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국정원 사찰문건 못 봤다?... 청와대 구조상 있을 수 없는 일"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1-03-11 18: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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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기획관실’ 아닌 ‘홍보기획관’ 표현이 핵심”
“실무자의 경우 기획관실 아닌 비서관실 명의로 협조”
박형준 후보도 11일 사용한 기관명 표현 ‘수석실’
▲ 3월 10일 KBS <뉴스9> 보도

 


"홍보기획관실에서 누가 이런 자료를 요청했는지 확인할 도리가 없고, 중요한 것은 제가 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모든 자료를 홍보기획관이나 정무수석이 다 보는 게 아닙니다."
 

'홍보기획관 요청'이라고 명시된 국정원 사찰 문건을 제시하고 확인을 요청하는 KBS 취재진에게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해명 차원에서 한 얘기다.


그러나 청와대의 업무 프로세스를 잘 아는 다수의 전직 청와대 관계자들은 더브리핑의 취재에 예외없이 "한 마디로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홍보기획관실’ 아닌 ‘홍보기획관’ 표현이 핵심”

전 청와대 관계자 A씨는 "다른 것은 몰라도 '홍보기획관(실)'이 아닌 '홍보기획관 요청사항'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은 박형준 당시 홍보기획관이 직접 요청한 것이라는 뜻"이라며 "그것을 마치 자신이 아닌 다른 직원이 요청해서 만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A씨는 "예를 들어 홍보기획관실의 실무자가 외부 기관에 자료나 업무협조를 요청해서 그에 대한 답신을 할 경우 수신자나 참고사항에 '홍보기획관'이 아닌 '홍보기획관실'로 명기한다"며 "'홍보기획관 요청'이라고 명시된 것은 어떤 식으로든 홍보기획관이 직접 요청한 내용이라는 말"이라고 설명였다.

A씨는 "'홍보기획관 요청'이라는 부기(附記)는 국정원 관계자가 참석한 관계기관 회의에서 박형준 홍보기획관이 국정원 책임자나 담당자에게 직접 육성으로 요청했거나, 실무자를 통했어도 '홍보기획관이 요청하는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한 경우에만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무자의 경우 기획관실 아닌 비서관실 명의로 협조”

다른 전 청와대 관계자 B씨는 "박 후보가 청와대 구조를 잘 모르는 국민들이 깜빡 속아넘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한 얘기"라며 "홍보기획관실이나 수석실은 여러 비서관실이 산하에 소속되어 있는 구조"로 "실무자가 독자적인 필요에 따라 외부에 업무요청을 할 경우 자기가 속한 비서관실을 내세우지 수석실이나 홍보기획관실을 내세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B씨는 "홍보기획관 직속으로는 보좌 직원만 있을 뿐 업무 직원이 없다"며 "업무를 하는 것은 비서관실 직원으로, 홍보기획관이 모르는 일인데 비서관실 실무자가 홍보기획관이나 홍보기획관실 이름으로 업무요청을 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홍보기획관실에는 홍보1, 홍보2, 연설기록, 국민소통 등 4개 비서관실이 소속되어 있었다.

또 다른 관계자 C씨는 "청와대 실무자가 수석이나 홍보기획관 모르게 독자적으로 이런 '사고'를 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행정관이 용산 참사의 여파를 막기 위해 "강력 사건으로 참사 보도를 막으라"는 취지의 경찰 홍보지침을 내렸던 일과,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행정관이 대기업 자금으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를 지원해 '관제데모'를 기획했던 사건을 언급했다.

그러나 C씨는 "그런 경우도 경찰이나 친정부 보수단체를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이지, 아무리 이명박 청와대라고 해도 국정원을 상대로, 그것도 민간인 사찰 업무를 실무자가 독자적인 판단으로 요청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 KBS가 11일 공개한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연루 국정원 사찰문건



박형준 후보도 11일 사용한 기관명 표현 ‘수석실’

11일 열린 국민의힘 부산선대위 본부장 회의에 참석한 박형준 후보는 "국정원 문건의 실체도 모르는데 청와대 수석실 이름이 있다고 해서 그걸로 무조건 관여하고 지시한 것처럼 몰고 가는 것이야말로 네거티브 공세"라고 자신의 연루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그는 ‘청와대 수석실’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는 박 후보가 ‘수석’이라는 개인명 표현과 ‘수석실’이라는 기관명 표현의 차이를 구분하고 있다는 것을 얘기해준다. 이처럼 청와대 업무를 아는 사람은 ‘수석’과 ‘수석실’의 표현을 구분해서 사용한다.

따라서 11일 박 후보가 사용한 ‘수석실’이라는 표현은 문건의 ‘홍보기획관 요청’이라는 부기가 ‘홍보기획관실’의 차원이 아닌 ‘홍보기획관’ 당사자의 요청이었다는 것을 더욱 분명하게 확인시켜준다.

이명박 청와대의 홍보기획관실은 광우병 사태로 혼쭐이 난 청와대가 박형준 전 의원을 영입해 정무수석실 소속으로 축소시켰던 홍보기능을 떼어내 독립시켰던 기구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에게 여론홍보전의 특명을 맡겼던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은 광우병 사태를 뛰어넘는 것이어서 이 당시 청와대는 여론홍보전에 총력을 기울였고, 그 업무를 박형준 당시 홍보기획관이 선두에서 관장했었다.


KBS, ‘홍보기획관 요청’ 사찰 문건 홈페이지에 공개

KBS가 10일 <뉴스9>을 통해 보도한 뒤 11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찰 문건은 국정원이 공개한 8건 107페이지 분량의 문건 중 '홍보기획관 요청'이라고 명기된 2건의 문건으로 2009년 7월 1일 작성된 <4대강 사업 찬반단체 현황 및 관리방안>과 2009년 7월 16일 작성된 <4대강 사업 주요 반대인물 및 관리방안>이다.

이 문건에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 사태를 반면교사로, 4대강 사업 반대하는 종교계 인사, 교수, 환경단체의 사찰 내용을 담았다. 둘 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홍보기획관으로 재직하던 때다.

☞ ‘4대강 사찰’ 박형준 후보 연루 국정원 문건 다운받기

두 문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친분 인사를 통해 투쟁계획을 파악하고, 국민적 거부감을 조성 ▲ 환경단체 간 갈등 등 취약점을 집중 공략해 연대를 차단하고, 반대활동을 무력화 ▲ 온건파인 스님은 친분 인사를 통해 순화하고, 신부는 가톨릭 신자를 통해 간접 압박 ▲ 지역 환경단체는 생계 곤란 등 애로사항이나 활동자금 확보 과정에서 비리를 적출

▲ 4대강 주변 지자체장들이 종교계 인사를 설득해 신자들이 반대활동을 비판하도록 유도 ▲ 4대강에 반대하는 교수단체는 보수언론을 통해 비난 여론을 조성 ▲ 주도 인물의 비리를 발굴해 활동을 약화시키는 방안을 강구 ▲ 반대활동을 하는 한 변호사의 경우 세무조사 등으로 압박하면 활동이 약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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