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낙연 총리는 유임이 최선입니다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19-11-28 12: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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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총리/뉴스1
이낙연 총리/뉴스1


어느 새 이낙연 총리의 당 복귀는 마치 기정사실처럼 돼버렸습니다. 이는 우선 본인의 의지와 당에서의 필요가 맞물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총선에서는 당의 간판이 필요하고, 유력한 대권주자가 간판으로 나서는 것이 맞긴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이해찬 대표가 선거 실무와 전략을 지휘하고 이낙연 총리가 당의 간판으로 전국을 누비는 것이 선거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현재 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어쩌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권 주자로서 ‘문재인 정부의 충실하고 유능한 총리’로서 얻고 있는 지지 외에 스스로의 역량과 정치력으로 확보하는 본인 고유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러려면 총선에 기여하고 의원으로서의 활약이 필수적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그런 과정을 통해 이낙연 총리가 더욱 탄탄한 지지를 확보한 대권 주자로 성장한다면, 그것 또한 총선 뒤에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 운영과 함께 차기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대단히 중요한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나 해야 할 이유가 100가지라고 해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이유가 한 가지라도 있다면 그것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것은 후임 총리의 인준 문제입니다. 장관과는 달리 총리는 국회의 인준 동의를 거쳐야 합니다.



정홍원 전 총리/뉴스1
정홍원 전 총리/뉴스1

종신총리 정홍원


우리는 모두 ‘종신 총리’, 혹은 ‘좀비 총리’로 알려진 정홍원 전 총리를 기억합니다. 그는 2014년 4월 27일 세월호 침몰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장장 296일 동안 원치 않는 총리직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후임자로 지명됐던 안대희 전 대법관과 문창근 전 중앙일보 주필이 차례로 낙마하고, 이완구 총리가 국회 인준을 통과함으로써 겨우 총리직에서 물러날 수 있었습니다. 이완구 총리 역시 청문회 와중에 언론과 관련된 망언으로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에서도 이탈표가 발생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인준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DJP 연합으로 탄생한 김대중 정부에서 김종필 당시 자민련 총리는 합의에 따라 초대 총리로 지명됐지만 신한국당의 인준 거부로 5개월 동안이나 ‘서리’ 꼬리를 달고 총리직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이런 일이 이낙연 총리의 후임자에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아니,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보다 훨씬 큽니다.


민주당은 자력으로 총리 인준을 통과시킬 수 없습니다. 야당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총리 인준은 총선 국면에서 진행됩니다. 자유한국당은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있는 대로 방해를 할 테고, 다른 야당들도 순순히 협조해줄 리가 없습니다. 정부와 여당을 흔드는 게 곧 표로 연결되는 총선 국면에서 그들이 아량을 베풀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입을 모아 김진표를 띄우는 보수언론들


요즘 보수언론들은 입을 모아 김진표 총리 유력설을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습니다. 언론들이 정말 김진표 의원을 좋아해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불타는 애국심으로 김진표 총리 체제의 안정적인 정권 후반기 운영을 원해서 그러는 것일까요?


그들은 김진표 총리가 무난하게 인준을 받아서 이낙연 총리가 당으로 돌아오고, 선대위원장으로 전국을 누비며 민주당의 기세를 올리는 모습을 생각하면 흐뭇할까요? 그래서 “빨리 김진표 의원을 총리로 지명하라”고 재촉하는 것일까요?


그럴 리가 있나요. 그들은 “김진표 의원이 총리로 지명되면 무난하게 통과될 테니 안심하고 지명하라”고 유혹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경제부처에서도 좋아하고, 야당에서도 좋아할 것”이라고 마구 약을 치기도 합니다. 김진표 의원이 훌륭하면 훌륭할수록 그들은 기를 쓰고 반대를 할 일이지 지금처럼 “Only 김진표”를 외칠 리가 없습니다.


저는 김진표 의원이 총리로서 훌륭한 재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견을 글로 쓴 적도 있습니다. 그를 반대하는 의견에는 충분히 타당한 것도 있지만 많은 부분 오해를 받고 있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조중동이 입을 모아 김진표 의원을 띄우는 저의는 너무도 분명합니다. 올려놓고 흔들겠다는 심산입니다.


조국 전 장관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 국민들은 아주 작은 상처에도 크게 고통을 받는 연약한 체질이 돼버렸습니다.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후보로 지명돼도 언론이 마음만 먹으면 그 상처를 또 다시 마구 헤집을 수 있습니다.


아니, 예수님이나 부처님은 더더욱 안 되겠네요. 예수님은 출생의 비밀이, 부처님은 성장 과정에 문제가 있어서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낙마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21대 총선 모의개표/뉴스1
21대 총선 모의개표/뉴스1

총선 가도에서 벌어질 대혼란


김진표 의원 아니라 그 누구라도 조국 전 장관의 10분의 1 정도만 긁어도 천하에 몹쓸 인사가 돼버리고 말 지경이 되어 있습니다. 언론이 이런저런 의혹을 마구 들춰대면 우리 국민들은 조국 전 장관은 절대로 안 된다고 도리깨질을 했던 그 양심을 가지고 “조국은 안 되지만 김진표는 괜찮아” 이렇게 얘기할까요?


국민들이 흔들리면 야당들은 더 마음 놓고 총리 인준에 발목을 걸 수 있습니다. 총리 인준을 부결시키면 이낙연 총리는 어쩔 수 없이 직을 계속해야 하고, 정부 여당은 또 다른 후보를 물색하는 혼란에 빠져야 합니다.


이런 일들이 총선을 불과 석 달 앞둔 시점에서 벌어지게 됩니다. 이낙연 총리가 당으로 복귀하여 전국을 누비며 유세를 하는 그림은 사실상 꿈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후보들의 선거운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격랑으로 빠져들 겁니다.


저의 우려가 우려에 그치기 위해서는 야당과 언론이 갑자기 개과천선을 하거나, 혹은 대단한 전략적 판단으로 순한 양이 돼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은 0%입니다.


저는 이낙연 총리가 당으로 복귀하여 당의 간판이 되는 것도 좋고, 김진표 의원이 총리가 되는 것도 찬성하는 편이지만, 제가 찬성하건 말건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총선 가도에 초대형 폭탄을 우리 스스로 던지는 셈이 됩니다.


아쉽지만 이낙연 총리는 총선 기간 동안 정부의 기둥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더 굳건하게 해주는 것이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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