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항소심④] 고의누락·자료왜곡... 검찰의 핵심적인 두 가지 조작 행위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1-04-19 08: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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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휴게실 PC가 어디에 있었느냐는 이 사건의 핵심적인 쟁점이다. PC가 방배동에 있지 않았다면 검찰이 주장하는 '사건'과 '범행'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검찰이 제시하고 1심 재판부가 받아들인 증거는 ▲22개의 137 아이피와 ▲심야 시간 웹 접속 딱 두 가지였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모두 누락·은폐·왜곡으로 이루어진 조작 증거였다. 강사휴게실 PC가 방배동에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은 전혀 입증되지 않은 것이다.

▲ 동양대 표창장 사건의 유일한 증거, 총장님직인.jpg


“강사휴게실 PC 방배동에 있었다” 입증에 사활을 건 검찰

검찰은 오로지 “내가 표창장 내준 적 없다”는 최성해의 말과,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는 ‘총장님직인.jpg’라는 파일 하나만을 가지고 이 사건을 끌고 왔다.

‘총장님직인.jpg’ 파일이 만들어진 2013년 6월 16일은 일요일이었다. 정경심 교수가 그 날 방배동 자택에 있었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정경심 교수에게 ‘위조’의 혐의를 씌우려면 ‘총장님직인.jpg’ 파일이 발견된 ‘강사휴게실 PC’가 방배동 자택에 있어야 했다.

그래야 ‘사건’이 성립한다. 강사휴게실 PC가 2013년 6월 16일 방배동에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그 이후의 과정은 살펴볼 필요도 없다. 방배동에 있는 정 교수가 동양대에 있는 PC로 표창장을 위조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찰은 2013년 6월 16일 강사휴게실 PC가 방배동에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왔다.

강사휴게실 PC의 위치에 대해 검찰이 제시하고 1심 재판부가 받아들인 증거는 ▲22개의 137 아이피(192.168.123.137)와 ▲심야 시간 웹 접속 딱 두 가지였다. 이 두 가지 모두 누락·은폐·왜곡으로 이루어진 조작 증거였던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이와 관련한 변호인단의 주장과 증거는 깡그리 무참하게 기각했다. 

 

 

 


검찰이 고의로 누락시킨 14개의 112 아이피

판결문은 강사휴게실 PC에 기록된 아이피에 대해서는 오로지 137 아이피만 언급하면서 “22개의 137 아이피가 (PC가 방배동에서 처음 사용된) 2012년 2월 14일 최초로 할당된 뒤 공유기 기종이 변경돼도 계속 같은 아이피가 할당된 것으로, 따라서 2012년 2월 14일 이후 2014년 4월 14일까지 방배동에서 계속 사용된 증거로 인정했다.

즉 재판부의 논리에 따르면 강사휴게실 PC에서 137이 아닌 다른 아이피가 나온다면 그것은 방배동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사용된 적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변호인단 14개의 다른 아이피를 발견한 것이다. 끝자리가 112인 아이피다.

이것은 없던 것을 새로 발견한 것이 아니다. 검찰이 누락시킨 것을 변호인단이 찾아낸 것뿐이다. PC에 137 아이피와 112 아이피의 기록이 존재하는데 ‘실수로’ 112 아이피를 확인하지 못할 가능성은 없다. 검찰은 137 아이피와 112 아이피 모두 확인했으면서도 방배동 아이피가 확실한 137 아이피만 제시했다.

이 부분은 법원이 ‘이상한 점’을 눈치채고도 고의적으로 이를 무시한 흔적이 있다. 검찰 보고서에는 137 아이피의 할당 기록이 2012년 7월부터 2013년 8월까지 1년 넘게 비어있기 때문이다. 변호인단이 발견한 112 아이피는 137 아이피의 1년 공백 기간 중 7개월 동안 빼곡하게 들어가 있다. 137 아이피와 섞이는 부분이 전혀 없다. 이것을 검찰이 통째로 누락시켰고, 1심 재판부는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 강사휴게실 PC의 아이피 할당 기록. 137 아이피 사용 기간은 1년 여의 공백이 있고, 그 기간 동안 112 아이피 14개가 연속적으로 할당된 기록이 있다.



아이피보다 더 중요한 “웹접속 기록 왜곡”

심야시간 웹접속 기록은 판결문 순서에서 “22개의 137 아이피”보다 앞에 있다. 재판부가 이것을 더 중요한 증거로 생각한 것이다.

검찰은 이 부분에서 21시에서 07시까지를 ‘심야시간’으로 정해놓고 “심야시간에 컴퓨터를 사용한 기록은 곧 방배동에서 사용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를 위해 웹접속 기록과 USB 접속 기록, 그리고 뜬금없이 2014년 4월의 ‘마비노기 게임 설치 이력’을 제시했다.

이 중 “가정에서의 사용”의 성격이 더 큰 '웹접속 기록'이 모두 허위였던 것이다. 이 기록에서 시간 기록은 “웹에 접속한 시간”이 아니라 “접속한 사이트에서 웹문서가 최종적으로 수정된 '서버 최종 수정 시간(Last Modified by Server Date/Time)'이었다. 

 

'서버 최종 수정 시간'은 사용자가 접속한 시간이 아니다. 사이트 운영자가 서버에 업로드된 문서를 마지막으로 수정한 시간이다. 사용자의 접속 시간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런데 이것을 “(사용자의) 웹 접속 시간”으로 둔갑시켜 보고서를 제출했고 법원을 이것을 토대로 "2013년 6월 16일 강사휴게실 PC는 방배동에 있었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 역시 실수나 비의도적인 오류일 수 없다. 의도적인 왜곡이다. 즉 증거 조작이며 범죄행위인 것이다.

 

▲ 웹서버의 최종수정(Last modified) 기록


고의적인 증거 공유 지연... 증거조작 부대행위

결국 "2013년 6월 16일 강사휴게실 PC가 방배동에 있었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는 것이며, 오히려 새로 확인된 증거는 "그 당시 PC는 동양대에 있었다"는 정경심 교수의 주장을 입증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왜 이런 조작 행위를 1심에서 확인하지 못했을까? 검찰이 변호인단과 공유해야 할 증거기록들을 최대한 지연시켜 전달했다. 재판 초기에는 사건 기록 등사도 한없이 지연되어 보통 한두 번이면 충분한 준비기일이 다섯 차례나 열렸다.

항상 변호인단은 증거자료를 제대로 분석하지도 못한 채 재판에 임해야 했고, 특히 가장 중요했던 이승무 포렌식 수사관의 증인신문을 앞두고는 1천 페이지가 넘는 포렌식 보고서를 불과 공판 며칠 전에 전달해, 이에 대한 반대신문은 한 달 뒤에나 이루어졌다.

포렌식 보고서 1천 페이지는 읽기 좋은 소설책 1천 페이지와 그 내용이 다르다. 한 줄 한 줄을 모두 분석해야 하며, 1페이지에서 이어지는 내용이 몇백 페이지씩 건너 뛰어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 중에서 단편적인 사실들을 연결해 의미있는 증거로 추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보고서를 공판 며칠 전에야 전달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 검찰이 조작한 내용을 변호인단이 파악할 수 없도록 하는 의도적인 행위였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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