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공급대책①] 재개발·재건축은 공공 주도로... 민영 재건축 규제는 그대로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1-02-05 17: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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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까지 서울 32만 호, 전국 83만 호 주택 공급
기존 방식으로 정비사업이 어려운 지역 주요 대상
투자 목적 재건축·재개발은 기존 규제 그대로
지구지정 지역에 대한 강력한 투기방지 대책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2월 5일 국회에 출석에 2.5 공급대책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2025년까지 서울 32만 호, 전국 83만 호 주택 공급

정부는 4일 『공공주도 3080+』로 이름붙여진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지자체·공기업이 주도하여 2025년까지 서울 32만 호, 전국 83만 호의 주택 부지를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기존 주거복지로드맵 칭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추진 중인 수도권 127만 호 공급계획을 합하면 200만 호에 해당하는 역대 최대 수준의 공급 대책”이며 “서울 32만 호는 분당신도시 3개, 강남3구 아파트 수와 비슷한 규모”라는 점을 강조했다.

200만 호는 공급으로 부동산 폭등을 잡은 유일한 사례였던 노태우 정부의 ‘200만 호 공급’과 같은 규모로서, 당시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신도시를 통해 수도권에 공급된 주택은 30만 호 정도였다. 서울에만 당시 수도권 규모의 주택이 공급되는 것이며, 2·4 대책의 수도권 전체의 공급 물량은 총 62만 호다. 수도권 물량을 놓고 보면 노태우 정부의 200만 호 공급 당시보다 2배의 물량이 공급되는 것이다.

2·4 대책의 핵심은 공급 물량의 규모에도 있지만, 또 다른 핵심은 이 모든 공급을 ‘공공주도’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소위 전문가들이 요구해왔던 ‘공급’은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규제를 풀어 민영 공급을 늘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요구를 일축하고 공공주도로 추진되는 재건축 등의 정비사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 주택 공급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 뉴타운 지정 이후 사업 추진이 되지 않아 폐허가 되어버린 경기도 어느 마을 2013.12.22/MBC 뉴스 캡처



기존 방식으로 정비사업이 어려운 지역 주요 대상

현재 재건축과 관련된 가옥주나 사업자들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잘 추진되지 않는 이유는 용적률 제한에 임대주택 기부채납, 초과이익 부담금 등의 규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인데 정부는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공공주도일 경우에만’ 모든 규제를 면제하고 각종 지원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의 정비사업을 원하는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존 방식으로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어려운 지역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세훈 시장 시절 뉴타운 지구로 지정됐다가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서 박원순 시장이 뉴타운 지정을 해제시킨 지역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지역은 규제 때문에 정비사업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측면에서 사업성이 없거나 토지주의 자금 능력이 떨어져서 추진이 안 되는 경우다. 이런 지역에 일정 정도의 개발 수익을 보장하고, 자금 지원과 행정 편의도 제공하면서, 리스크도 공공기관이 부담하기로 할 경우 공공주도 개발이 훨씬 유리하여 사업 진행이 가능해질 수 있다.

 

 

▲ 재건축의 대표 아파트인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개발 수익을 바라지 않는 1대1 재건축과 개발 수익을 포기할 수 없는 고밀도 재건축이 대립하고 있다.



투자 목적 재건축·재개발은 기존 규제 그대로

그러나 이미 본격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는 지역은 공공주도 개발에 참여할 유인이 전혀 없다. 공공주도 개발이란 공공기관이 ‘시행사’ 역할을 맡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공공기관이 '시행사'를 맡으면 굳이 분양가 상한제나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아도, 건축비 및 분양가 책정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특히 시공사와의 유착이나 담합을 통해 분양 수익을 마음껏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공주도가 아닌 기존의 민영 방식으로 추진하면 규제 때문에 수익을 끌어올리는 것이 어렵다. 

 

한 마디로 투자 목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지역은 사업을 하고 싶으면 현행 규제를 그대로 적용받으면서 추진하고, 규제 때문에 추진을 못하겠으면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개발 수익을 바라지 않고 1대1 재건축을 원하는 가옥주와 고밀도 재개발로 개발 수익을 취하려는 가옥주들로 나뉘어져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다. 

 

1대1 재건축을 주장하는 가옥주들은 분담금을 얼마를 내더라도 “헌 집 헐고 새 집 얻는” 재건축 본연의 목적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에 반대하는 가옥주들은 어떻게든 정부의 규제 완화를 기다려 투자 대비 수익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1대1 재건축으로 추진할 경우 재건축에 관한 모든 규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투자 목적이 중심이 되는 재건축 사업에서 자금력이 약한 가옥주는 재건축 추진에 호의적일 수가 없다. 이 경우 사업 추진 측은 이런 가옥주에게 입주권 전매를 유도해 동의를 받아낸다. 이렇게 해서 자금력이 없는 원주민은 입주권 프리미엄만 받고 이탈하고, 그 자리를 투자 목적의 새 가옥주가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재건축 추진이 잘 되지 않는 지역은 이런 유도에도 불구하고 가옥주들의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업이 좌초된다. 정부의 공공주도 개발은 투자 수익이 아닌 ‘새 집’을 목표로 하는 원주민들이 개발 후에도 그대로 재정착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건축 혹은 정비사업의 원래 목적을 그대로 달성하게 하는 것이다.

 

▲ 지구지정 지역에는 강력한 투기방지 대책이 시행된다.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일대.



지구지정 지역에 대한 강력한 투기방지 대책


재건축 혹은 재개발 등의 정비사업을 통한 투기를 방지하는 대책도 함께 시행된다.

조합원 분양분, 혹은 입주권으로 불리는 ‘우선공급권’은 1세대 1주택 공급을 원칙으로 해 입주권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가옥주라도 1주택만 공급이 가능하다. 또한 대책 발표일, 즉 2월 4일 이후 사업구역 내에서 기존 부동산을 매입하는 사람에게는 우선분양권을 주지 않는다.

이는 개발 수익을 노려 한 지구 내에서 여러 채의 가옥을 매수하거나 지구 지정이 예상되는 지역의 주택을 매입할 경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대책 발표일 이후 사업지구 내 주택을 매입한 경우 입주권이 아닌 현금 청산으로 보상하게 된다.

또한 대책 발표 이후의 지분 변동, 다세대 신축 등을 통해 추가 지분을 확보할 때는 우선공급권을 부여하지 않고, 1채의 건축물이나 1개의 필지를 다수가 공유하더라도 우선공급권은 대표 지분을 가진 권리자 1명에게만 허용된다.

우선공급권은 소유권 이전 등기시까지 전매가 금지되고, 우선공급 대상자는 5년 내에 다른 투기과열지구의 우선 공급 및 정비사업 조합원 분양이 불가능해진다. 아울러 사업예정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가격 불안이 심해지거나 이상 징후가 발견될 때는 사업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지구지정을 중단한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 재개발 혹은 재건축 지역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했던 지분 늘리기, 지분 쪼개기, 분양권 전매 등을 통한 투기와 사업지구 지정이 예상되는 지역에 우루루 몰려가 주택을 매점해 가격을 올리는 행위가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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