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이 순항 중이다. 리얼미터 조사로는 11월 말부터 긍정과 부정이 비슷해지기 시작해서 12월 2주차에는 1.4% 차이로 본격적으로 긍정이 부정을 앞서기 시작했다. 리얼미터 조사로는 지난 8월 이후 만 4개월만의 일로서 조국 전 장관 사태 이전으로 회복했다.
한국갤럽 조사는 이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12월 12일 발표한 12월 2주차 조사에서 긍정 49%, 부정 43%로 차이가 더욱 크게 나타났다. 한국갤럽조사에서도 8월 3주차에 뒤집힌 긍부정이 12월 1주차에 다시 역전됐다가 차이가 더욱 벌어졌다.
이 기간에 특별한 호재가 없었는데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김진표 의원과 정세균 의원의 총리지명 이슈 때문이다. 김진표 의원 총리 이슈는 겉으로는 논란의 양상으로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중도층에게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김진표 총리 임명 찬성이 40.8% 반대가 34.8%로 팽팽해보이지만, 응답자 중 40% 정도를 차지하는 중도층에서 찬성 여론이 45.5%로 반대 32.2%보다 크게 높았다. 그리고 대통령 지지여부, 정당지지, 연령, 성별 등 여러 척도에서 찬성 의견이 고르게 높다.
김진표 이후에 정세균 총리설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는데 정세균 총리에 대한 여론 지지는 55~60%, 반대 25~30% 정도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표 총리설만 있었다면 혹시 모르지만 김진표에 이어 정세균 총리설이 맞물리면서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를 안정과 통합을 바탕으로 경제에 방점을 찍겠다는 시그널을 확실하게 줬다.
예산안 통과로 확인된 '여당의 힘'
정당지지도에서는 민주당 상승, 자유한국당 하락의 추세가 뚜렷했다. 이는 예산안 통과의 영향이 크다.
뭐든 관철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국회에서 뭔가 시원하게 해치우지 못하는 것 같은 여당에 대해 정치 고관여층은 그 맥락과 배경을 이해하므로 불만이 크지 않지만, 정치 저관여층은 “지지율도 높고 다수당인데 왜 이렇게 밀어붙이지 못하냐”는 불만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예산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그런 불만을 잠재우고 큰 만족을 줬다. 이와 반대로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에게는 좌절감과 무력감을 안긴 것이었다.
단순히 통과시켰다, 막지 못했다는 결과만으로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 과정에 대한 인식도 중요하다. 자유한국당의 공격은 한 마디로 무식하기 이를 데 없었고, 민주당은 이에 대해 느린 듯하지만 정교하게 아주 잘 대응했다.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은 민주당에 박수를 보내줘도 좋다.
이는 관료사회에 주는 메시지도 크다. 내년이면 햇수로 집권 4년차가 된다. 이 시기가 되면 관료사회가 눈치를 보며 이완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예산안을 아주 깔끔하게 통과시켰다. 법정 기일을 넘기긴 했지만 그래도 연말까지 질질 끌지 않고 최대한 신속하게 통과시켰다. 삭감액도 원안이 513조인데 그 중에서 1.2조 삭감했다. 비율로 보면 1%도 아니고 0.2%다.
당초에 513조 중에서 14조를 삭감해서 예산 규모를 500조 아래로 떨어뜨리겠다는 나경원의 호언이 완전히 허언이 된 셈이다. 공무원들이 여당의 힘과 능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기업인, 장관, 국회의장을 역임해서 실물경제와 입법부, 행정부를 두루 경험한 정세균 의원이 총리로 온다는 것은 국민과 관료사회에 주는 메시지가 매우 강력하다.
이낙연 당 복귀 후의 역할
이낙연 총리가 당에 복귀하고자 하는 욕구가 큰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총리 할 만큼 했고 차기 대권주자로서 가장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고 총선에 기여해서 입지를 다지고 싶은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낙연 총리는 국민들의 지지에 비해 당내 세력을 특별히 갖고 있지 않다. 총선 때 격전지에서 역할을 하고 당내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낙연 총리의 유임을 바라는 분들이 많다. 국회 내의 갈등이 고조된 상태에서 총리 인준이 통과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정세균 의원이 총리로 지명된다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본다.
만약 정세균 의원이 총리로 지명되면 여러 매체에서 바로 여론조사가 들어간다. 그러면 앞에서 얘기했듯이 찬성 여론이 60% 가까이 나올 것으로 본다. 무슨 특별한 돌발 사태가 있지 않는 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이 여론 지지가 높은 정세균 총리 인준을 부결시킨다면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낙연 당 복귀 이후 총선 판국의 변화다. 우선 따져볼 것은 황교안 대표가 어디로 출마할 것이냐다. 황교안이 용산이든 종로든 출마하면 이낙연 총리는 그 대항마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황교안 대표가 워낙 새가슴이라 이낙연 카드를 뻔히 알고서 지역구 출마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정세균 의원이 총리로 지명되면 중요한 지역구가 두 곳이 비게 된다. 종로와 광진을이다. 추미애 의원 지역구인 광진을은 자유한국당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출마를 준비중이다. 광진을은 원래부터 호남세가 강한 곳이지만, 요즘 마용성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중산층도 많이 늘어나고 해서 여론 지형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오세훈이 경쟁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꽤 있다.
그래서 만약 황교안이 비례후보를 선택하고 종로에 마땅한 중진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낙연 총리가 광진을에 투입될 가능성도 높다.
나경원은 이제 지는 해
나경원은 지역 여론이 예전 같지 않다. 원내대표 임기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황교안에게 팽 당하는 결과가 됐고 원내대표를 수행하면서 여러 무리수를 둔 영향으로 지역 여론이 시들해져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 나경원의 대항마로 강경화, 조국 등 여러 인물들이 거론됐지만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현재 지역위원장으로 열심히 밭을 갈고 있는 강희용 위원장의 여론이 나쁘지 않으면 그대로 출전해도 좋을 것 같다.
단지 지금의 지지율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중진이라는 사람들은 지지가 저조해보여도 막판에 저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친화력이 있고 지상전과 스킨십에 강하다. 그래서 지금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유권자 층이 투표 당일에는 중진 후보에 쏠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는 민주당의 지지세가 워낙 높은 상태이므로 민주당의 후보는 지금의 지지도에서 5% 정도 빼고 계산해야 하고, 나경원은 5% 정도 더 높여서 판단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어쨌든 나경원이 예전처럼 강력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