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값 8년 9개월 연속 상승" 들어는 보셨나요?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8-04 20: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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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456주 연속 상승
2019년 6월부터 57주, 1년 남짓 상승 중
최근 지수 변동율도 과거보다 크지 않아

▲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아파트단지 모습. 2020.8.4/연합뉴스

 

전세대란이라고 합니다. 언론에서 말하는 전세대란이란 어느 지역에 전세가 씨가 말랐다, 또 어느 아파트에는 15억 전세가 등장했다, 혹은 한두 달 만에 몇 억이 올랐다는 얘기가 모두입니다. 하지만 이런 국소적인 사례를 놓고 '전세대란'이란 어마어마한 말을 붙일 수는 없습니다. 

 

그런 사례를 놓고 '전세대란'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전셋값이 그전까지는 그럭저럭 안정세를 보이다가 요즘 갑자기 정신없이 오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전세대란'이라고 하려면 보통 두 가지 측면으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떨어질 줄 모르고 오르는 것, 그리고 과거야 어쨌든 지금 갑자기 높게 오르는 것. 

 

지금 서울의 전세값이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므로 이 두 가지 측면에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지금 서울 전세값은 2019년 6월 24일 이후 57주 연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57주 하니까 엄청 많아 보이지만 고작 1년 남짓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전에 가장 길었던 전세 상승 기간은 얼마나 될까요? 2009년 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자그마치 8년 9개월, 456주 연속으로 전세값이 상승한 바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2017년 12월 3일 KB국민은행 자료를 인용해 <아파트 전셋값 8년9개월 만에 꺾였다…갭투자자에 '직격탄'>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를 보면 이명박 정권 시절 금융위기로 전세값이 잠깐 떨어진 이후 2009년부터 계속 오르다가, 박근혜 정권을 통으로 거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야 비로소 전세값이 하락세로 들어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뒤 2018년 한 해 동안 등락을 거듭하다가 2019년 6월 24일 이후부터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1년 남짓 연속 상승하는 것도 작은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그마치 8년 9개월, 456주 동안 상승했던 것에 비하면 너무 그렇게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 당시 언론은 간헐적으로 '몇 주 연속 상승'이라고 보도했었는데 2016년 2월 21일 머니투데이방송이 '355주 연속 상승'이라고 보도한 뒤에는 아예 주별 카운트를 포기했었습니다. 따져보기도 지친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매주 56주, 57주 카운트를 하면서 마치 세상 처음으로 전세값이 연속으로 오르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그럼 이젠 단기 급상승이라는 측면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최근 전세값 상승이 조금 가팔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감정원의 월간 서울아파트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을 보면 5월 0.06% 수준이었다가, 6월 0.24%로 오른 뒤 7월에는 0.45%로 상승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변동률이 2011년에는 2.14%까지 오른 적도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 당시의 최고 변동률은 2013년 10월의 1.57%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변동률은 같아도 절대 금액은 커지므로 지금의 변동률 0.45%가 작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변동률 자체는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죠. 언론이 아무리 호들갑을 떨어도 지금의 전세가 상승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의 널뛰기와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기존 전세 세입자가 지금 있는 집에서 2년을 더 거주할 수 있게 됐으므로 그만큼 시장에 전세매물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므로 단기적으로 개별 전세가가 오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새로 전세 생활을 시작하는 신규 세입자들에게는 '전세대란'이 맞는 말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전세 세입자들은 앞으로의 재계약 때 5%만 올려줘도 되게 됐다는 것입니다.새 매물로 나온 전세는 계속 기록을 세워나가겠지만, 전체적인 전세 시장은 5% 이내에서 안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은 앞으로 계속 중계방송하듯 전세값 최고기록 경신을 보도하면서 '전세대란'이라고 난리법석을 떨겠지만 국지적 현상으로서의 '전세대란'과 전체 시장에서의 안정세를 분명히 구분해서 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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