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3법으로 전세가격 폭주”?... 서울경제의 가당찮은 사기(詐欺) 기사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8-20 1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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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기사의 사례는 '대표성' 있어야
극소수 사례와 호가로 '폭주' 단정은 허위 과장
서울경제 '폭주' 기사에 '폭주' 사례 없어
사례가 보여주는 것, 임대차3법으로 전세가 안정
▲ 서울 마포구에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부동산 기사에는 반드시 사례(事例)가 거론된다. 기사에서 거론되는 사례는 대표성이 있어야 한다. 즉 그 사례가 시장의 현황이나 추세를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전세가격 폭주”라는 제목의 기사라면, 거기에 인용되는 사례는 최근에 급격하게 가격이 오른 ‘폭주’의 특성을 띠고 있어야 하고, 같은 단지나 같은 지역이 그 특성을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단지의 다른 아파트는 모두 5억 주변에 거래되는데 유독 7억에 거래된 아파트가 있다면, ‘특별한 경우’의 예로 거론될 수는 있어도 해당 단지의 거래가를 대표할 수 있는 사례는 될 수 없다.

만약 그런 사례를 대표 사례로 예시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고, 왜곡이고, 사기(詐欺)다. 8월 18일자 서울경제의 <非강남권도 전세가격 폭주...강동·성동구 84㎡ '9억대'> 기사가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 기사에는 ‘폭주’라고 불릴 만큼 최근에 전세가격이 폭등했다는 여러 사례가 제시되고 있다. 그 사례들의 6월~8월 사이의 전세 실거래가를 모두 분석해봤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신축 단지 ‘래미안솔베뉴’ 전용 84.6㎡가 9억8,000만원에 전세거래됐다.

기사에도 있듯이 이 아파트는 신축 단지다. 그런데 신축 단지도 보통 신축 단지가 아니라 입주한 지 1년 갓 넘은 신축 단지다. 그러다보니 매물이 나올 일이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이 아파트는 25평형(전용 59㎡)을 중심으로 지어져서 전체 1,900세대 중 84㎡형은 193세대로 10%에 불과하다.

84㎡형은 84.6㎡, 84.63㎡, 84.68㎡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기사에서 거론한 84.6㎡형은 입주 당시인 작년의 거래 실적을 보면 5건에 불과하다. 즉 전세 매물이 총 5개인 것이다. 그 중 하나이든지, 아니면 입주 시기 이후 지금까지 비워놨든지 하는 매물 1개가 9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이다. 84㎡형 전체를 봐도 올해 거래된 것은 이 매물 밖에 없다.

원래도 매물이 희소한 평형 중에 올해 딱 1건 거래된 사례를 가지고 ‘폭주’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 무슨 연유인지 몰라도 이 거래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현재 강동구 신축 대단지 전용 84㎡의 호가는 9억원 선에 형성돼 있다. 인근에 위치한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고덕아이파크’ 등 대단지 아파트도 전용 84㎡ 전세 매물이 9억원에 여럿 나와 있고 지난해 입주한 ‘고덕 그라시움’은 전용 84㎡의 호가가 10억~11억원까지 치솟았다.

부동산 기사에서 호가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은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호가가 어떻든 위에서 거론한 아파트의 84㎡형 전세 실거래가는 7억원대 전후, 8억원대 미만이었다. 9억, 10억~11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프로 표시하지 않은 ‘고덕아이파크’는 6월에 두 건 거래가 이루어지고 이후 거래가 끊겼는데 6월 9일 실거래가는 7억5,000만원이었고, 6월 27일 실거래가는 5억9,000만원이었다.

▲성동구 옥수동의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84.81㎡가 지난달 9억2,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고 이달 초에도 9억원에 손바뀜됐다. 5월 같은 평형의 전세 실거래가는 8억원대 초반 수준이었다.

 

 

기사에서 거론한 9억2,000만원 매물은 7월 4일에 거래된 것이다. 그런데 그 앞뒤의 거래는 모두 8억~8억5천 사이다. 이것 역시 뭔가 비정상적으로 비싸게 거래된 것이다. 정상적이든 비정상적이든 7월 4일 거래된 아파트의 거래가격이 오른 것이 임대차3법의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 


차라리 “이달 초에도 9억원에 손바뀜됐다”고 한 8월 1일 거래 건을 대표 사례로 내세웠다면 그나마 ‘사기’ 소리는 듣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전세가 9억원 아파트가 직전 거래 대비 5천만원 오른 것을 ‘폭주’라고 부르는 것은 과하며, 오히려 임대차3법의 영향이 있기 전의 최고가 9억2,000만원보다 떨어진 것을 ‘폭주’라고 부르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의 전용 84.9㎡ 전세가 지난달 말 9억원에 계약됐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해당 단지의 30평대 전세 실거래가는 7억~8억원 수준이었지만 전세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9억원을 넘은 것이다. 현재 시장에 나온 전용 84㎡의 전세 호가는 9억5,000만원에 달한다. 

 

 

서울숲리버자이는 입주한 지 딱 2년 되는 아파트다. 그래서 매물이 넘쳐난다. 거래도 활발하다. 그런데 기사에서 언급한 7월 25일의 9억원 거래를 빼고 나면 임대차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시점인데도 ‘폭주’는커녕 매우 안정돼있다. 


기사에서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해당 단지의 30평대 전세 실거래가는 7억~8억원 수준이었지만 전세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9억원을 넘은 것”이라고 한 부분도 그래프를 보면 매물마다 가격이 들쭉날쭉한 것이지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갱신청구권 시행 이후인 8월 거래는 오히려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입주 당시의 전세가가 7억 내외였고 금액이 7억350만원, 6억7,200만원과 같이 끝수가 딱 떨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8월의 거래는 갱신청구권에 의한 재계약 물건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것을 보고  “전세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얘기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폭주’라고 얘기할 수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  

 

 

기사에서 거론한 84.9㎡ 말고 유사 평형인 84.96㎡형을 보면 역시 임대차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던 7월 18일, 7월 20일 거래도 갑툭튀 없이 추세가 고른 것을 볼 수 있다. 8월 7일의 7억5,000만원 거래는 갱신청구권에 의한 재계약으로 보인다.

▲강북의 대표 지역인 마포구에서는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이미 9억원 이상인 30평대 전세 실거래가 여럿 포착됐다. 지난달 ‘마포한강푸르지오’ 전용 83.45㎡는 9억원,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 전용 84.98㎡는 9억2,000만원에 전세거래됐고 ‘래미안마포리버웰’ 전용 84.99㎡는 이달 12일 9억5,000만원에 전세계약됐다.

마포한강푸르지오 9억원은 7월 23일에 이루어진 거래다. 그런데 그 직전 계약은 한참 전인 3월 10일이다. 그런데 이때의 거래가격도 9억원이었다. 뭐가 폭주인가? 서울경제 기자는 3월에 9억이던 매물이 7월에 똑같이 9억으로 거래되면 그걸 ‘폭주’라고 부르는가?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 84.98㎡의 6월~8월 사이의 거래는 3건이다. 9억2천만원은 7월 4일의 거래이고, 임대차3법이 한창 논의되던 7월 18일에 거래된 물건의 가격은 8억9,000만원이었다. 그리고 그에 앞선 6월 17일 거래가격은 8억8천만원이다. 9억2천만원이라 봐야 앞뒤 거래보다 조금 더 높은 것이다. 연초의 거래를 살펴봐도 8억5,000에서 9억 사이였다.

연초의 8억5,000만원을 기준으로 본다면 7,000만원씩이나 올랐으니 ‘폭주’라고 부를 만하다. 그러나 이 모두 임대차3법이 얘기도 되기 전의 일이다. 설사 ‘폭주’라고 해도 이 기사가 얘기하고 싶은 ‘임대차3법’으로 인한 ‘폭주’는 결코 아닌 것이다. 

 

 

그나마 딱 하나 얘기되는 것이 래미안마포리버웰 전용 84.99㎡형이다. 이 아파트에는 84㎡형이 84.96㎡, 84.97㎡, 84.99㎡ 세 가지가 있는데, 84.99㎡형은 1월 16일에 8억2,000만원에 거래된 뒤 거래가 없다가 8월 12일에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거래 간격이 너무 멀어서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이 아파트의 84㎡형 아파트의 전세거래를 모두 모아보면 상승세의 흐름 위에서 9억5,000만원에 다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임대차법 개정 여부가 불확실하던 6월에 이미 9억원에 거래된 것을 보면 이것 역시 ‘폭주’로 보기는 어렵다.

 

 

▲ 서울경제가 기사에 첨부한 그래픽

 

기사에는 없지만 첨부한 그래픽에는 8월 거래에서 "래미안대치팰리스(강남) 15억6,000만원"이라고 적혀 있다. 그냥 봐서는 엄청 많이 올라서 15억6,000만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제는 그냥 그렇게 보이라고 그래픽에 넣어놓고는 기사에는 언급을 하지 않은 것 같다.

강남의 새로운 대장 아파트로 ‘래대팰’이라고 부르는 이 아파트에서 8월에 15억6,000만원에 거래된 전세 매물은 8월 1일의 84.97㎡형이다. 그런데 이 평형은 6월 8일과 6월 14일에 16억원에 거래됐다가 8월 1일에 4천만원 내린 15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혹시 갱신청구권으로 재계약된 아파트인가 해서 2018년의 자료를 찾아봤더니 이 당시 같은 ㎡형의 가장 높은 전세가는 14억원이었던 것을 보면, 15억6,000만원은 신규 계약으로 보인다.
 


사례가 확인시켜주는 것, ‘기존 세입자 전세가격 안정’


갱신청구권 보장으로 기존세입자들이 재계약이 가능해지면서 시장에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따라서 갱신청구권 걱정을 할 필요 없는 전세 매물의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고, 따라서 기존 세입자가 아닌 신규 세입자들이 매물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쩌면 조금 지나면 정말로 ‘폭주’라고 부를 만한 거래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다. 비록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폭주’ 현상이 실제 거래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단지 극히 일부의 극소수 사례와 ‘호가’만을 가지고 마치 ‘폭주’ 현상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과장’을 넘어 ‘사기’라고 불러 마땅하다.

오히려 서울경제가 제시한 사례들이 가시적으로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임대차3법의 영향으로 전세가는 안정되고 있으며, 기존 세입자들이 안정적으로 주거를 지속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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