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본에 힘 실은 文 대통령... 檢 수사권 분리 시금석 된 LH 수사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1-03-08 22: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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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본, 관련 기구·인력 총망라한 특별수사단 구성
야권 "LH 수사 검찰에 맡기고 수사권 조정 재검토해야"
정 총리 "국수본 특수단, 정부합동수사본부 확대 개편"
검경 수사권 조정 효용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기회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열린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LH 투기 의혹과 관련 "국가가 가진 모든 행정력,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해야 한다"면서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발 빠르게 수사를 병행하고, 합조단 조사 결과는 그때그때 국수본에 넘기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 검찰의 유기적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합동조사단이 광범위한 조사를 하고 있지만 조사를 먼저하고 수사는 뒤에 할 필요가 없다"며 수사가 초기부터 조사와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LH 투기 의혹 사건은 검-경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첫 사건”이라고 강조하고 “검찰도 수사 노하우, 기법, 방향을 잡기 위한 경찰과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검찰-경찰은 보다 긴밀히 협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즉 "국가가 가진 모든 행정력,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정부 합동조사단과 검찰, 그리고 경찰 국수본 간의 유기적 협력을 당부하면서도, 정부 조사 결과를 수시로 국수본에 이첩하고, 검찰이 수사 노하우, 기법, 방향 등에 대해 국수본과 협력하라고 지시함으로써, 국가수사본부 중심으로 책임수사를 확립해야 한다며 경찰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2일 오후 경찰청 본청에서 전국 수사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수본, 관련 기구·인력 총망라한 특별수사단 구성

경찰은 LH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5일 국가수사본부에 최승렬 수사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단’을 구성했다.

당초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에 착수했던 LH 투기 의혹 사건은 ‘국수본 집중지휘사건’으로 지정하고 국수본이 수사의 전 과정을 총괄 지휘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제기된 의혹 외에 3기 신도시 예정지의 부동산 투기와 관련한 범죄첩보수집도 강화하는 한편 조사단이 수사의뢰하는 사건은 각 경찰청 전담수사팀에 배당해 신속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수본 특수단에는 반부패수사과, 중대범죄수사과, 범죄정보과 등의 본부 기구와 경기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예정지를 관할하는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 인천경찰청 등 3개 시·도 경찰청의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등 관련 조직과 인력이 총망라됐다.

LH 투기 의혹에 대해 야당과 언론은 검찰 수사를 주장하며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수사가 불가능해졌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조치를 비난하고 나서고 있다.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부산시장 후보 및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야권 "LH 수사 검찰에게 맡기고 수사권 조정 재검토해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LH 직원 투기와 관련해 정부가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민주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 관계로 검찰이 이 문제를 다룰 수 없다고 하지만, LH 직원들의 투기행각은 국민 분노를 극도화하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제대로 된 수사기관이 수사를 못하는 상황을 오도록 한 게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면, 그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자체 LH 조사특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도 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론이 아무리 원하더라도 이번 사건에 검찰이 투입돼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게 법·제도가 바뀌었다"며 "‘검찰개혁 시즌2’를 주도하시는 분들도 자신들의 소신 뿐 아니라 권력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반부패 대응역량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심사숙고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야권은 검찰이 수사해야 하는 이유로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정부합동조사는 '셀프 조사'라서 객관성이 확보되기 어렵고 △경찰의 신도시 부동산 투기 사건 수사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 정세균 국무총리(왼쪽 첫 번째)가 8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초대 국수본부장으로 임명된 남구준 본부장(오른쪽)에게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확대 개편을 지시하고 있다. 2021.3.8



정세균 총리 "국수본 특수단, 정부합동수사본부 확대 개편"

그러나 경찰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수사 역량은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8일 경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검찰이 과거 1·2기 신도시 투기 수사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경찰도 파견돼 협조했고 상당수 성과가 경찰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며 "특히 최근 부동산 불법거래행위 특별단속을 하며 현장 점검을 해왔기 때문에 검찰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정세균 총리는 8일 오전 남구준 국수본부장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로 불러 정부합동조사단과는 별도로 "국수본 특별수사단을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정부의 관계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로 확대 개편하라"고 지시했다.

정 총리는 "정부합동조사단은 민간에 대한 조사나 수사 권한이 없어 차명거래, 미등기 전매 등 불법행위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며 합동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지시한 이유를 설명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효용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기회

경찰 국수본의 LH 의혹 수사는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현재 진행 중인 여당의 검찰 수사권 완전 분리 작업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의 수사권 조정 논의와 검찰에 남겨진 6개 분야 수사권 분리 문제에 있어서, △검찰의 전문화된 수사 능력이 사장되고 △경찰의 수사능력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항상 이견과 반발의 근거로 제시돼온 만큼,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LH 의혹 사건의 해결을 통해 경찰의 수사 역량을 확인해 보여줄 필요가 있다.

만약 이 사건이 조금 일찍 불거져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했다면 검찰 수사권 완전 분리의 전단계인 검경 수사권 조정조차도 차질을 빚었을 수도 있었다. 검찰은 지금까지 계기가 있을 때마다 대형 사건의 수사를 통해 여론의 지지를 얻어 기득권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활용해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역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좌절시키거나 지연 혹은 축소시킬 빌미로 활용할 수 있었다.

또한 검찰이 자신의 편의와 목적에 따라 수사 범위를 무한 확장해온 전례에 따른다면 LH 의혹 수사를 정권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확대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로 시작해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무한 확장시켜온 것이 그 예다.

LH 의혹 사건은 그 자체로서 대단히 중대한 사건으로서 반드시 엄정하게 수사되어야 할 사안이지만, 경찰 국수본의 수사능력을 대외적으로 확인하여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정당성을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또한 대형 사건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해온 검찰의 구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경 간의 업무 협조와 함께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지휘감독 체계를 실질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계기로서, 국민들로 하여금 검경 수사권 조정의 효용을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본이 LH 의혹 사건 수사에서 성과를 보인다면, 여당의 검찰 수사권 완전 분리 작업은 크게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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