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의 한숨 나오는 '제목장사질'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6-30 20: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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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정규직화 때문에 한전 월급 줄었다?
비정규직과는 아무 관계없는 52시간 근무 때문
한전-인국공, 관계없는 일 엮어서 제목장사질
중앙일보 6월 29일 보도
중앙일보 6월 29일 보도

언론의 제목 장사질은 한국언론계의 유구한 왜곡 기법이다. 기사 내용과 관계 없는 제목을 달아놓고 기사는 읽지 않고 제목만 보는 독자들을 현혹하는 기법이다.


중앙일보는 6월 29일 <인천공항 사태 먼저 겪은 한전, 기존 직원들 월급은 줄었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제목만 보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직원들이 자신들의 임금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보안검색직 직고용을 반대하고 있는 사태와 관련해, 한국전력이 같은 경로로 이미 기존 직원들 월급이 줄었다는 얘기로 보인다.


그런데 기사는 그런 맥락을 노골적으로 의도하고 있지만, 내용은 전혀 다른 사실을 전하고 있다.


A 씨는 “‘업무 시간 외 근무를 최소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초과근무 수당을 포함한 다른 일부 수당도 줄면서 실질적인 월급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때문에 월급이 줄었다는 게 다른 게 아니라 52시간 근무제로 시간 외 근무가 줄어들면서 초과근무수당 등이 줄어들면서 실질적인 월급이 줄었다는 얘기다.


도대체 뭔가? 이것은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비정규직 정규화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얘기 아닌가. 게다가 중앙일보는 친절하게 "시간 외 근무 최소화 방침은 주52시간 체제 준수에 따른 것"이라는 한전의 해명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충분히 해명될 만한 내용이면 문제가 없다는 것인데 그걸 왜 보도하나? 문제가 있어서 보도를 할 요량이면 "주52시간제로 실질 임금 줄었다"는 식으로 보도를 하고 제목을 달아야지, 왜 아무 관계도 없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연결을 하고 제목도 그렇게 단 것인가?


여기에 또 중앙일보는 교묘한, 그러나 상투적인 왜곡 기법을 발휘한다. "한전은 최근 3년간 8200명의 비정규직과 하도급 직원 등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공공기관 중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이 부분만 보면 한전이 82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직고용 방식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 같은 착각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한국전력이 직고용으로 전환한 인원은 260명이다. 나머지는 모두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본사 직고용' 형태의 전환이다. 1만 명 가까운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전환에 있어서 자회사 방식의 전환은 누구도 불만이 없다. 물론 불만이 없다기보다 다들 불만이 있어도 다들 양보하고 넘어간 것이겠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기존 정규직이 1,400명인데 새로 정규직화되는 인원이 1,900명이어서 기존 정규직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의 정규직 전환이 언제 진행됐는지는 몰라도 가장 빨리 2017년으로 잡더라도 당시의 정규직 직원 숫자는 22,000명이다. 22,000명 정규직 직원이 260명 때문에 월급이 깎였다고?


중앙일보는 이에 대해서도 친절하지는 않지만 한전의 해명을 함께 전하고 있다. "비정규직 직원은 모두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전한 한전의 해명은 사실과 조금 다르지만, 이런 해명을 붙일 것 같으면 한전의 경우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케이스와 조금도 관계가 없는 것이다.


이 기사의 첫머리는 다음과 같다.


“기존 직원의 급여와 복지수준은 하향평준화, 정규직 전환된 1900명은 상향평준화 될 것.”


지난 25일 한국전력공사 ‘블라인드 게시판’에 올라온 이 글을 본 한전 직원 A씨는 바로 공감 버튼을 눌렀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에 대한 전망을 담은 글인데, 본인이 겪고 있는 일과 비슷하다고 느껴서다.


이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전력공사 블라인드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고, 한전 직원 A씨가 바로 공감 버튼을 눌렀다는 것도 기사를 쓴 기자가 그냥 뇌내망상으로 지어낸 말이라고 믿어도 크게 잘못은 없을 것 같다.


p.s.


아, 기자 이름을 기록해놔야겠다. 최선욱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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