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정정은 강사 재량”이라는 검찰의 황당한 거짓말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1-02-09 09: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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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해서는 모든 부분에 대해 ‘재량’을 부정했다. 그러더니 학칙에서 명백하게 불허하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 딸의 성적 정정에 대해서는 뜬금없이 ‘재량’을 들고 나왔다. 이것은 나경원 전 의원의 일이므로 악착같이 덮어주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나경원 전 의원

 

 

지난 2일 <더팩트>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나경원 전 의원의 딸 김 모 씨의 대학 성적이 Dº에서 A+로 성적이 대폭 정정된 의혹에 대해 학칙상 강사의 재량으로 인정해 무혐의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경원 전 의원의 딸 김 씨의 성적이 정정된 것은 총 10회이고 변경 편차도 매우 컸지만 검찰은 이에 대해 “학칙상 인정되는 교수·강사의 재량”이라고 밝혔다.

즉 성신여대 학칙에 따르면 교수나 강사는 학생의 성적을 마음대로 정정해도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다.

성신여대 학사규정은 제44조에서 “성적 정정은 원칙적으로 불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수와 강사의 재량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적의 정정이 가능한 경우는 “착오, 누락, 오기로 인한” 경우에 한하고 있다.

◆성신여대 학사규정

제44조 (성적정정) 성적정정은 원칙적으로 불허한다. 단, 착오, 누락, 오기로 인한 성적정정은 교과목 담당교수가 성적정정기간 내에 대학 전산시스템을 통해 정정할 수 있다.

“성적 정정은 원칙적으로 불허한다”는 강력한 규정이 성신여대 학칙에만 있을까? 아니다. 모든 대학은 똑같이 성적 정정을 불허하고 있다. 성적 정정은 모든 대학에서 매우 엄격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A대학교 학업성적 처리 규정

제6조(성적정정)① 제출된 성적은 정정할 수 없다. 다만, 담당교수의 착오 또는 성적기재 누락이 있을 때, 학장은 당해학기 종강일 후 4주 이내에 담당교수의 정정사유서 및 구체적인 증빙자료를 첨부하여 성적 정정을 신청할 수 있다.

B대학교 학칙

제24조 (성적정정) ① 일단 제출된 성적은 정정할 수 없다. 다만 기재착오(성적의 착오 또는 누락)가 있을 경우에는 기말고사 종료 후 4주 이내에 담당교수의 사유서 및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답안지와 기타 증빙서 등 구체적인 자료를 첨부하여 성적정정원을 총장에게 제출할 수 있다.

C대학교 학칙

제75조(성적의 정정 및 취소) ① 성적에 이의가 있는 학생은 “성적공시 및 정정 기간”에 담당교수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성적정정은 교수의 평가오류 또는 입력과정에서 발생한 착오 등 귀책사유가 학생에게 있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한다.

혹시 나경원 전 의원의 딸 김 씨가 재학중이던 2013년~2015년의 학칙은 내용이 달랐을까? 당시 학칙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44조 (성적정정) 성적정정은 원칙적으로 불허한다. 단, 착오, 누락, 오기로 인한 성적정정은 교과목 담당교수가 정정원을 학과(학부)장 및 대학장을 경유 학사지원팀에 제출하여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성적 정정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착오, 누락 오기의 경우에 정정할 수 있다는 내용에서 동일하다. 달라진 부분은 당시 학칙의 “학과(학부)장 및 대학장을 경유하여 학사지원팀에 제출해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가 현행 학칙에서 “교과목 담당교수가 성적정정기간 내에 대학 전산시스템을 통해 정정할 수 있다”고 바뀐 것 밖에 없다. 당시의 학칙이 훨씬 더 엄격했다.

또한 성적 정정 절차에 대해서도 학칙 49조에 “학생은 이의신청기간 내에 대학 전산시스템을 통해서만 교과목 담당교수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성적 정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교수 본인이 착오, 누락, 오기를 발견한 경우거나 학생이 이의신청을 했을 경우에만 해당된다.  

 

제49조 (성적이의)

성적에 이의가 있는 학생은 소정기간 내에 교과목 담당교수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고발인인 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가 제공한 자료에 기재된 총 8회의 성적 정정 중에서 2013학년도 2학기, 2014학년도 2학기에 각각 김 씨가 수강한 두 과목은 학과 명의의 이메일로 성적 변경이 요청됐다. 또한 나머지 5건의 경우도 학생지원팀의 요청에 따라 정정한 것으로 보인다. 성적 정정은 교수 본인이나 학생 외에는 개입하거나 요청할 수 없다.

 

 



만약 교수·강사가 제3자의 요청에 따라 성적을 정정했다면, 교수·강사 본인이 자발적으로 학칙을 위반했거나 제3자의 압력에 따라 ‘의무 없는 일‘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 후자라면 압력을 행사한 제3자를 수사하여 사법처리해야 하고, 전자라도 최소한 교육부 감사라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착오, 누락, 오기’에 해당하는 것인지, 어떤 과정과 절차에 따라 성적 정정이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어느 면을 보더라도 성적 정정은 교수의 재량일 수 없다.

검찰은 “장애학생 절대평가 시행 초기(2013~2014년경) 위와 같은 세부 절차나 제도가 정립되지 않아 어떤 경로로든 교·강사의 의사가 전달되면 학사지원팀이 성적을 정정했던 것으로 확인된다"며 ‘장애학생 절대평가’를 핑계로 대고 있다.

그러나 ‘장애학생 절대평가’는 성적 정정과 관계가 없다. 그것은 평가의 문제이지 정정의 문제가 아니다. 즉 다른 학생이라면 D를 줄 성적을 장애학생은 별도로 평가해 A를 주는 것은 실제로 가능한 일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교수의 재량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D로 평가했다가 나중에 A로 정정한 일이다. 장애학생 절대평가를 핑계로 댈 일이 아니다.

검찰은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해서는 모든 부분에 대해 ‘재량’을 부정했다. 민정수석으로서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해진 감찰 건에 대해 조치를 내리는 ‘재량’도 인정하지 않았고, 교수가 논문의 저자 순위를 결정하는 ‘재량’도 인정하지 않았으며, 체험활동 및 인턴확인서의 내용을 실제보다 호의적으로 작성하는 ‘재량’도 인정하지 않았고, 법무법인의 대표가 자신의 명의로 인턴확인서를 발급하는 ‘재량’도 인정하지 않았다. 모두 다 불법이고 허위라며 기소했다.

온갖 재량을 인정하지 않다가 학칙에서 명백하게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있고 허용되는 경우가 착오, 누락, 오기로 극히 제한되어 있는 성적 정정에 대해서는 뜬금없이 ‘재량’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것은 나경원 전 의원의 일이므로 악착같이 덮어주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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