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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칼럼] 진술거부권, 기소 작정하고 있는 검찰에 대한 당연한 방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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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칼럼] 진술거부권, 기소 작정하고 있는 검찰에 대한 당연한 방어권
  • 박지훈
  • 승인 2019.12.1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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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사 진술 목적은 ‘기소받지 않는 것’
기소 작정하고 있는 검찰에게는 진술 자체가 불리
진술거부권은 윤리 문제 아닌 최소한의 권리
조국 전 장관/News1
조국 전 장관/News1

 

조국 전 장관의 3차 검찰 소환조사가 어제 있었단다. 조 전 장관은 이전 2차례 소환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고. 이참에 진술거부권 문제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근본적으로, 경찰은 물론 검찰도 유무죄를 가리는 기관이 아니다. 그건 오롯이 법원의 역할 아닌가. 그런데도 경찰, 검찰 조사에서 '피의자'가 진술을 해야하는 통상적인 이유는 하나뿐이다. 재판을 받게 되는 상황, 즉 '기소'를 피하기 위해서다. 자신이 재판에 넘겨지는 것은, 스스로 무죄라고 확신한다고 해도 두 가지 큰 부담이 있다.

 

검찰 조사 진술 목적은 ‘기소받지 않는 것’

하나는 혹시라도 무죄 증명의 부족으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그리고 재판이라는 과정 자체에서 오는 시간적,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이다. 그래서 누구든지, 아무리 확고하게 무죄 확신을 하더라도 기소가 되는 것은 최대한 회피하게 마련이다. 그를 위한 일반적인 방법은, 당연하게도 수사하는 경찰이나 검찰에 '무고함을 납득시키는 것'이다. 검찰 소환조사에서 피고인이 진술할 필요는 이것 하나뿐이다.

그런데, 검찰 등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항변에도 불구 무조건적으로 기소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경우는 수사 검사의 편견이 지독하게 강해서 설득이 아예 불가능하거나, 혹은 검사에게 해당 사건의 불법성과 무관하게 별개의 목적으로 기소하겠다는 의지가 강할 경우일 것이다.

수사기관에의 진술은, 피의자 입장에서는 무죄 증명을 위한 것이지만 그게 항상 통한다면 수사기관이 소환조사에 그렇게까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검사는 피의자 진술들 사이의 논리적 불일치, 그리고 참고인 진술과의 불일치 등을 이유로 들어 무죄주장의 신빙성을 떨어뜨릴 수 있고, 무죄 주장을 하느라 불필요하게 많은 진술을 하는 경우 그 속에서 유죄로 주장할 꼬투리를 찾아낼 수도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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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를 작정하고 있는 검찰에게는 진술 자체가 불리

따라서 검사가 무조건적으로 기소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다면, 피의자의 진술은 오직 검사의 유죄 증명에만 쓰일 것이 당연하다. 무슨 말을 하든지 피의자에게는 불리해지기만 하고 검사에게만 유리해지는 것이다. 혹시, 많은 말을 해두면 그 기록, 즉 진술조서가 향후 재판에서 증거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본인에게 유리한 진술은 실제 재판에 가서 내놓아도 충분하다. 특히 해석의 관점에 따라 유리하게도 불리하게도 보일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라면 더더욱 검사에게 풀어놓는 것은 위험하다.

그래서 이런 경우 진술거부권은 더더욱 중요하다. 대한민국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명시적으로 진술거부권을 명시하고 있는데, 그 보장을 위해 경찰관, 검사, 그리고 재판 중 판사에게 피의자 신문 전에 진술거부권 고지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고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진술조서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봐서 유죄입증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런 면에서 조 전 장관의 진술거부권 행사는 매우 현명하고 적절한 선택이다. 형사소송법 권위자로서 스스로 가르침대로 행동하는 것이기도 하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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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거부권은 윤리 문제 아닌 최소한의 권리

일각에서 진술거부권 행사가 법적으로는 허용되어도 윤리적으로는 잘못인 것처럼 호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피의자의 입장에서는 부당한 수사를 받는 자체가 국가 권력에 의해 회복하기 어려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중이므로, 그보다 더 큰 사법적 불이익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진술거부권은 피의자에게 보장된 정말 최소한의 권리다. 유죄 선고의 위험을 앞둔 피의자 당사자에게 수사기관의 편의나 다른 국민의 알권리 따위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 그런 시각은, 타인의 편의와 관심을 위해 본인의 사법적 불이익을 감수하라는 강요, 사회적 폭력이다.

참고로, 이런 진술거부권은 피의자뿐만 아니라 참고인에게도 보장된다. 다만 수사기관이 고지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은 물온 생면부지의 타인이라 해도 그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필요가 없다.

특히 단순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는 피의자성 참고인인 경우, 진술거부권 고지도 없이 향후 자신에게 불리해지는 진술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에서도, 피의자성 참고인에 대한 조사에서 진술거부권 고지가 없어서 향후 수사와 재판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된 건에 대해, 진술조서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

윤석열 검찰이 시민들에게 법률 공부를 시키고 있다. 나 자신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 자부하는 입장이라 평소 사법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는데, 이번 검란 사태로 인해 사법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공부를 하는 중이다. 헌법과 법률, 시행령 등 법조문은 물론 판례, 법학 논문, 법학 전문가 기사들까지 찾아보고 있다.

그렇다고 이게 윤석열 검찰 덕분일까? 검찰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꿋꿋이 싸워주고 있는 조 전 장관, 정교수, 그리고 두 분의 자식들 덕분이라고 여긴다. 그들이 검찰의 이런 짓거리에 일찌감치 굴복해 쓰러졌다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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