿고 계시나요?

정말 그렇게 믿고 계신다면 당장 업무를 멈추고 정신과 상담을 받고 한 몇 달이라도 쉬면서 바른 정신을 되돌리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조국 전 장관의 가족이야 전생에 무슨 죽을 죄를 지었는지 이런 기막힌 재판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국민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수사와 재판을 받는 일은 더 없어야 할 것 아닙니까.

부끄러움을 아신다면 정신과 상담을 받기 전에 그 자리를 떠나시는 게 더 옳으시겠지요. 그런데 그런 부끄러움은 잘 모르실 것 같으니 우선 정신과 상담과 휴식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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