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의 언론, 그것은 거대한 폭력이었다... <조국백서> 출간에 부쳐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8-07 15: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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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했으나 ‘폭력성’을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
조 전 장관 가족에게 가해진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폭력
<조국백서>, 언론의 폭력 종식시키는 데 작은 일조 되길

 

▲ 조국 전 장관/연합뉴스

 


기록은 했으나 ‘폭력성’을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

<조국백서>가 출간됐다. 정확한 제목은 <검찰개혁과 촛불시민 – 조국 사태로 본 검찰과 언론>이다. 필진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함과 아쉬움이 교차하지만 아쉬움이 훨씬 더 크다. 기록은 했으되 그 ‘폭력성’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출간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들어간 부분은 ‘법적 시비의 제거’였다. 원고에서 지적된 구체적인 사실은 다시 검증에 검증을 거쳐야 했고, 사소할 수도 있는 ‘감정적인 표현’까지 세세하게 검토됐다. 그 과정에서 시비의 소지가 있는 주관적인 표현과 판단은 대부분 배제됐다.

이는 법적인 시비가 두렵거나 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법적 시비가 일어나기 전에 준법의 기준은 지켜야 하며, 사실의 지적을 뛰어넘는 주관적인 판단과 기술(記述)이 특정 대상에 대한 부당한 공격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이는 당연한 원칙이었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사실로 취급될 수 있는 ‘폭력성’을 부각하는 데는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의심의 여지없이 2019년 여름,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거대한 폭력이었다.

지면에 기사를 올리고 전파하는 보도 행위도 폭력이었지만 보도를 위한 취재 행위 자체는 더 크고 심각한 폭력이었다. 그것이 꼭 보도를 위한 것으로 보기도 어려웠다. 취재를 빙자한 폭력이고 괴롭힘이었다. 보도가 사회적이고 인격적인 폭력이었다면, 취재행위는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폭력이었다. 

 

 

▲ 조국백서



조 전 장관 가족에게 가해진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폭력


조국 전 장관은 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난 여름 있었던 ‘취재를 빙자한 폭력’에 대해 호소했다.

"기자는 주차하고 문을 열고 내리는 딸에게 돌진하여 딸 다리가 차문에 끼어 피가 나고 멍이 들게 만들기도 했지만 사과는커녕 그 상태에서 딸 영상을 찍고 현장을 떠났다"고 했고 "여러 남성 기자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딸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 보안문을 통과하여 딸의 방 앞에서 와서 초인종을 누르고 방문을 두드리는 등 진을 쳐 딸은 몇 시간이고 집밖을 나가지 못했다"고 했다.

또한 "작년 11월 모 신문 남성 기자 한 명은 딸이 중요한 시험을 보는 날 시험장 입구에서 딸은 물론 동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는 화장실까지 따라가 질문을 하며 답을 요구했다"라며 이것이 언론의 자유인지 알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아파트 보안문을 몰래 통과하여 계단 아래 숨어 있다가 튀어 나와 질문하기 ▲초인종을 집요하게 눌러 참다못한 가족 구성원이 문을 열면 카메라 들이대기 ▲차 문을 붙잡고 차 문을 닫지 못하게 막기 ▲일요일 집 앞에서 잠복했다가 가족 브런치 식당까지 따라와 사진 찍어 ‘단독포착’으로 올리기 등 광기에 가까운 취재사례를 열거했다.

조 전 장관이 예시한 사례를 일일이 다 옮기기도 버겁다. 이런 행위들이 뭔가를 취재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그들이 저런 행위를 통해 조 전 장관의 가족으로부터 듣고자 했던 답변은 무엇이었을까? 그런 것 없다. 그게 취재라면 그들은 그저 조 전 장관 가족이 난감해 하고 곤혹스러워하는 ‘그림’이 필요했던 것뿐이며, 그런 가운데 흘러나올 수 있는, 머리와 꼬리를 잘라 비틀고 몰아가기 좋은 ‘정제되지 않은 한 마디’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의 행태는 그 이상이었다. “너희는 이런 짓을 당해도 싸”라는 악의에 가득 찬 그들만의 ‘응징’ 행위였다.

 

 

▲ 조 전 장관 딸의 숙소에서 지속적으로 초인종을 누르며 괴롭혔던 모 매체 기자

 



원칙이 있다면 그것은 만인에게 동일해야

그런 언론이 한동훈 검사에 대해서는 옹호와 보호, 그리고 더 나아가 무슨 말을 하기라도 하면 찬양 일색이다. 왜 그럴까? 수십 차례 고발된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해서는 아예 한 마디 언급도 없다.

나는 한동훈 검사와 나경원 전 의원이 억울하게 혐의를 추궁받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검사로서가 아니라 한 시민으로서 그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고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원칙은 만인에게 동일해야 한다. 왜 누구에게는 수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언론이 혐의를 확정하고 사회적, 인격적, 물리적, 신체적 폭력을 휘두르면서, 누구에게는 아예 없는 척을 하거나 혐의가 없는 것으로 단정해 옹호하고, 보호하고 찬양하는가?

언론의 이러한 행태는 조 전 장관 가족에 있어서는 요즘 흔히 얘기하는 ‘2차 가해’요 ‘2차 폭력’이다.

 


▲ 검언유착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동훈 검사/연합뉴스

 


<조국백서>, 언론의 폭력 종식시키는 데 작은 일조 되길


<조국백서>는 언론과 검찰을 향한 것이지만, 그 무게는 당연히 언론 쪽에 더 무겁게 실려있다. 언론들이, 그리고 기자들이 이 책에서 지적한 것들에 대해 수긍을 할 수도 있고 반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는 알아줬으면 좋겠다. <조국백서>는 분명한 사실만을 담기 위해 검증에 검증을 거듭했고, 개인이나 조직에 대한 위법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수차례 반복해서 검토했고, 작은 표현이라도 당사자들의 명예와 인격이 손상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 그러느라 원래 예정했던 출간 일정이 늦어지는 것까지 감수해야 했다. 


나는 내가 맡은 부분에서 다루었던 기사와 관련해 접촉이 가능한 기자들에게 미리 문의하고 사실을 파악했다. 그 과정에서 예의를 충분히 갖추었고, 납득할 만한 해명이 있으면 책에서 다루지 않았다.

책을 만드는 것이나 그날그날 보도하는 것이나 본질은 다르지 않다. 진실에 기초해하고,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조금의 오류도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관련자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대한 세심하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행동해야 한다.

지난 여름,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는 언론의 폭력은 이런 자명한 원칙을 외면하고 짓밟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조국백서>가 이러한 언론의 폭력을 멈추게 하는 데 작은 일조라도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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