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사법부②] ‘증거 동일성의 원칙’ 무참히 덮어버린 사법부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2-06-09 0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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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강사휴게실 PC의 임의제출에서부터 포렌식에 이르기까지 증거의 동일성과 무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 즉 디지털 데이터가 위변조 되거나 외부 데이터가 삽입되었을 가능성을 부인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에 대한 입증을 요구하지 않은 채 관련 판례를 짜깁기 해가며 "위변조는 없었다"는 검찰의 무책임한 변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증거수집 절차 엄격히 지킨 대검 감찰부

2021년 11월 9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설명자로 한 장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대검 감찰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과 ‘장모대응 문건 의혹’과 관련해 대검 대번인의 업무용 휴대폰을 임의제출받아 포렌식을 진행한 것에 대해 대검 기자단이 “언론의 취재까지 들여다보려는 것”이라면서 검열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대변인 휴대폰 포렌식 과정과 배경을 설명한 자료였다. 

 

▲ 2021년 11월 9일 한동수 대검 감찰부가 공개한 '대검 대변인 공용폰 포렌식 보도 관련 대검 감찰부 추가 입장'

 

 

그런데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있었다.

“공용 휴대전화 보관자가 참관을 원치 않아 전문 수사관 입회 하에 포렌식을 실시하고, 그 과정을 녹화하는 등 신뢰성 확보를 위한 조치를 했다”

디지털 정보에 대한 포렌식을 실시할 때는 데이터의 변조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피압수자나 피의자 혹은 제3자의 입회 하에 실시하고, 입회가 어려울 경우 영상으로 녹화하여 기록에 남긴다. 디지털 증거는 위조나 변조가 쉬울 뿐만 아니라, 위·변조가 일어나면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디지털 증거의 처리 과정에서 위조나 변조, 혹은 훼손 등의 이상이 없었다는 것을 담보하는 것을 ‘증거 동일성의 원칙’, 혹은 ‘무결성의 원칙’이라고 한다. 이는 디지털 증거가 증거 효력을 가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된다.

대검 감찰부는 감찰을 위해 휴대폰에 대한 포렌식을 진행하면서 이러한 ‘동일성의 원칙’을 확보하기 위해 업무용 휴대폰의 사용자였던 대변인의 참관을 요청했고, 대변인이 참관을 거부하자 포렌식 과정을 영상으로 녹화하여 ‘증거 동일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수행한 것이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 검찰이 강사휴게실 PC 임의제출 전 PC에 접속한 USB와 동일한 기종dls 삼성 포터블 SSD T3



제3자 입회도, 영상 녹화도 없이 USB 무단 접속

그러나 정경심 교수 사건에서 검찰은 강사휴게실PC를 임의제출로 압수하기 전 무단으로 외부 USB를 접속했을 뿐만 아니라 포렌식을 진행하는 동안 증거 동일성 확보를 위한 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 쉽게 말해 검찰이 이 과정에서 디지털 데이터를 변조하거나 외부에서 파일을 심었어도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검찰은 2019년 9월 10일 동양대 강사휴게실 PC를 살펴보다가 ‘조국’이란 이름의 폴더를 발견하고 무단으로 USB를 접속했다. 그들이 ‘관리자’라고 주장하던 김 모 조교에게 참관을 요청하지도 않았다. 또한 검찰은 이 사실을 변호인 측 전문가가 자체 포렌식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철저히 은폐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USB는 포렌식 장비로 선별 압수를 위해 접속했으며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둘러댔다. 그러나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은 바로 대검 감찰부가 대검 대변인의 휴대폰을 포렌식하면서 보여준 바로 그것이었다. 제3자의 입회가 없다면 영상으로 녹화하여 위·변조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의미 없는 수사기관 내에서의 해쉬값 생성


더 심각한 것은 그 이후 봉인과 이송, 포렌식 과정에서의 해쉬값 처리 부분이다. 해쉬값은 봉인 개봉 후 포렌식 작업 이전에 생성하여, 필요할 때 다시 추출해 원래의 해쉬값과 비교해 위·변조 여부를 판단한다. 최초 생성 때 피고인, 피압수자, 제3자 등이 입회한 가운데 생성해야 하고, 입회인에게 교부하여 향후 필요할 때 새로 추출하는 해쉬값과 입회인에게 교부한 해쉬값이 일치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USB 무단 접속 때와 마찬가지로 봉인 개봉, 해쉬값 생성, 포렌식 과정을 그 누구의 입회와 참관 없이 홀로 진행했다. 이것은 피고인이나 관라지의 ‘참여권’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검찰이 ‘관리자’로 지목한 김 조교가 참관을 거절했다고 해도 봉인 개봉과 해쉬값 설정은 별도의 제3자로 하여금 참관하게 하고 해쉬값을 교부했어야 했다.

검찰은 포렌식을 담당한 대검 디지털수사과 컴퓨터포렌식팀 수사관이 해쉬값을 생성해 보관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래봐야 아무 소용 없는 것이다. 해쉬값은 수사관이 생성해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제3자의 입회 하에 생성해 입회인에게 교부해야 하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원본동일성과 무결성이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기록하고 있으나, “검찰 포렌식 서버에 업로드된 이미지 파일은 사건을 배당받은 수사관만 열람할 수 있고, 수사팀에서는 이미지 파일 자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하나마나 한 말을 덧붙이고 있어 동일성과 무결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동일성과 무결성은 수사기관의 수사관 사이에서 입증되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 이외의 제3자의 확인을 통해서만 입증되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피압수·수색 당사자가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의 해쉬(Hash) 값이 동일하다는 취지로 서명한 확인 서면을 교부받아 법원에 제출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해쉬값이 동일하다거나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최초 압수시부터 밀봉되어 증거 제출시까지 전혀 변경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을 증명하는 방법 또는 법원이 그 원본에 저장된 자료와 증거로 제출된 출력 문건을 대조하는 방법 등으로도 그와 같은 무결성·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판례를 인용했다.

그러나 검찰은 변호인단의 강력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원칙’에 의한 방법이든 다른 방법이든 그 어떤 방법으로도 동일성과 무결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저 “원래 그런 것. 위변조는 없었다”는 무책임한 변명반 반복했을 뿐이다. 또한 법원도 그에 대한 입증을 검찰에 요구하지 않았다.


관련 판례 핵심 누락, 짜깁기 인용한 항소심 재판부

여기에 항소심 재판부는 관련 판례를 짜깁기하여 인용함으로써 동일성과 무결성의 문제를 덮는 만행을 부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부분에 대해 아래와 같이 기록하고 있다.

“원본 동일성은 증거능력의 요건에 해당하므로 검사가 그 존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해야 한다(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 등 참조). 한편 증거능력의 요건은 검사가 그 존재를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이는 소송상의 사실에 관한 것이므로 엄격한 증명을 요하지 아니하고 자유로운 증명으로 족하다(대법원 2001. 9. 4. 선고 2000도1743 판결의 취지 등 참조).”

이 부분만 보면 2019년 판례의 엄격한 설시가 2001년 판례에 의해 완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2018년 판례는 항소심 재판부가 인용한 부분 뒤에 검사의 입증 의무를 더욱 강력하게 강제하고 있다.

2018년 판례를 요약한 보도자료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디지털 증거의 원본 동일성에 대하여 검사에게 주장·증명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하고, 나아가 이러한 증명은 자유로운 증명으로 족하나,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 증명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판단하여 증거능력을 부정한 첫 사례임"


즉 2018년 판례의 내용은 “①원본 동일성은 검사에게 증명의 책임이 있다 ②원본 동일성 증명은 자유로운 증명으로 족하다 ③하지만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서 ①번과 ②번의 내용은 기존의 판례를 반복한 것이고 2018년 판례의 핵심은 바로 ③번,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2018년 판례의 핵심 부분을 누락시키고, 난데없는 2001년 판례를 등장시켜 검사의 입증 의무가 엄격하지 않은 것처럼 오인하도록 한 것이다.


판례의 핵심은 “검사의 엄격한 입증 의무”

2018년 판례에서 설시한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란 무엇인가? 봉인 이전의 작업에 대해 제3자의 입회가 있었다거나, 입회가 없을 경우 영상으로 녹화했다거나, 제3자의 입회 하에 해쉬값을 생성하고 이를 제3자에게 교부한 뒤, 추후에 해쉬 값을 다시 추출해 제3자에게 교부한 해쉬값과 동일한 지 여부를 비교하는 것 등을 말한다.

그러나 검사는 이러한 입증을 전혀 하지 못했다. 아니, 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입증할 근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도 이러한 입증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고 짜깁기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동일성과 무결성 부분을 덮어버린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한 “강사휴게실 PC 1호에 저장된 전자정보가 수정, 변경되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을 더해 보면”이라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말을 덧붙여 놓았다. “수정, 변경되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는 것”이 아니라 “수정되었는지 변경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근거가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실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무책임하고도 교묘한 판결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원본과의 동일성˙무결성, 영장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간단하게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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