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사법부①] "PC는 정경심 소유" 부정 위해 없는 말 지어낸 대법원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2-06-07 12: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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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PC에 대한 정경심 교수의 소유권을 희석시키기 위해 정 교수가 PC를 소유하고 보유했던 경과를 숨긴 채 "피의자나 그 밖의 제3자가 과거 그 정보저장매체의 이용 내지 개별 전자정보의 생성ㆍ이용 등에 관여한 사실이 있다거나..."라고 하여 정경심 교수를 PC의 '단순 이용자'로 규정했다.

(※많은 분들이 정경심 교수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표창장을 위조한 게 맞냐 아니냐 부분에 가장 관심이 많으시겠지만, 우선 대법원의 위법수집증거 판결부터 다뤄보기로 한다. 이 사건의 1, 2, 3심 모두 사법부의 야만성이 여지 없이 드러나 있지만, 가장 최근의 판결이고 그 야만성이 자그마치 사법부의 최고 권위인 대법원에서 발휘된 부분이기 때문이다.)

 

 

▲ 대법원



친구 집에 맡겨놓은 USB는 누구의 것인가?

우선 질문을 하나 드리겠다. 여러분이 평소에 가지고 다니던 USB를 친구 집에 맡겨 두고 왔다. 가져와야지 가져와야지 하다가 언젠가부터 잊어버리고 있었다. 친구도 가끔 확인했지만 그냥 책상 서랍 속에 넣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2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 친구 집에 있는 그 USB는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그 안에 저장된 자료와 개인정보는 누구의 것인가?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그 USB는 당신의 것이고, 그 안에 들어있는 정보는 더더욱 당신의 것이다. 2년 정도가 지나도록 찾지도 않고, 잘 있는지 챙겨보지 않았어도 그게 당신의 소유이고,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은 누구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당신의 소중한 정보다.

그러나 정경심 교수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그 USB는 당신과 아무 관계 없는 것이 된다. USB는 물론 그 안에 저장된 모든 자료와 정보에 대해 당신은 아무 권리를 가지지 못한다. 심지어 그 친구는 USB의 소유자는 아니더라도 관리자로서 USB 자체와 그 안의 정보들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처리해도 된다.

친구든 누구든 어느 날 USB를 우연히 발견하고, 그 안에 당신이 연애하던 시절의 사진, 옛 연인과 주고받았던 카톡 대화, 틈틈이 적어놨던 그날그날의 메모를 SNS에 올려 마구 돌려도 아무 죄가 되지 않는다.

뻔히 당신과 연인의 얼굴, 당신 이름의 카톡 대화, 당신의 이름으로 적힌 메모인 것이 분명한데도 당신은 그 모든 것에 대해 아무 권리도 없고, 그것을 나중에 발견한 사람이 그것으로 국을 끓여먹든 밥을 지어먹든 당신은 거기에 대해 아무 이의도 제기하지 못한다.



직전 판례 뒤집고 위법수집증거 부인

강사휴게실 PC의 증거능력은 1심부터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돼왔다. 임의제출자로 서명한 김 모 조교의 제출자로서의 자격, PC를 통째로 가져간 것의 위법성, 증거의 원본 동일성 등과 함께 압수된 정보저장매체 내의 전자정보 탐색 등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는 형사소송법 관련 조항의 위반 여부가 문제가 됐다.

1심과 2심은 형사소송법의 관련 조항은 '영장에 의한 압수'에 대한 것일 뿐 '임의 제출'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으므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대법 판결을 앞두고 있던 2021년 11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임의제출로 압수된 증거도 형사소송법의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정경심 교수 사건에서도 이 판례가 적용되어 위법수집 증거로서 증거 능력이 부인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대법원은 "2021년 11월 판례가 적용되지만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할 필요는 없다"과 판결했다.

정경심 교수는 이 PC의 소유·관리자가 아니며, PC에 대한 권리는 동양대 측에 있고, 동양대 측이 참여권을 포기했으므로 검찰의 압수와 정보 탐색은 적법하다는 것이었다.  

 

▲ 대법원은 2022년 1월 27일 판결 직후 낸 설명 자료. "자신의 의사에 따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포기하지 않은 경우" 부분을 의도적으로 강조하지 않았다.



위수증 부정 위한 대법원의 창작

그런데 대법원은 PC의 관리처분권이 동양대에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 전혀 있지도 않은 사실들을 창조해냈다.

대법원은 "피압수자에 더하여 임의제출자 아닌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피의자의 소유ㆍ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에 대해 ▲피의자가 압수ㆍ수색 당시 또는 이와 시간적으로 근접한 시기까지 해당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ㆍ관리하면서 그 정보저장매체 내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ㆍ행사하고 ▲달리 이를 자신의 의사에 따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포기하지 않은 경우로 정의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두 번째 정의인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자신의 의사에 따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포기하지 않은 경우"의 여부는 따지지 않고, 각종 이유를 들어 "압수·수색 당시 또는 이와 시간적으로 근접한 시기까지 해당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그 정보저장매체 내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행사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며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에 덧붙여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민사법상 권리의 귀속에 따른 법률적·사후적 판단이 아니라 압수·수색 당시 외형적·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사실상의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했다. 즉, 민사에서는 소유권을 인정할 수 있어도 형사에서는 '최근에 사용한 적'이 없다면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법 해석의 최고 권위가 부여되어 있는 대법원이라도 이것은 궤변이며 억지다. 어떻게 민사로 인정되는 소유권이 형사에서는 인정되지 않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내가 가지고 있던 남의 개인정보를 내가 팔아먹으면 민사 책임은 있어도 형사 처벌은 안 받아도 된다는 말인가?

 

▲ 압수수색 당시의 강사휴게실PC


PC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정 교수 소유

대법원은 PC에 대한 정경심 교수의 소유권을 희석시키기 위해 정 교수가 PC를 소유하고 보유했던 경과를 숨긴 채 "피의자나 그 밖의 제3자가 과거 그 정보저장매체의 이용 내지 개별 전자정보의 생성ㆍ이용 등에 관여한 사실이 있다거나..."라고 하여 정경심 교수를 PC의 '단순 이용자'로 규정했다.

그러나 해당 PC는 2012년 초 컴퓨터 유통을 하던 정경심 교수의 지인으로부터 기증받은 것으로 그 이후 정 교수가 이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거나 양도한 적이 전혀 없다. 일종의 중고품이었던 이 PC에는 정 교수가 기증받기 전 지인의 회사 직원이 사용했던 기록도 남아있다. 정 교수에게 기증해 정 교수가 PC를 소유하게 된 이력이 정확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내력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정 교수가 첫 공판에서 “공용으로 쓰기 위해 학교에 가져갔다”고 했던 증언만을 빌미로 이 PC를 ‘학교 공용 PC’로 둔갑시켰다. 그러나 그 ‘공용’의 의미는 학교에서 PC를 지급하지 않아 불편을 겪던 원어민 교수와 졸업생 봉사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정 교수의 소유 상태를 유지한 채로 “함께 쓰기 위해”라는 의미인 것이지 ‘학교 공용’의 의미가 아니었으며, 정 교수는 단 한 번도 해당 PC를 학교에 기증하거나 귀속시킨 적이 없다. 그리고 학교에서의 용도가 사라진 뒤에는 다시 자택으로 가져왔다가 필요에 따라 학교에 갖다 놓는 것을 반복했다.



정체 불명의 ‘동양대 관계자’

대법원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 사건 각 PC는... 동양대 관계자가 동양대에서 공용 pc로 사용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임의 처리할 것을 전제로 3년 가까이 강사휴게실 내에 보관한 것"이라고까지 했다. 이것은 완전한 날조다.

‘공용 PC로 사용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임의 처리할 것을 전제로 3년 가까이 강사휴게실 내에 보관한’ 그런 ‘동양대 관계자’는 없다. 재판 과정에서 그 누구도 그런 내용으로 증언한 사람이 없고, 검찰도 그렇게 주장한 적이 없으며, 1심과 2심 판사도 그렇게 판시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1, 2심 과정에서 검찰, 피고인, 증인, 재판부 등 그 누구도 하지 않은 말을 지어낸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은근슬쩍 “동양대 물품 관리를 총괄하는 행정지원처장이… 검찰에 제출한 것”이라고 하여 마치 PC를 비롯한 강사휴게실 내 비품이 검찰의 임의 압수를 도운 행정지원처장이 PC에 대한 관리 권한이 있는 것처럼 쓰고 있지만, 검찰도 “임의 제출 당시에는 행정지원처장에게 관리권한이 있는 줄 알았다” 정도로 언급했을 뿐, 조교는 강사휴게실 비품의 강사휴게실이 있는 교양학부장에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고, 사실이 그러했다. 이 역시 대법원이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그 PC는 정경심 교수의 소유로서 단지 강사휴게실에 있었던 것일 뿐, 소유권이 있는 한 관리처분권도 정 교수에게 있는 것이고, 학교에 기증되거나 귀속된 적이 없다. 강사휴게실 조교도 학교 소유로 자신이 인수인계받아 관리하던 비품은 “소파, 컴퓨터, 책상, 티테이블, 의자 등 5종의 8개가 모두”였고 “해당 PC는 학교 재물대장에도 없었고 학교 비품에 붙이는 스티커도 붙어 있지 않았다”고 반복해서 증언했다. 임의제출 당시 진술서에 “휴게실에 있던 컴퓨터는 전임자로부터 퇴직자가 두고 간 것이라고 3.1. 인수받았습니다”라고 적은 것은 “(수사관이) 불러주신 대로 (적은 것)”이었으며 이 대목에서 조교가 “아 다르고 어 다르다”며 반발했던 것이다.

게다가 정경심 교수가 PC를 강사휴게실에 가져다 놓았던 2017년 동료 교수인 장경욱 교수는 그 당시 정 교수가 PC를 가져다 놓았으며 ‘정경심 교수 것’이라고 써붙여놓은 것을 봤다고 증언했고, 당시 조교는 “구석에 있던 모니터 없는 PC가 정경심 교수의 것이었으며 인수인계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재판부에 제출했고 증거로 채택됐다.

대법원은 정경심 교수의 소유 관계를 부정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동양대 관계자’를 창조해냈고, 정경심 교수의 소유 내력을 숨겼으며, 동양대의 비품 관리 체계도 왜곡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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