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수사'의 시발점 김유철, '비례와 균형' 얘기할 자격 있는가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7 20: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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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와 균형'. 좋은 얘기고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그걸 아는 인간이 '비례와 균형'의 원칙이 총체적으로 파괴된 조국 수사에는 왜 그 실마리를 제공했으며,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멀쩡하게 지켜보고만 있었는가?

 

'옵티머스 무혐의 처리'에 대한 김유철 원주지청장의 '해명' 혹은 '변명'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계좌추적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지 않은 이유라고 얘기해놓은 부분이었다. 

 

“영장발부 가능성을 떠나 경영권을 다투는 전 사주의 민원에서 비롯된 사건이고 근거가 미약한 상태에서 자산운용사 등을 압수수색하는 것이 과연 비례와 균형에 부합하는지 의문인 상황이었다”

 

'비례와 균형'. 김유철이 '비례와 균형'을 얘기했다. 그가 과연 그런 원칙을 지금에 와서 되뇌일 자격이 있는가?

 

 

'펀드 정치자금설'의 보고자로 알려진 김유철

 

김유철은 전파진흥원이 수사를 의뢰할 당시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이었다가, 윤석열이 검찰총장에 임명되면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함께 자리를 옮긴 윤석열의 최측근이었다. 

 

수사정보정책관은 과거 범죄정보기획관의 후신으로 검찰의 정보수집을 관할하는 직책이다. 대부분 고발이 아닌 '인지 사건'으로 이루어지는 정치 관련과 재벌 수사등의 '대형 수사'가 이 수사정보정책관을 통해 수집된 정보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과거 범죄정보기획관 시절부터 이 자리는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린다. 문무일 전 총장이 부서 규모와 역할을 축소해 수사정보정책관으로 변경시켰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권 조정 방안의 일환으로 수사정보정책관실의 규모와 기능을 더 줄이는 개편안을 발표하자 "윤석열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의도"라는 비난이 뒤따르기도 했다. 

 

지난 해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에는 윤석열 사단의 전력이 총동원됐지만 그 출발은 "펀드에서 냄새가 난다"는 수사실무선의 보고에서 비롯됐다.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그 수사실무선이 바로 수사정보정책관인 김유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위와 관계없이 수사정보정책기획관이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자리다. 당시 수사실무선은 펀드에 관한 범죄 가능성 뿐만 아니라 '정치자금 조성 목적'의 측면도 함께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국 펀드, 대선 준비 위한 자금 만들려는 것"은 대외적으로는 김무성이 한 얘기지만, 그 이전 수사 초기 단계부터 윤석열 사단 내부에서 거론된 내용이었다. 

 

그런 판단과 보고를 근거로 2019년 8월 27일,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지 16일 만에, 그리고 인사청문회를 10일 앞두고 전격적인 광범위 압수수색이 단행됐다. 

 

 

이제 김유철 원주지청장에게 묻겠다. 

 

당신이 "펀드에서 냄새가 난다"고 보고한 당사자든 아니든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 여부를 결정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자리에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바, 그 당시 오늘 얘기한 '비례와 균형'이라는 원칙을 생각했던가?

 

"근거가 미약해서 영장 청구도 못했다"는 옵티머스 사건과 비교해볼 때 조 전 장관 수사는 무슨 확실한 근거가 그리 있길래 70여 곳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할 생각을 했던가?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에 대한 압수수색, 계좌추적 등 강제수사는 감독당국의 고발이 있거나 지급불능 등 피해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당신이, 조국 수사 때는 감독당국의 고발이 있거나 지급불능 등 피해사태가 발생해서 전방위 압수수색을 그냥 지켜봤나?

 

옵티머스 수사의뢰에 대해 "조사과나 형사부에서 수사력을 대량으로 투입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던 당신이, 조 전 장관에 대해 검사 수십 명에 수사관 수백 명이 들러붙어서 수사를 벌일 때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던가?

 

수사에 있어서 비례의 원칙이란 수사의 방식이나 규모 등은 범죄의 중대성에 따라야 한다는 말일 테다. 사후적으로 봤을 때 수사 방식과 규모에 있어 비교도 안 되는 옵티머스 사건과 코링크PE 사건 중 어느 쪽이 더 중대한 범죄라고 생각하는가?

 

 

조국 수사의 부당성을 스스로 입증한 김유철

 

김유철의 오늘 해명문은 옵티머스 수사의뢰를 무혐의처리하여 피해를 기하급수적으로 확대시킨 책임을 면하려는 원래 의도와는 별도로, 그가 시발점이 되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고, 최소한 중요 일원으로 참여했던 조국 수사가 얼마나 부당했던 것인지를 입증하고 있다. 

 

단지 자금이 코링크PE로 들어갔다는 이유로 정경심 교수를 '소유주', '몸통'으로 몰았던 당시 수사는, 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에 투자한 투자금이 성지건설과 관련된 사기 행위에 사용됐다는 이유로 전파진흥원을 옵티머스 사건의 몸통으로 몰아세우는 것과 같은 것이다. 

 

김유철이 수사의뢰인이 수사 의지가 있는지, 혐의 내용에 대해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를 그렇게 따졌던 것에 비춰본다면, 동양대 표창장 사건은 수사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도 알 수 없고 "내가 발급한 적 없다"는 최성해 전 총장의 밑도 끝도 없는 말 한 마디에 수사를 건너뛰고 바로 기소에 이르기까지도 했다. 

 

또한 김유철은 옵티머스와 '성지건설 투자 사건'을 별개로 보고 '피해자의 고발'을 수사의 중요한 요건으로 제시했는데, 조 전 장관의 자녀들이 응시했다가 불합격한 학교들은 무슨 피해를 봤고, 그 학교들은 수사 의지든 처벌 의지든 그런 비슷한 것이라도 비친 적이 있어서 압수수색에다가 기소까지 했는가?

 

'비례와 균형'. 좋은 얘기고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그걸 아는 인간이 '비례와 균형'의 원칙이 총체적으로 파괴된 조국 수사에는 왜 그 실마리를 제공했으며,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멀쩡하게 지켜보고만 있었는가?

 

앞으로 진행될 감찰에서 무슨 얘기를 해도 좋겠지만 '비례와 균형' 얘기 따위는 하지 말기 바란다. 낯뜨겁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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