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동학원재판②] 억지수사· 억지기소· 억지재판

박지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9-22 12: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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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단골로 내세우는 최소한의 명분조차도 전혀 성립되지 않는 이 억지수사, 억지기소, 억지재판을, 검찰은 도대체 어떤 논리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 죄가 나올 때까지 무한정 수사를 확대하면, 마지막까지 죄가 나오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운영해온 학교법인 웅동학원 관련 비리 의혹을 받는 조 장관 남동생 조모씨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대기하고 있던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19.10.9


별건 혐의 3건 세부분석

별건수사로 기소된 채용비리와 관련하여 조 모씨가 기소된 건 은 총 3가지(세부적으로 나누면 4가지)인데, 재판부는 이중 단 1건만을 유죄로 판단했다. '배임수재'의 경우 본인 직책의 업무가 아니어서 법리상 해당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불가하다고 판단했고, '증거인멸교사' 혐의의 경우 조 모씨가 공범임으로 증거인멸 관련 혐의가 성립될 수 없으며, 증거인멸과 함께 거론한 '범인도피' 의 경우는 아예 검찰 측의 증명이 너무 턱도 없어 단칼에 무죄라 단언했다.

유일하게 유죄로 선고된 '업무방해'의 경우, 채용비리에 실제 관여한 사실이 인정되지만 교사 채용이 직책상 본인의 업무가 아니어서 '배임수재' 혐의로는 무죄로 판단했던 결과의 반대급부라고 볼 수 있다. 정당한 권한 없이 웅동중학교 채용 과정에 개입해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판결문에서 이 유죄 취지의 내용을 보면 매우 흥미로운 부분도 있는데, 형량 감경의 주요 사유로 '다른 모든 혐의가 무죄'라는 매우 특이한 사유가 추가되어 있는 것이다.

"업무방해 외에 함께 기소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강제집행면탈, 배임수재, 범인도피 등 나머지 대다수의 공소사실이 모두 무죄로 판명된 점“

다른 모든 혐의가 무죄니까 형을 깎아준다? 이는 검찰이 기소한 매우 무리한 혐의들로 인해 피고인이 겪지 않았어야 했던 고초를 추가로 겪은 데 대한 정상을 참작해 형량을 감경시켰다는 것이다.

또, 이런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조중동 등 수구언론들은 '공범들보다 적은 형량이 말이 되느냐'며 일제히 떠들어댔는데, 채용비리의 두 공범들은 이미 각각 1년6개월, 1년의 형량을 받고 확정된 것에 비추어 문제삼은 것이다. 그런데 사실 재판부는 이미 판결문에서 그에 대한 설명까지도 내놓은 바 있다.

"재판부의 판결에서 선고된 형량은 우리 재판부와 달리 관련 배임수재를 유죄로 보는 전제에서 정해진 것이어서 피고인에 대한 형을 양정함에 있어 이를 그대로 반영해서는 안 되는 점“

즉, 조 씨의 경우 직책이 '재단 사무국장'으로서 교사 채용이 본인의 담당 직무가 아니어서 법리상 배임수재에 해당되지 않는데, 다른 두 공범들은 '교사'로서 채용 관련 업무가 직무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공범 관계라고 해도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웅동학원 관련 의외의 팩트들

검찰을 출처로 하는 것으로 보이는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 보도에서는 "주소지가 같은 곳으로 되어 있었으니 동생 회사는 페이퍼컴퍼니가 틀림없다"라고 주장하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팩트는, 두 회사는 한 건물의 1, 2층에 각각 입주해 있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경로로 확인된 바로는, 당시 부산 문현동에 있었던 2층 건물에서 고려시티개발은 다른 회사와 함께 1층에 있었고, 고려종합건설은 2층을 홀로 다 쓰고 있었다.

한 건물에 입주한 수많은 회사들 중 오직 가장 큰 회사만이 진정한 회사이고 나머지는 다 페이퍼컴퍼니인가? 동아일보와 채널A는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으니 채널A도 페이퍼컴퍼니인가? 건설사들에는 이런 계열사들이 딸린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서는 매우 흔한 일인데, 그 계열사들도 모두 페이퍼컴퍼니일까?

또한 고려종합건설의 대표로서 웅동학원의 이사장도 역임한 조변현 씨는, 이번 웅동학원 논란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의외의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조변현 씨가 건강 문제로 이사장에서 물러난 이후인 2010년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학교 재정이 열악해지자 학교에 부과되는 재산세도 장기간 개인 돈으로 부담해왔고, 건강이 나빠진 이유에도 학교 일 때문이라는 평이 있었던 것이다.

사실 조변현 씨와 그 일가는, 맡지 않았어도 됐을 소규모 사학재단을 지역주민의 간곡한 호소로 떠맡았고, 재정이 좋지 않은 학교에 사재를 털어넣으며 학교를 되살리고도, 하필 학교 이전 공사가 IMF 시기에 걸쳐져 그 공사 완료 즈음에 회사가 부도가 나고 가문까지 함께 재정적으로 몰락한 결과를 맞았다. 그러고도 다시 이런 기괴한 혐의로 엉뚱하게 언론들의 공격까지 받은 것이다.


구속 기각했던 명재권 판사가 옳았다

조 씨에 대한 검찰의 1차 구속영장 청구는, 지난해 10월 9일 당시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판사에 의해 기각되었었다. 당시 기각 사유를 돌아보면, "주요 범죄(배임)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고,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미 이루어진 점, 배임수재 부분의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여기서 주요범죄(배임)이 바로 앞서 살펴본 본건 혐의들 중 앞의 두 건 혐의이고, 배임수재 부분은 별건 혐의들 중 채용비리에서 돈을 받은 것이다. 전자의 경우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는 것은 검찰이 주장하는 범죄의 성립여부가 상당히 의심스럽다는 의미이고, 후자는 이미 피의자가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으니 증거인멸의 여지가 적어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법원의 이런 결정에 불복, 무리하게 새로운 혐의들을 들어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 영장 심사를 담당했던 신종열 판사가 이 구속영장을 받아들이면서 조 씨는 6개월 가까이 수감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었다.

재청구 당시 검찰이 새로 추가한 혐의는 본건 혐의들 중 마지막 건인 '강제집행면탈'과 범인도피 혐의 등을 추가했는데, 이 혐의들은 이번 판결에서 무죄로 판시됐다. 실제 판결문 내용을 보더라도, '강제집행면탈'은 사실상 기존의 혐의와 중복되는 사건에 혐의 이름만 하나 더한 정도이고, '범인도피'는 아예 판단의 가치도 없을 정도로 근거가 전혀 없었다.

즉 검찰이 구속수감을 얻어낸 추가 구속영장 사유들은 정작 본안 재판에서 법리적으로 아무런 가치도 없었던 것으로, 오직 피의자 구속수감이라는 목적 하나만을 겨냥해 맞춤형으로 '설계'된 것들이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결국, '주요 범죄(배임)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며 구속을 불허했던 명 판사의 당초 판단이 옳았던 것이다.


무리함의 극을 달린 표적수사, 되돌아보면

애당초, 이 사건을 검찰이 기소한 경위부터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저격성 의도 외에는 다른 아무런 목적을 찾을 수가 없다. 근거 서류조차 찾을 수 없는 22, 23년 전 폐업한 회사들과 관련해 허위 공사 채권이라면서 기소를 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IMF 직후 폐업한 회사에 대해 최근에야 수사를 개시한 사례가 이 웅동중학교 건 외에 단 하나라도 있을까? 공소시효 문제로 기소 자체가 불가능한 것을, 그 채권으로부터 파생된 이후의 사건들을 문제삼아 억지 기소를 한 것이다.

채용비리 유죄 건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중요한 중요한 사법적 상식을 다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 누구도 범죄 하나가 있다고 해서 짓지도 않은 범죄의 책임까지 감당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별건수사'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다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애초 이 수사는 조국 전 장관을 몰아세울 목적으로 시작된 것이 조 전 장관의 관련성이 전혀 발견되지 않자 동생으로 불똥이 튀었고, 검찰 스스로 보기에도 본건인 배임 관련 혐의가 너무도 빈약하자 추가로 개인비리로 수사를 확대한 바 있다.

검사들이 흔히 별건수사를 정당화하는 논리는, 본건 수사가 벽에 막혔을 때 돌파구를 열기 위해 별건수사로 압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본건 수사의 성과를 얻어내기 위한 방법론적인 측면으로서의 변칙이다. 반면 이 웅동학원 사건의 경우, 본건 사건은 아예 전면 무죄에, 별건 혐의에서만 유죄가 나왔다. 즉 통상적인 별건수사의 명분조차 전혀 통하지 않는 기막힌 사례인 것이다.

검찰이 단골로 내세우는 최소한의 명분조차도 전혀 성립되지 않는 이 억지수사, 억지기소, 억지재판을, 검찰은 도대체 어떤 논리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 죄가 나올 때까지 무한정 수사를 확대하면, 마지막까지 죄가 나오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그것도, 공소시효 따위는 다 무시해버리고 10년, 20년을 넘어 끝도 없이 수사를 확대해버리면 어떨까? 이런 식으로 '나올 때까지 판다'는 '끝장수사'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런 이유로, 윤석열 검찰의 웅동학원 수사는 조국사태 전체와 별개로 이 수사 자체만 보더라도, 검찰 개혁을 꼭 이루어내야만 하는 이유를 증명하는 중요한 사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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